페닉스 - 죽을 수 없는 남자
디온 메이어 지음, 서효령 옮김 / artenoir(아르테누아르)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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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인 “Feniks”“Phoenix”는 같은 말일 거라 생각하는데 전혀 다른 말이라고 완강히 주장하는 의견들이 있어 당혹스러웠던 게 이 책의 첫 인상이었다. 스스로를 불태우고 다시 태어난다는 불시조라는 이미지를 발음에 따라 시시각각 왜곡된 상상을 했던 것도 사실인데 악마의 산에 나왔던 맷 주버트 총경이 주인공으로, 그리고 베니 그리설도 출연하신다. 맷이 경감이었던 시절, 연민을 가지고 읽어야 할 정도로 소설에서의 그는 상태가 썩 좋지 않다.

아내인 라라의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로 힘든데다 건강관리에 부실해서 내부적으로 적신호가 켜져 있다. 어떻게 보면 될대로 되라지로 퍼질 수도 있겠지만 새로 부임한 상사는 그런 꼴을 용납하지 않으니까 계속 현장에서 근무하려면 별 수 없이 특단의 조치를 강구해서라도 기준점에 들려고 아등바등 하는 모습이 참 힘겨워 보인다. 저래갖고 어떻게 버티려는지... 그런데도 은근히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점도 불가사의하다. 곰 같이 덩치 큰 모습이 푸근하게 다가오는지 매력을 느끼는 여자들이 있어 나름 복 받은 케이스라는 생각이 든다. 그놈의 다이어트와 심리치료만 제대로 성공한다면 재기해서 새로운 삶을 꿈꿀 수 있을 텐데...

베니 또한 알콜중독 좀 어떻게 좀 했으면. 둘 다 지금 상태가 하루 이틀이 아니라서 읽는 내내 무기력해지고 안타까웠다. 그리고 쓸쓸했다. 곁에는 아무도, 아무것도 없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세상은 평온하지가 않더라. 향수냄새에 민감한 강도가 여기저기 은행 털고 다니는가 하면 사업가, 보석 디자이너, 다리 저는 실업자, 어부, 미용업계의 큰손, 목사까지 다양한 직업군이 살해당한다. 아무리 들쑤시고 다녀 봐도 이 살인들을 줄줄이 엮을 만한 그 어떤 연관성을 발견할 수가 없다. 단지 개인적인 원한인가, 아니면 치밀하게 계획된 복수인가... 그 진실의 이면에는 늘 남아공의 참혹한 현실이 녹아 있다.

처음 탐문수사를 할 때에도 정치적 동기를 언급한 것부터가 이 나라의 범죄는 다르다. 아니 어쩌면 닮아 있을 수도 있겠다. 내가 개인적으로 애정 하는 모 작가의 신작과도 상황이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부당한 권력과 취약한 뒷골목의 그림자는 쏠쏠한 반전을 내포하고 있어서 후반으로 갈수록 읽는 재미가 상당했다고 본다. 디온 메이어는 늘 그랬던 작가였나 보다. 문득 맷의 친구 딸이 생각나는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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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하는 혼
황희 지음 / 해냄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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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서점에 들를 때 마다 살까 말까 고민에 고민을 낳게 해준 작가인데 그만큼 다른 작가들과는 색다른 그 무엇이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느낌이라면 많은 분들이 언급하시는 모녀관계라는 끈끈한 설정에 나도 모르게 빠져든다는 점이다. 치매에 걸린 노모와 그런 엄마를 부양해야 할 딸의 이야기는 안타깝고 애틋했다. 여운도 남고.

 

 

들어간다고 들어간 몸이 치매 노인이라서 정작 혼은 정신 말짱한 상태라는 것도 인상적이고. 대신에 아쉽다면 한 몸에 동거를 하던지 빼앗아 살던지 간에 소재는 그리 독창적이진 않은데 과정에 있어서 그 사연들이 지지부진한데다 선악구도도 넘 안일하다는 거다, 뭔가 특별한 사연이 있을 것 같았는데 초반의 그 얽히고 얽혔던 관계에 대한 궁금증이 해소되고 나면 더 이상 뒷이야기가 궁금해지지 않게 된다.

 

 

후반의 몰아넣고 일타삼피이던가 하는 처리방식도 맘에 안 들고. 작가님이 미국 사시는 걸로 아는데 장르소설의 왕국에서 좀 더 견문을 넓혀 소설의 세계관을 확장시켰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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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비너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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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병원 수의사 데시마 하쿠로에게 낯선 여자가 찾아와 이복 아니 이부동생 야가미 아키토가 행방불명되었다며 도움을 요청하질 않나, 돌아가신 친부가 임종 직전까지 그렸다는 그림에 대한 미스터리는 또 무엇이고, 갑자기 사망한 어머니 데이코 사건까지 3개의 미스터리가 얽혀 있지만 정작 그런 것들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심지어 유마가 등장해도 그냥 그런가 보다 심드렁...

 

 

대신 마성의 여인들에 둘러싸인 하쿠로의 미래가 궁금해지면서 그 부분에만 몰입해 버렸다. 갑자기 찾아와 아주버님이라고 부르는 가에데 양은 내가 울 제수씨를 처음 만났을 때 느낀 낯설음을 바로 떠올리게 한다. 결혼이라는 시스템을 통해 형성되는 새로운 관계. 가에데 양은 어딘가 모르게 4차원적인 정신세계와 베이글녀 타입,

 

 

동물병원 조수인 가게야마 모토미 양 또한 만만치 않은 베이글녀라 두 여인이 상대에 대한 몸매견제에 들어가면 하쿠로의 입장에선 잘못된 해석을 내릴 수밖에 없지 않을까, 여인을 흘낏 거리거나 몰래 감춰둔 감정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지도 모르고 허둥대다가 혹시나 아낌없이 뺏는 사랑의 남주처럼 호구되지 않을까 염려스러웠다.

 

 

어쨌든 결말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익히 보던, 좋게 말하면 열린 결말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전형적이었다. 육체파 그녀들만 기억 남는다. 멜로도 에로도 아닌 것이. 다소 므훗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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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O 모중석 스릴러 클럽 43
제프리 디버 지음, 이나경 옮김 / 비채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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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의 행동과 몸짓만으로도 거짓을 탐지할 수 있는 행동분석 전문가 캐트린 댄스가 세 번째 시리즈로 돌아 왔다. 첫 번째 시리즈 <잠자는 인형>과 달리 두 번째 시리즈 <도로변 십자가>에서는 그녀의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두드러지지 않아 다소의 아쉬움을 남겼다면 이번엔 잠깐의 부진을 만회하기로 작정한 것 마냥 제대로 맹활약 해준다. 댄스가 탐구해야할 주제와 목적물이 스토킹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스토킹이 향하는 지점엔 대중음악이 있다.

 

 

대중음악계는 늘 스타를 갈구하고 스타 뮤지션에게 대중들의 애정과 관심 표현은 식물이 꽃을 피울 수 있게 도와주는 자양분이 된다. , 상식적인 기준선을 넘지 않는 선에서 말이다. 컨트리 뮤지션 케일리 타운의 경우는 상식을 넘어선 재앙과 맞닥뜨렸다는 것이 문제다. 케일리가 고향에서 대대적인 콘서트를 준비하던 중, 스태프가 추락한 조명에 깔려 사망한 사고가 발생하고 이를 계기로 그녀의 지인들이 차례차례 살해당하기 시작하는데 이 모든 사건들은 우연이 아니라 의도적인 범행으로 추측된다.

 

 

댄스가 연이은 살인사건들은 케일리의 신곡인 유어 섀도의 가사에서 영감을 얻었음을 밝혀내면서 오랫동안 케일리를 스토킹 해오던 에드윈 샤프가 용의자로 체포된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걸어 다니는 인간 거짓말탐지기인 댄스도 이번만큼은 난관에 부딪힌다. 왜냐하면 일반적인 행동분석 패턴으로는 타인의 감정을 왜곡해 받아들이는 에드윈의 심리 상태를 거짓으로 분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에드윈은 오히려 경찰이 자신에게 불법을 자행한다며 역공으로 태세 전환하여 수사는 낭패에 빠져버렸다.

 

 

마치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를 곱씹어 보는 것 같다. 꽃잎을 하나하나 뜯어가며 마지막 남은 꽃잎으로 결론 내리는 유추방식을 대입하여 과연 이 남자가 단순한 스토커에 지나지 않는지 진짜 살인까지 저질렀는지 알아보려는 절반의 확률을 가진 게임처럼 보이기에. 정작 그렇게 끝나버리면 디버의 명성에 먹칠하는 게 아닐까? 이런 의구심이 들 때 즈음에 다른 변수들이 개입하면서 사건은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확대일로를 걷게 되면서 애정과 악의는 항상 종이 한 장 차이란 건 사실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그리고 또 한 번의 비틀기로 독자들의 방심에 허를 찌르는 게 역시 반전의 대가라는 감탄이 들었다. 디버의 소설을 읽을 때는 우리의 감각이 앞만 보고 나아가는 동안에 모든 범죄의 이면에 따로 숨어 있는 어떤 진의를 발견해 내는 촉이 중요함을 다시 한 번 알 수 있었다. 멋진 스릴러물이다. 게다가 댄스의 순정은 어디로 튈지 사랑의 작대기를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해.

 

 

물론 범인과 범인을 잡으려는 주인공의 대결 스토리와 댄스의 사랑게임이 이 소설의 전부는 아니다. 우리가 세월의 흐름 속에 잊고 흘려보냈던 대중음악의 순기능과 더불어 음악을 제공하는 뮤지션과 감상하는 대중들의 소비행태가 산업화 과정에서 맞이한 변화를 간과하지 말자는 것이다. 막을 수 없는 변화 속에 과거로의 회귀 시도는 어려우나 음악을 듣는 순간만은 모든 걸 내려놓고 열정적으로 임하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결말에는 그동안 쌓여진 오해와 갈등을 극복하고 화합의 장으로 문을 연 뜨겁고 감동적인 피날레가 기다린다. 그래서 뭉클하고 훈훈했다. 더불어 이 소설에서 언급된 케일리의 노래들이 실제로 만들어져 제공되고 있으니 보너스 차원에서 직접 감상해 보는 게 어떨까? 눈과 귀가 동시에 호강하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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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랜드
신정순 지음 / 비채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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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영은 이미 이 방을 떠나 어딘가로,

내가 모르는 어떤 영역 속으로 사라져버린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나는 엄마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고 울기 시작했다.

엄마, 가지 마.

조금만 더 있다가 가지 벌써 가면 어떡해.

할 얘기가 많은데 엄마 조금만 더 있다가.

아무리 울어도 엄마는 반응이 없었다 . <선택 중에서 -93페이지->


우리 모두는 인생에 있어서 다들 각자만의 꿈이랄까, 원대한 목표를 가지고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간다.. 때론 그것을 실현 못하고 실패와 좌절에 빠질 때 또 다른 돌파구를 통해 재기하거나 도약하기를 갈망하게 될 수도 있다. 그 돌파구를 모국에서 찾기 힘들면 해외로 눈을 돌리기도 하는데 작가는 유학을 위해 미국에 잠시 눌러 앉으리라 예상했으나 그대로 상주하게 된, 말 그대로 이민자가 되어버렸다.

 

 

미국에 거주하는 만큼 이민사회가 내재한 어려움, 가령 언어,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질적인 난관에 막혀 말로 표현 못 할 고통을 겪게 되지만 어떻게 해서라도 꿈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그들과 자신에게서 어쩌면 환경을 탓하기에 앞서 내려놓을 건 내려놓고 품어야 할 것은 품고 가리라는 대전제를 소설이라는 장르에서 풀어낸다.

 

 

<드림랜드>는 시카고에서 범죄율이 높아 다들 인수를 꺼려하는 곳에서 도넛가게를 운영 중인 한국 여자의 이야기이다이 가게에는 다양한 인종과 국적의 사람들이 손님으로 찾는 곳으로 다른 한국인들은 이 지역을 떠나고 없지만 지금까지 겪었던 불운을 생각하면 다시없는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엄마가 남편과의 결혼을 반대했던 이유도 당연하다 싶다. 불운했던 아버지와 남편의 불운은 평행선을 달리 듯 그대로 이어졌고 성실해보였던 남편도 도통 풀리지 않는 세상사에 사람이 삐뚤어 진 듯하다. 딸에 대한 상습적인 폭력도 모자라 말리는 아내를 자신 대신에 자녀 폭행범이 되어 감옥에 들어가 줄 것을 청할 정도다.

 

 

기 막힐 노릇하다. 비겁한 변명을 들자면 영주권을 얻으려면 희생양이 필요하고 딸 학비도 벌어야하니까. 나중에 이 부부의 파행이 어떻게 마무리 되었던가. 드림랜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못할 짓이 없다는 사실이, 아니 서슴지 않는 방식이 꿈을 이루기 위해서 치러야 할 대가가 영혼을 내놓으라면 그렇게 할 뻔 했다는 자책과 후회 또는 반성으로도 들렸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제정신이 돌아오기라도 한 것인지 안도와 함께 여전히 가슴이 아려온다.

 

 

아마도 가장 인상 깊었던 단편이었던 <선택>에는 오빠만 감싸고돌면서 지나칠 정도로 딸 혜진에게는 차가웠던 엄마가 있다. 명석한 딸과 달리 학업, 건강도 시원찮은데다 성격까지 나약한 진성이 오빠의 앞길을 동생 혜진이 막고 있다며 노골적인 차별대우를 하는 엄마를 이해할 수 없었던 혜진은 아예 등 돌리고 살아왔다.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나간 선 보는 자리에서 그녀는 미국에서 세탁소를 운영 중인 남자와 결국 결혼해 미국으로 떠나버린다.

 

 

흔히 노처녀들이 엄마의 잔소리가 듣기 싫어 독립한다며 결혼했다는 이유처럼 엄마의 곁을 떠나버린 혜진은 오빠의 결혼식에도 참석 않고 미국생활에 젖는다. 그동안 제대로 자신을 인정해 주지 않은 처사에 대한 반발 때문이라도 자신의 뜻을 존중해주는 남편이 고마웠기 때문이라도. 오직 드림랜드를 꿈꾸며 참 치열하게 살아갔던 이 부부. 이민자들은 아무도 발 들이지 않으려는 분야에서 정말 열심히 일했는데 부자나라에서 호강하지 않느냐는 타인의 무지한 편견과 점차 인간다움을 포기한 채, 생기를 잃어가는 모습들에 너무나 안타까웠다

 

 

그렇게 혜진 모녀는 악연으로 끝내고 마는 가 싶었는데 엄마의 속마음은 실상 그러지 않았나 보다. 진작 알았더라면. 모진 엄마가 될 수밖에 없었던 사정도 가슴 아팠지만 가진 걸 차마 내려놓고 싶지 않았지만 남편의 설득에 그래야 했던 혜진이 편안했으면 했다. 그래도 가지지 못한 자가 얻을 수 있는 마음의 위안에 난 지금도 공감했는지 장담 못하겠다. 다만 가끔씩 눈물이 난다. 엄마가 진성이 오빠와 혜진이를 그토록 각각 차별 대우 할 수밖에 없었던 그 사연에. 평생 한이 되신 어머니.

 

 

그렇게 드림랜드라는 미국에서 새로운 출발을 시작하고 싶어서 때론 한국이 싫어서 많은 이들이 부푼 꿈을 안고 건너갔고 지금도 건너가고 있지만 지금까지 태어나고 자랐던 성장환경과는 많이 상반되고 낯설어 고생을 많이 한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래도 척박한 땅에 거름을 주어 비옥한 토양을 만들 듯이 개인의 꿈과 가족의 부양을 위해 불철주야 살아가는 이민자여러분들에게 한줄기 빛이 찾아오기를, 그 빛이 행복이라는 열매를 수확하는 도구와 수단이 되기를 바랍니다. 작가가 이 소설에서 말하고 싶었던 바가 그런 것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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