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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별에 살다
손명찬 지음, 김효정(밤삼킨별) 사진.손글씨 / 비채 / 2014년 8월
평점 :
시인 손명찬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 그는 과거에 어떤 사고를 겪은 듯한데
그 아픔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 대신 자신의 재활 경험을 통해 다른 사람
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전도사가 되기로 결심했다는 긍정과 공감이 따뜻하게
전해진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별에 살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글들이
눈부시다 못해 진심이 느껴지는 이유는 외롭고 쓸쓸해서 여전히 사랑받고 싶
고 위로받고 싶기 때문인데 특히 마음을 울리는 글들이 따로 있었다.
<브레이크가 필요한 날>
브레이크 없이 살다 보면, 골몰한 것, 집착하던 것이 갑자기 피곤해질 때가 있다.
혼자 있기, 움직이기 싶지 않으면 가만히 있기, 남 시키기,
죽고 싶으면 ‘아주 죽고 못 살아‘ 하기.피곤함이 풀리고 나면 다 정상으로 돌아온다.
다시 보면 새롭다, 더 찬란하다 <P.47>
인생이란 논스톱으로 쉼 없이 달릴 수 없으니 브레이크가 필요하다는 것쯤은
모르는 바가 아니다. 막상 브레이크 걸어놓고 그 뒤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남감해서 서투를 뿐이다. 남 시키기를 못해 혼자 고민하고 끙끙했고 죽고 못 살아
하는 것처럼 진정인 적 없었다. 소심하게 남 눈치나 보고 살았으니 언급한 대로
실천할 수만 있다면 근심 걱정 고민거리가 다소나마 줄일 수 있겠지. 그래 좀 더
과감해보자, 자신 없으면 몰래 짐을 떠 넘겨보고 미친 듯 빠져보자.
<포켓 리스트>
‘오늘 하루,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리고 해두겠습니다.
주머니에서 쉽게 꺼낼 수 있는 리스트 말입니다.
마음만 먹으면 ‘식은 죽 먹기’로 간단하게 이루어지는 일들,
‘주머니 속의 행복’ 말입니다. <p.52>
맞아, 난 그랬었어. 지금보다 한 살이라도 더 어릴 때, 사소한 일에도
기쁨과 즐거움을 느꼈고, 실제로 입가에 미소 짓게 만드는 일들이
행운처럼 일어났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지금처럼 불만과 나태에 휘청대지 않고 어떤 목표를 정해(그것이 작심
삼일일지라도) 조금씩 실천해나가는 행동이 있었기 때문에 직, 간접적으로
성과로 나타났었지, 그리고 매진했었기에 현재와는 달랐다.
그렇다면 재밌는 일이 없다고 투덜대지 말고 일일의 행복을 스스로
만들어 나가야겠다. 단 거창한 목표는 세우지 말고.
<손끝>
고깔콘을 끼운 손끝, 봉숭아로 물들인 손끝,
콧구멍으로 들어가는 손끝, 케이크크림을 직은 손끝,
고추잠자리에 최면을 거는 손끝, 벨을 누르는 손끝.방향을 가리키는 손끝,
다른 손끝과 만난 손끝.
그 옛날, 마음으로 당신을 찍은 손끝,
하지만 둘만 있게 되었을 대 정작 손끝도 못 댄 손끝. <P.114>
글을 그대로 옮기기만 해도 추억이 새록새록 돋고
코끝이 시큰해진다. 내 마음을 읽었던 걸까?
그때는 사랑인줄
몰랐는데 막상 안 보게 되니까 한동안 울적해져서
무기력한 날들을 보낸 옛 기억이 떠오른다. 좀 더 일찍
깨달았다면 진즉 손끝으로 쿡쿡 찔러보기나 할 걸,
후회는 막심이라고 윗글은 나를 손끝으로 찌르나보다.
<눈부시게 해줄 테다.>
창으로 햇살이 가득 쏟아지던 어느아침.
아내가 옆으로 지나가는 듯하다가
갑자기 내 머리를 창가 쪽으로 휙 돌리고는
손가락으로 내 눈을 집어 크게 벌렸어요.
그리고는 윽박지르듯 말했지요.“눈부시게 해줄 테다.”
읽고 또 읽어도 아직도 설렌다. 이렇게나 멋들어지고
낭만적이며 사랑스런 글이 또 있을까? 눈이 부셔서 책을
읽을 수가 없어 빛에 익숙해질 때 까지 책을 잠시 내려놓고
마음을 진정시켜야만 한다. 읽을 때마다 느는 건 눈물의
양인데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 거지? 슬퍼서 그런 건 아닐 거야.
마음 – 치유 – 관계 – 사랑 – 인생 – 오늘
이 모든 것들이 이 책 한권에 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