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핀 댄서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2-2 링컨 라임 시리즈 2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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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니는 안도의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뭐라 말하려는 순간, 기체에 강력한 진동이 왔다. 폭발의 충격으로 눈 깜짝할 사이 헤드세트가 귀에서 떨어져 나가며 조종사 두 명은 계기반 쪽으로 나동그라졌다. 주변에서 파편과 불꽃이 일었다. 얼굴빛이 하얗게 변한 카니는 왼손으로 조종간을 움켜잡았지만 조종간은 반응하지 않았다. 오른쪽 손은 이미 날아가고 없었다. 팀을 돌아보았다. 피투성이가 된 채 헝겊 인형처럼 너덜너덜해진 그의 몸뚱이가 동체 옆면에 뚫린 커다란 구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 본문 중에서 -

 

<코핀 댄서>는 처음으로 읽었던 링컨 라임 시리즈로 전체 시리즈 중 <본 콜렉터>에 이은 두 번째에 해당하는 소설입니다. 이 소설을 읽을 당시는 막 스릴러에 입문하던 시기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라는 명성만 믿고 무작정 읽었었지요. 링컨 라임은 불의의 사고를 겪어 왼손 약지와 목 위 근육만 사용할 수 있는 전신마비 환자로 천재적인 법의학자입니다. 그의 현장 파트너이자 연인인 여 경관인 아멜리아 색스와 함께 최강의 킬러 코핀 댄서와의 대결을 선보입니다.

 

링컨 라임은 한 거물 무기상의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하기로 되어있던 민간제트기 조종사가 폭발사고로 죽게 되자 조사를 의뢰받습니다. 이 사고의 배경에는 살인청부업자인 코핀 댄서가 누군가의 사주를 받아 암살에 관여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라임은 그를 잡기위하여 총력을 기울입니다. 팔뚝에 여자와 춤추는 사신이 문신으로 그려져 있는 코핀 댄서는 알려진 정보가 거의 없는 희대의 킬러! 라임과 색스는 남아있는 증인들을 45시간 남은 재판에 출석시킬 수 있도록 안전가옥에 의한 보호에 힘쓰는 한 편, 증인들을 암살하기 위하여 시시각각 다가오는 최강의 암살자 코핀 댄서를 막아야 하는데요....

 

처음 읽었던 라임 시리즈라 우선 캐릭터 분석이 시급했었는데 링컨 라임이라는 이 남자, 전신불구임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신체능력만을 가지고 침대에서 누워 재활치료에 힘쓰는 환자입니다. 근데 머리가 비상하고 판단력이 뛰어납니다. 심증 대신 오로지 물증에 의한 과학 수사를 표방하기 때문에 다른 수사관들이 현장에서 채집한 증거물들을 가지고 예리한 분석으로 범인과 수법을 파악하는 데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죠. 그렇기 때문에 민간인의 신분에도 뉴욕 경찰은 미결사건이 발생할 때 마다 그에게 자문을 구하고 있구요.

 

그래서 그와 맞닥뜨린 범인들은 도대체 나를 어떻게 찾아냈을까?” 라며 어리둥절하게 되는데 라임의 신체적 상황을 알게 되면 뜨악할 수밖에요. 신체 멀쩡한 열혈형사들은 그간 스릴러 소설에서 무수히 보아왔습니다만 전신불구 환자가 침대에서 누워서 수집된 자료들만 가지고 범인을 밝혀낸다는 이 독창적인 캐릭터는 어찌 보면 사기 캐릭처럼 보입니다. 그 만큼 독보적이기도 하거니와 조사와 해결과정에서 보여주는 능력은 어느 주인공들보다 경이롭습니다.

 

다시 내용으로 돌아가자면 코핀 댄서라고 생각했던 암살자는 사실 별도로 고용된 미끼에 불과했으며, 사건을 해결했다고 모두가 방심하고 있을 때 진짜 암살자가 허를 찔러 증인 암살을 기도하는 순간, 드러나는 정체는 즐거운 반전이 되어 돌아옵니다. 그리고 증인들을 태운 항공기에 폭탄이 설치되어 절대 절명을 맞이하게 된 순간, 기지를 발휘하여 무사히 폭발을 막고 목숨을 건져 무사히 재판에 증인으로 나서게 되는 과정도 이 소설의 또 다른 하일라이트이기도 합니다. 첫 만남은 충분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코핀 댄서>로 시작된 링컨 라임에 대한 호기심의 출발은 이후 작가에 대한 경외감과 사랑으로 발전되었답니다.

 

진심 팍팍하게 재미있는 작품! 진정한 능력자! 링컨 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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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에 지다 - 하
아사다 지로 지음, 양윤옥 옮김 / 북하우스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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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센구미는 일본에서 영화, 드라마, 애니, 만화, 소설 등 다양한 장르로 변주되며 일본인들에게 지속적인 사랑을 받는 단골소재인 것 같습니다. 저도 히무라 켄신이 주인공인 애니 <바람의 검심>을 무척이나 좋아하고 만화책으로도 이 조직을 가끔씩 접하기도 하는데 그들에겐 근대화의 격변에 역행하는 의협지사 또는 무사도의 표본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만화책에 나오던 곤도 아사미 국장이나 히지카타 토시조 부장, 오키타 소지 로 조장, 사이토 하지메 조장 등이 실제 역사 속에 존재했던 인물들을 알게되고 사진으로까지 보게 되면서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는 추억여행이 내심 신기하기도 했지요.

 

이러한 신센구미에 대한 무수한 변주들 속에 아사다 지로의 소설 <칼에 지다>가 있습니다. 원작은 드라마와 영화로도 각각 제작되었죠. 이들 신센구미는 유신지사들에게 무자비하고 잔인했으며, 엄격한 내부규율로 단원들을 할복 처형시키는 걸로 악명을 떨쳤는데, 이 극단적인 행보는 일본 대중들에게 열광적인 지지와 인기를 얻으면서 앞서 언급했듯이 인기상품 캐릭터로 자리 잡았습니다. 마치 뒤마의 삼총사에 나오는 총사대 같은 느낌입니다

 

 

 

 

 

 

 

 

 

 

 

 

 

 

 

 

 

 

 

 

 

 

 

 

 

 

 

 

 

 

 

 

 

 

 

 

 

 

 

 

 

 

 

 

 

 

 

 

 

 

 

 

 

 

 

 

 

 

 

 

 

 

 

 

 

 

 

 

 

 

 

 

 

 

 

 

 

 

 

 

 

 

 

 

 

 

 

 

 

 

 

 

 

 

 

 

 

 

 

 

 

 

 

 

 

 

 

 

 

 

 

 

 

 

 

 

 

 

 

 

 

 

 

 

 

 

 

 

 

 

 

 

 

 

 

 

 

 

 

 

 

 

 

 

 

 

 

 

 

 

 

 

 

 

 

 

 

 

 

 

 

 

 

 

 

 

 

 

 

 

 

 

 

 

 

 

 

 

 

 

 

 

 

 

 

 

 

 

 

 

 

 

 

 

 

 

 

 

 

 

 

 

 

 

 

 

 

 

 

 

 

 

 

 

 

 

 

 

 

 

 

 

 

 

 

 

 

 

 

 

 

 

 

 

 

 

 

 

 

 

 

 

 

 

 

 

 

 

 

 

 

 

 

 

 

 

 

 

 

 

 

 

 

 

 

 

 

 

 

 

 

 

 

 

 

 

 

 

 

 

 

 

 

 

 

 

 

 

 

 

 

 

 

 

 

 

 

 

 

 

 

 

 

 

 

 

 

 

 

 

 

 

 

 

 

 

 

 

 

 

 

 

 

 

 

 

 

 

 

 

 

 

 

 

 

 

 

 

 

 

 

 

 

 

 

 

 

 

 

 

 

 

 

 

 

 

 

 

 

 

 

 

 

 

 

 

 

 

 

 

 

 

 

 

 

 

 

 

 

 

 

 

 

 

 

 

 

 

 

 

 

 

 

 

 

 

 

 

 

 

 

 

 

 

 

 

 

 

 

 

 

 

 

 

 

 

 

 

 

 

 

 

 

 

 

 

 

 

 

 

 

 

 

 

 

 

 

 

 

 

 

 

 

 

 

 

 

 

 

 

 

 

 

 

 

 

 

 

 

 

 

 

 

 

 

 

 

 

 

 

 

 

 

 

 

 

 

 

 

 

 

 

 

 

 

 

 

 

 

 

 

 

 

 

 

 

 

 

 

 

 

 

 

 

 

 

 

 

 

 

 

 

 

 

 

 

 

 

 

 

 

 

 

 

 

 

 

 

 

 

 

 

 

 

 

 

 

 

 

 

 

 

 

 

 

 

 

 

 

 

 

 

 

 

 

 

 

 

 

 

 

 

 

이렇듯 피도 눈물도 없을 냉정한 남자다움의 표상으로 인식되고 있는 신센구미의 위상을 아사다 지로는 가볍게 비틀어버립니다. 아사다 지로는 일본 대중문학 장르에서 가장 감수성을 잘 살리는 작가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데 이 소설도 사무라이 액션활극 대신 난세를 살아가는 한 남자가 대의명분 보단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나가고자 발버둥치는 애달픈 고뇌와 눈물을 다루고 있습니다.

 

사나이로 태어나 칼 한 자루 옆에 차고 세상을 경영하고픈 배포 대신 그에게는 굶주린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한 방도로 신센구미에 가입했을 정도니 쌀 한 톨이 더 중요하고 동료무사들로부터 돈에 환장한 수전노쯤으로 조롱받아도 그는 개의치 않습니다. 그에게는 가족을 부양해야한단 지상과제 앞에서 대의보단 입에 풀칠하는 것이 더 시급했었던 것이죠.

 

딸아 이 애비는 이 세상을 이만 떠나간다고, 너를 더 이상 챙겨줄 수 없어 미안하구나, 부디 행복하거라, 딸에 대한 애틋한 부정에 절절함을 뛰어넘어 억눌렀던 눈물이 흘러내립니다. 신센구미를 이렇게 가슴시린 이야기로 탈바꿈시킨 아사다 지로의 글발을 맞으면서 새삼 아버지를, 남자를 생각합니다.

 

 

 

외롭다못해 쓸쓸한, 처진 어깨를 차마 펴지 못하는 세상 모든 아버지들, 그리고 같은 남자에 대한 아름답고 슬픈 헌사가 심금을 울립니다진정 아름다운 존재들을, 눈가가 희뿌연 해지는 애통함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아버지의 사랑, 남자의 눈물을 회고담으로 만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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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에 지다 - 상
아사다 지로 지음, 양윤옥 옮김 / 북하우스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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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센구미는 일본에서 영화, 드라마, 애니, 만화, 소설 등 다양한 장르로 변주되며 일본인들에게 지속적인 사랑을 받는 단골소재인 것 같습니다. 저도 히무라 켄신이 주인공인 애니 <바람의 검심>을 무척이나 좋아하고 만화책으로도 이 조직을 가끔씩 접하기도 하는데 그들에겐 근대화의 격변에 역행하는 의협지사 또는 무사도의 표본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만화책에 나오던 곤도 아사미 국장이나 히지카타 토시조 부장, 오키타 소지 로 조장, 사이토 하지메 조장 등이 실제 역사 속에 존재했던 인물들을 알게되고 사진으로까지 보게 되면서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는 추억여행이 내심 신기하기도 했지요.

 

이러한 신센구미에 대한 무수한 변주들 속에 아사다 지로의 소설 <칼에 지다>가 있습니다. 원작은 드라마와 영화로도 각각 제작되었죠. 이들 신센구미는 유신지사들에게 무자비하고 잔인했으며, 엄격한 내부규율로 단원들을 할복 처형시키는 걸로 악명을 떨쳤는데, 이 극단적인 행보는 일본 대중들에게 열광적인 지지와 인기를 얻으면서 앞서 언급했듯이 인기상품 캐릭터로 자리 잡았습니다. 마치 뒤마의 삼총사에 나오는 총사대 같은 느낌입니다.

 

 

 

이렇듯 피도 눈물도 없을 냉정한 남자다움의 표상으로 인식되고 있는 신센구미의 위상을 아사다 지로는 가볍게 비틀어버립니다. 아사다 지로는 일본 대중문학 장르에서 가장 감수성을 잘 살리는 작가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데 이 소설도 사무라이 액션활극 대신 난세를 살아가는 한 남자가 대의명분 보단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나가고자 발버둥치는 애달픈 고뇌와 눈물을 다루고 있습니다.

 

사나이로 태어나 칼 한 자루 옆에 차고 세상을 경영하고픈 배포 대신 그에게는 굶주린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한 방도로 신센구미에 가입했을 정도니 쌀 한 톨이 더 중요하고 동료무사들로부터 돈에 환장한 수전노쯤으로 조롱받아도 그는 개의치 않습니다. 그에게는 가족을 부양해야한단 지상과제 앞에서 대의보단 입에 풀칠하는 것이 더 시급했었던 것이죠.

 

딸아 이 애비는 이 세상을 이만 떠나간다고, 너를 더 이상 챙겨줄 수 없어 미안하구나, 부디 행복하거라, 딸에 대한 애틋한 부정에 절절함을 뛰어넘어 억눌렀던 눈물이 흘러내립니다. 신센구미를 이렇게 가슴시린 이야기로 탈바꿈시킨 아사다 지로의 글발을 맞으면서 새삼 아버지를, 남자를 생각합니다.

 

외롭다못해 쓸쓸한, 처진 어깨를 차마 펴지 못하는 세상 모든 아버지들, 그리고 같은 남자에 대한 아름답고 슬픈 헌사가 심금을 울립니다진정 아름다운 존재들을, 눈가가 희뿌연 해지는 애통함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아버지의 사랑, 남자의 눈물을 회고담으로 만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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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맨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7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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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한 기다림의 대가는 결코 헛되지 않았습니다. 작년에 우연찮게 <헤드헌터>를 읽고 훅 간 뒤에 요 네스뵈의 <스노우맨>은 2012년에 기필코 읽어야 할 스릴러 리스트의 맨 꼭대기에 올려놓았습니다. 출판사에 언제 출간하느냐며 수시로 노랠 불렀었구요. 마침내 세상 밖으로 뛰쳐나온 이 스릴러는 이미 괴물이 되어 있었습니다.

 

비록 눈사람이 녹고난 뒤에 입수하게된 터라 책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입술은 바짝바짝 마르고 행여나 이미 읽으신 분들의 서평을 먼저 읽게되지 않을까라며 노심초사 했습니다. 이미 일부 온라인서점에선 품절의 소식이 들리는 등 폭발적인 인기도 간접체험하면서 긴장도 늦출 수 없었지요.

 

그렇게 애간장을 태워가며 읽고 난 소감은 이 소설은 '과연 명불허전이구나' 라는 확인사살입니다. 굉장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겠네요. 줄거리는 이미 알려진대로 첫눈이 내리면 주부들을 연쇄살인하고 현장에는 눈사람을 덩그라니 남겨두어 '스노우맨'이라고 불리는 이 살인마를 노르웨이 오슬로 경찰청의 강력반 해리 홀레 반장이 뒤쫓는 내용을 그리고 있습니다.

 

안전운행을 하다가 어느순간에 치고나가 정신 못 차리게 고속질주했던 <헤드헌터>와는 달리 이번 <스노우맨>은 초반에 눈이 펑펑 내리는 노르웨이 설원을 속도를 줄여 엉금엉금 주행하는 흐름에 다소 적응하기 힘들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노르웨이식 지명, 인명 등은 북유럽 스릴러가 처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쏙쏙 뇌리에 박히질 않았는데요, 눈발 때문에 도로정체가 일부 발생했었나 봅니다. 그렇게 차근차근 조금씩 나아가다보니 어느새 저도 모르게 페이지가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더군요. 페이지가 줄어드는 것을 이렇게 안타까워 해보기도 오랜만인 것 같구요.

 

"곧 첫눈이 내리고 그가 다시 나타나리라. 눈사람. 그리고 눈사람이 사라질 때 그는 누군가를 데려갈 것이다. 당신이 생각해보아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누가 눈사람을 만들었을까? 누가 눈사람을 만들지? 누가 무리를 낳았지? 눈사람은 모르기 때문이다."

 - 본문 중에서 -

 

스노우맨이 해리 홀레 반장에게 보낸 이 편지를 참 낭만적이다라고 생각했는데 이 소설은 첨부터 끝까지 정월대보름 오곡밥처럼 문체가 찰지고 고소할 뿐만 아니라 보름달처럼 풍성함을 맛보게합니다. 스토리 전개과정에서 서술이나 대화 모두 어수룩하게 넘어가는 일 없이 절묘한 리듬감에 어깨가 들썩일 정도입니다. 정말 단어 하나하나 곁가지없이 절묘한 구성을 보여주는데 당췌 낭비란 걸 모르는 작가군요. 

 

그리고 중간중간 몇차례의 반전을 보여줍니다만 아직 페이지가 많이 남아있는 걸 확인하면서 그 사람들이 진범이 아니란 걸 쉽게 눈치챌 수 있었고, 용의선상에 오른 인물들 하나하나 지워가다보면 결국 남는 사람은 한 사람뿐이기에 누가 범인인지는 아는 것은 시간문제일 정도로 어렵진 않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과정들조차 생명력을 불어넣어줌으로서 읽는 동안에는 다른 생각이 들지 않게 할 정도로 흡입력이 뛰어나니 새삼 네스뵈의 탁월한 능력을 칭찬할 수밖에 없네요. 그리고 결말로 치달으면서 급격히 고조되는 시한폭탄 초침처럼 숨통을 조이는 스토리텔링은 그야말로 춤을 추고 있다고 할 정도로 대단한 박진감을 느낄 수가 있는데 영화로 보면 시각적 쾌감은 상당할 것 같습니다. 

 

다른 분들은 이 책을 읽으며 다른 유명작가들 장점의 조합을 언급합니다만 제가 생각하는 조합은 코넬리+루헤인+카첸바크 = 스노우맨이 아닐까 합니다. 우선 이름부터가 해리가 들어있고 제도권과 관습에 저항하는 아웃사이더적인 면은 단연 보슈가 연상되고 가끔씩 똘끼에 슬림한 액션묘사에선 루헤인이, 두껍다고 생각한 책의 분량을 비웃기라도 하듯, 의식도 못한 상태에서 종착역에 가뿐히 하차시켜주는 스토리텔링에선 카첸바크의 향기를 느꼈습니다. 그만큼 대단한 장점만을 추려서 독자들을 즐겁게 해준다는 이야기겠지요.

 

어쨌든 이 스릴러, 기대했던 이상의 것을 뛰어넘어 진정한 괴물이란 어떤 것인지 보여줍니다. 속히 나머지 시리즈의 출간을 고대하면서 '아버님 댁에 보일러 놔드려야 겠어요'가 아니라 오슬로 경찰청 강력반 해리 홀레 반장님 앞으로 '짐빔'  한 박스 보내드려야겠네요. 그가 정말 애음하는 알코올 도수 40도의 위스키라죠. 추운 날 고생도 많은데 이거 마시고 얼었던 몸과 마음을 녹이라구요. 받고나서 눈이 게슴츠레해질 해리 홀레 반장의 모습과 그 뒤에서 "저 놈 당장 잘라버려" 라며 입에 거품물며 펄쩍 뛰는 총경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ㅋㅋㅋ 

 

 

2012년도 스릴러계의 지존! <스노우맨>!!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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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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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히가시노 게이고의 <악의>는 이미 범인이 누구인지 친절하게 알려줍니다. 대부분의 추리소설들이 범인이 누구인지에 포커스에 맞춘 지적유희를 즐기는 대신 이 소설은 범행의 동기에 포커스를 두고 있지요. 우리의 가가 교이치로 형사의 성실한 수사에 의해 범인이 노노구치임이 중반 즈음에 밝혀집니다. 엥 벌써? 라는 반응이 나올 수밖에요. 범인이 누군지 밝혀졌다면 보따리 싸서 철수하고 맥주 한 잔 들이키며 수사종결을 자축해도 되련만, 종결된 사건에 현미경을 다시 들이댑니다.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범인의 진짜 동기를 캐고 들어가는데요, 그렇게 수면 위로 떠오르는 진실...

 

범인이 던져놓은 단서들을 하나하나 추적해 들어가다 보면 어느새 또 다른 형태의 틀을 갖춘 퍼즐이 완성되어 버렸다는 걸 눈치채게 됩니다. 가해자와 피해자에 대한 분노와 동정을 360도 뒤집어버리는 교묘한 역 전환에 숨어있었던 것은 <악의>였던 것입니다. 범인인 노노구치는 트릭이라는 덫을 쳐놓고 살해당한 히다카를 철저히 매장시키고자 했으나 가가형사는 모든 진상을 보기좋게 발가 벗겨버리고 말죠. <악의>라는 이름의 그림자를요....

 

'아무튼 마음에 안 든다, 아무튼 마음에 안 든다.'

 

노노구치가 은연중에 품었던 이런 '악의'는 히다치에 대한 자괴감과 질투를 억누르지 못한 채 인간의 내면에 자리 잡은 악의 본능을 여지없이 실현하고 말았으니 겉으로는 미소 띤 얼굴이 실제로는 위선이라는 가면을 뒤집어쓰고 있다는 불편함은 우리를 몸서리치게 합니다. 인간의 삶은 결코 유구한 천년만년을 살 수 없기에 짧은 세월 동안 사랑 대신 증오와 말살에 삶을 소진하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함에도 말입니다.

 

이런 반전은 나쁘지 않았으나 다소 지루한 전개 땜에 중간 중간 숨을 고르게 만드는 <악의>에 대한 감상은 이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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