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도 - 제3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김대현 지음 / 다산책방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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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란 기록은 있는 그대로를 공부하면 단순히 지식이 되지만 여기에 상상력을 가미하면 창작이 되고 문학이 된다이쯤해서 어디까지가 픽션인지 논픽션이 되는지 경계가 아슬아슬해지기는 하지만 처음에는 허무맹랑함에 귀 기울이지도 않다가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빠져들게 되는 순간들은 도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한단 말인가? 예상은 한 치도 어긋나지 않으리라 믿었건만 익숙함을 적절히 활용할 줄 아는 지혜를 사용할 줄 알았고 그것을 발판삼아 또 다른 세계를 보여주는데 어떤 흔들림에 나는 마음이 설레었다 

 

 

분명히 시작은 작위적이었다. 핀란드 헬싱키 반타공항에서 인천공항으로 가던 비행기는 도착까지 8시간을 남겨두고 있었다.조선시대 인물 "정여립"에 대한 영화 제작을 준비하던 27살 청년 동현은 우연히 자신이 올해 433살이며 정여립의 외손녀라고 주장하는 여인 홍도를 만나게 된다. 좌석은 달랐지만 동현의 스크랩에서 외조부의 존함을 발견하게 된 것이 계기가 되었다는 것. 물론 동현은 말도 안 되는 소리로 치부했고 홍도의 이야기는 순전히 지어낸, 상상의 산물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4백년 이상을 인간이 지금까지 살아왔을 것이며, 이렇게 늙지도 않고 꽃다운 젊음을 유지하겠느냐고 말이다. 그러나 남자는 여인의 미모에 약한 법, 우선 그녀는 예뻤다. 그리고 4차원적인 매력에 반해 한국에 도착하기 전까지 동행이 되어 그녀가 살아온 4백여 년 동안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그러면 그녀를 조금이나마 더 알게 되겠지, 그런데 그녀의 이야기는 점차 빠져들게 하는 마력이 있었다.

 

 

 

홍도의 말에 따르면 외할아버지 정여립은 대동계를 조직하여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꿈꾸다가 조선 역사상 가장 불온한 역도로 몰려 처형당하였고 아버지 이진길도 형장의 이슬로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이른 바 기축옥사라는 역사적 사건이었다. 그리고 홍도의 재능을 높이 산 정여립이 붙여준 그녀의 이름은 당나라의 여류시인 설도의 자에서 딴 것이라 했다. 간신히 살아남은 홍도는 백년해로를 약속한 자치기를 오라버니로 부르면서 어떻게든 살아남고자 했다. 하지만 또 다른 역사적 사건들은 남녀를 갈라놓는다. 임진왜란이 발발해 자치기는 병졸로 끌려가고 홍도는 철천지원수인 "선조"의 딸 정주옹주와 함께 일본으로 끌려가면서 이별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홍도는 자신을 옹주로 칭하고 정주를 궁노라 하며 거짓말로 둘러 댄다. 그리고 일본 장수 우키다 히데이에의 신임을 받아 수년을 그의 수하로 일하다 고국인 조선으로 극적 귀환하게 되었다가 다시 오라버니를 만나지만 이번에는 영원한 이별을 한다. 이때 그녀는 한 노파의 영험한 주문에 의하여 그 때부터 늙지도 죽지는 않은 불로불사의 육신이 되는데 이 조화는 축복이 아니라 죽지 못해 연명해야하는 업보처럼 그녀를 짓누른다. 다시 세월이 흘러서 죽었던 아버지가 환생하지만 천주박해로 다시 아버지가 순교하게 되는 슬픔을 겪으면서 그녀가 사랑했던 이들은 아무도 그녀 곁을 지켜주는 이가 없었으니 이 얼마나 외롭고 애통했던가.  그래도 하늘은 그녀에게 다시 한 번 인연이라는 선물을 주신다. 죽었던 자치기오라버니가 네덜란드 의사로 환생하여 재상봉을 한 것. 두 사람은 행복한 삶을 살았다. 그러나 시간이라는 물리적인 흐름 앞에서는 모두가 부질없는 일이다. 생과 사를 번복하는 일은 말이다. 

 

 

 

홍도4백여 년이란 삶 속에서 애끓는 사랑과 눈물의 이별은 때론 기쁨이었다가 절망이라는 무게를 낳았으며 앞서 언급한 기축옥사, 임진왜란, 천주박해 같은 역사속의 중요사건들과 얽히면서 파란만장한 나날들을 보내야만 했다. 국사 시간 속에서나 들어봤던 정여립은 반역이 아니라 시대를 앞서간 혁명가로 ‘동국지리지의 저자 한백겸은 실학의 선구자중 한 사람으로, 이진길 정여립과 뜻을 함께 했다가 장살당한 문신으로 소개되면서 역사라는 큰 틀에서 외면 받고 잊혀졌던 아웃사이더들을 오늘에 와서 부각시켜 재조명하게 만든 그 설정이야말로 죽어버린 역사의 살들에 숨결을 생생하게 불어놓는다. 그렇기 때문에 천일야화같은 홍도의 삶에 울고 웃으며 애절하다가도 진중한 무게에 숙연해 질 수 밖에 없었다.   

 

 

그녀의 눈빛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빨려들게 할 만한 깊은 아름다움이 있다. 수백 년을 사는 동안 겪었던 풍파 속에도 흔들리지 않고 굳건한 기개와 호탕하고 활달한 기지로 헤쳐 나가기 때문인지 그 강렬한 흡입력에 읽다보면 완벽하게 제압당한 느낌이 든다. 밧줄로 꽁꽁 묶여버린 것 같이 에워싸면 결말에 도달할 때까지 도저히 멈출 수가 없다. 단단하고 화려했다. 정말 마음을 사무치게 하는데 절절한 호소력에 맘을 추슬러야만 했다. 캐릭터의 매력에다 역사를 다른 각도로 재해석해 장악하는 능력이야말로 이 소설이 가진 장대한 힘이자 진정성으로 뜨겁고 감동적이다. 결국 마지막은 예상했던 시나리오였고 그 점 때문에 드라마로 제작된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에까지 미쳤다. 감성 돋는 이야기라서 나는 눈물이 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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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심판 2
도나토 카리시 지음, 이승재 옮김 / 검은숲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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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는 빛의 세계와 어둠의 세계가 만나는 접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모든 일이 비롯됩니다.

  혼란스럽고 불확실한 어둠의 세계에서 튀어나오는 일들 말입니다.

  우린 그 경계선을 지키는 파수꾼입니다.

  간혹 그 경계를 뚫고 반대편으로 넘어가는 존재들이 있습니다." 

 

 “선과 악의 경계에는 언제나 거울이 하나 있다는 걸 말이야.

  그 거울을 바라보면 자넨 진실을 알아낼 수 있어" 

  

<속삭이는 자>로 전 세계적으로 공전의 히트를 쳤던 "도나토 카리시"의 최신작 <영혼의 심판>을 미리 만나볼 수 있는 천금의 기회를 운 좋게 얻을 수 있었다. 전작으로부터 2년만이던가? <속삭이는 자>와 마찬가지로 연쇄살인범이 등장해서 살인사건이 터져서 해결하면 또 하나의 사건이 대기 중이어서 다소 복잡한 미로 속을 헤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구조이다. 문을 열면 하나의 통로가 아니라 여러 갈래길로 시선이 분산되었다가 결국 출구는 두 개로 정리되는데 개별 사건 사이에는 어떤 연관성이 있으니 미아가 되지 않으려면 읽을 때 집중을 요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한 남자가 심장발작을 일으켜 쓰러지고 응급 구조대가 긴급 출동하게 된다. 그런데 구조대원으로 현장에 출동했던 여의사는 뜻밖에도 남자가 과거에 자신의 여동생을 납치했던 범인임을 알게 되는데 그의 몸에는 나를 죽여라라는 도발적인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그를 죽여 복수를 완성할 것인가를 놓고 고심하던 여의사는 결국 그를 살려 놓지만 이제 악의 그림자는 서서히 가면을 벗고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여기 악을 추적하는 세 부류가 있다. 여대생 실종 사건을 비밀리에 조사 중인 마르쿠스클레멘스라는 두 사제, 6개월 전 남편이 실족사한 여형사 "산드라", "카멜레온 시리얼킬러"를 쫓는 추격자이다. 우선 두 사제는 바티칸 교황청의 내사원 소속 사면관들이다. 세상에서 가장 많은 범죄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곳은 의외로 FBI나 인터폴도 아닌 바티칸 도서관인데 사면관들은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범죄연구와 관련된 활동과 경찰의 수사에도 참여해 왔다. 하지만 이들은 더 이상 신변을 보장받지 못하게 된다. 조직의 해체가 결정되면서 일체의 활동이 금지되고 순응과 저항의 양자선택에 직면하게 되자 공중 해체되리라는 것은 불을 보 듯 뻔했다.

 

두 사제는 은밀히 범죄수사를 단독 수행 중이었는데 산드라가 남편의 사망에 얽힌 의혹을 풀기 위한 조사를 진행하면서 사제들과 여형사는 의도하진 않았지만 앞서거니 뒤서거니 행보를 보이다 하나의 결승점에 도달하게 된다. 결승점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들이 결코 순탄치가 않았다. 누군가가 개별적인 사건들에 두 사제와 산드라가 개입해서 해결하도록 유도하고 있었고 마치 십자풀이 낱말퀴즈 풀이를 하는 것 처럼 교묘히 안배되어 있었다. 그리고 "카멜레온 시리얼 킬러"19세기 실재하였던, “Nomen Nescio”, 약칭 “N.N”이라고 불렸던 인간 복사기 정도로 보면 된다. 타인의 외모, 말투, 습관 심지어 병력까지 그래도 위조해서 새로운 신분으로 위장할 수 있는 능력이 바로 그것이다. 이를 통해 납치 살인 등 많은 범죄를 저질렀던 실화에 근거해 탄생했기에 실체를 밝혀낸단 것이 두렵게 만드는 섬뜩한 존재이다. 언제라도 타인으로 변신할 수 있는 그를 집요하게 따라가는 추격자의 이야기까지 세 명의 이야기가 씨줄이 날줄 엮이듯 진행되면서 숨 돌릴 틈 없이 미스터리와 서스펜스가 용암처럼 들끓어 부글부글 폭발할 것만 같다

 

 

이 모든 것에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악은 일상으로 깊숙이 들어와 있다는 진실이 있다. 범인이 풀어 놓은 수수께끼 풀이에 골몰하다 보면 난관에 봉착한 사건으로 인해 범인은 실제보다 더 멀리 달아나있고 타인의 감정에 공감할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악의 심연에 돋보기를 들여다보아야 한다, 악을 만나기 위해서는 어둠에 더 깊이 발을 들여야 되고 악을 이해하려면 자신이 악이 되어야만 하는 위험이 도사린다. 그러다보면 자신의 정체성은 지워지고 악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순간 분노를 자극해 복수를 유도당하는 결과야말로 악이 진정으로 원하는 최상의 시나리오이자 달콤한 유혹이었다. 흔들리는 마음을 애써 억눌러 진정시키고자 하는 주인공들의 내면적 갈등은 생생하게 전달되어 독자들을 고통스럽게 이끈다. 그리고 거대한 혼돈 그 자체이다. 그런데 그러한 느낌들을 실감나게 그려낸 이번 작품에서 어떤 유사한 연계점을 연상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것은 얼핏 <다빈치코드>에게 신세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검은 선>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악의 기원과 마주하고 있다. 마주치더라도 스스로 검은 피에 물들지 않도록 대오각성하기를, 그리고 악의 뿌리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과정은 언제나 매혹적이지만 섬뜩하다는 교훈을 남긴다. 그리고 더 나아가 그만의 방식이 녹아 있다. 그래서 닮은 것 같지만 여타 스릴러들의 전형적인 궤도에서 이탈한 도나토 카리시의 스토리텔링은 말로는 설명하긴 힘들고 읽어보면 수긍하게 되는 차별화된 개성과 저력이 있어 흡족하게 된다. 그렇다면 곧 정식 출간되겠지만 성공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전작의 유명세를 등에 업지 않더라도 이번 신작에는 자신감이 강하게 느껴지니까스릴러 팬들이라면 당연한 선택일 것이고.

 

아주리 스릴러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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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성술 살인사건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시마다 소지 지음, 한희선 옮김 / 시공사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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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본격 추리소설그 전설의 시작   

 

일본 추리소설의 특징이자 강점이라고 한다면 수수께끼 풀이식의 본격추리가 아닐까 한다. 같은 스타일은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서양에서는 거의 사망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본다면 끈질기게 명맥을, 아니 오히려 더 활성화 되고 있음에 일종의 회귀본능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신본격의 창시자 시마다 소지<점성술 살인사건>이 처음엔 주목을 받지못하다가 이후 입소문에 의하여 전설로 남은 작품이라는 평판은 명성이 때론 열광과 탐닉을, 괴리감이라는 상반된 감상을 이끌어낼 수도 있음도 주목한다. 모두가 만족하는 작품이란 거의 불가능하지만 그 불가능에 도전장을 던진 담대함에는 일단 박수를 보낸다. 

 

 

스스로를 악마의 지배를 받고 있는 꼭두각시라고 고백하는 화가 우메자와 헤이키치는 점성술에 깊이 심취해있기도 했다. 그는 점성술의 이론을 대입하여 각자 다른 별자리를 타고난 여섯딸의 신체를 여섯 개로 절단한 후, 하나의 신체로 결합 개조하고자 한다. 이른 바 아조트(azoth)라고 불리는 인조인간 로보트 마징가Z(?). 그런 바람이 담긴 수기의 내용대로 각기 훼손된 딸들의 시신이 전국 각지에서 발견되고 이 사건은 일본 전역을 충격과 경악으로 몰아넣는다.  

 

헤이키치가 말한 아조트는 인간의 신체 모든 부위가 행성의 축복을 받고 있으며 이 특별한 부위의 합체야말로 완벽한 미녀의 조건을 갖춘 꿈의 이상이자 결정체라고 믿는 망상이 낳은 해괴망측한 이론의 집대성이다. 자신의 딸들을 대상으로 그런 망상을 한다는 건 정상적인 사람의 머리에서 절대 나올 수 없는 생각임에도 불구하고  신본격이라는 흐름을 완성하기 위해서 해당계열의 작품들에서는 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도를 넣은 잔인하고 기괴한 구상이 자주 이용되고 있으니 어쩔 수 없음을 수용하였다. 물론 그래서 당시에는 환영받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것은 어쩌면 복잡 미묘하며 파헤치기가 불가능할 것 같은 수수께끼를 내놓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설정으론 만족 못해 더 비현실적이고 더 도발적인 더 환상적인 시도를 해야만 하고 이것은 시마다 소지의 작품들에 언제나 호불호가 엇갈리는 이유였다. 모 평자의 조언대로 이것은 과학이 아닌, 이론적으론 실현가능하지만 실제론 실패할 염려가 높기에 시도하기가 부담스러운 논리라는 변칙게임으로 받아들이고 즐기라고만 해야겠다. 무한 경쟁이라는 또 다른 의미도 들어 있고.

 

 

 

결국은 전대미문의 사건을 두고 해답을 알아내고자 많은 이들이 지혜를 짜내었지만 40년간 아무도 실체를 밝혀내지 못했던 불가사의한 사건이었다. 영국의 명탐정 홈즈와 조수 왓슨 콤비 같은 미타라이 기요시이시오카 가즈미가 이에 도전장을 내민다. 정작 콤비 플레이는 아닌, 따로 국밥식의 활동인데 완벽한 밀실구조, 그리고 주변에 어지러이 놓여 있는 눈 속의 발자국, 시체 훼손방법에다 또 다른 희생자에 대한 살해동기까지 복합적인 난제들이 얽혀 있어 논리와 진실을 기만하고 왜곡하는 트릭의 두 요소는 상호 보완적인 완충재 역할을 하면서 마지막에 진실이 밝혀질 때 까지 짐작조차 못하게 만들었다. 물론 난 이런 방식에 상당히 취약하니까. 일일이 설명해줘도 여전히 의문이 말끔히 해소되지 않는 부분은 어쩔 수 없이 작가의 불친절함과 나의 우둔함에 반반씩 책임을 물어야지. 그런고로 무엄하게도 독자에게 두 번씩이나 도전장을 던진 "소지" 선생. 나의 완패요

 

 

 

그래도 아조트의 완성을 명목으로 자행(?)되었을 것으로 짐작되었던 여섯 구의 시체의 배열에 관한 수수께끼는 역시 글보다 그림으로 이해해야 납득이 가는 속 시원함에 무릎을 탁 치게 만들었다. 어렵다면 어렵지만 의외로 쉽게 풀어낼 수도 있는 아이러니함이었다. 살해 동기란 것도 그렇다. 살해 동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고 "에드 맥베인" <살의의 쐐기>에도 나와 있던데 기억을 떠올리기가 불가능해서 그 중에서 어떤 것에 해당될지 모르겠다. 다만 살해까지 해야 할 동기는 아니었지만 끝내 집행하고 만 것은 먹기 위해 살생해야만 하는 여타 생명체들과는 달리 인간만이 다양한 살의라는 변수들을 섞어 잔인해 질 수 있는 야만적이고 무법적인 존재들이라는 증거였다. 고작 그런 이유로.... 

 

 

 

마지막으로 사람의 성격을 추리하기 위해서 점성술을 공부했다는 미타라이 기요시말인데, 홈즈가 인간냄새가 나서 매력있다고? 그의 주장이 궤변처럼 들리는 건 그에게선 인간냄새가 나질 않고 그냥 추리하는 기계같기 때문인데 인간냄새 나는 건 오히려 요시키 다케시쪽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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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뎀션 그렌스 형사 시리즈
안데슈 루슬룬드.버리에 헬스트럼 지음, 이승재 옮김 / 검은숲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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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트 그렌스" 경정 시리즈 제3탄!!!

 

"난 사형 제도를 지지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선거 때마다 엄격한 사형집행을 공약으로 내건 주지사에게 표를 던졌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만약 내 아들 녀석이 진짜 범인이라면 녀석은 사형을 당해도 싸다고 생각합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니까요. 하지만...잘 모르시겠지만, 존은 살인범이 아닙니다."  - 본문 증에서 -

 

스웨덴의 "안데슈 루슬룬드(Anders Roslund)""버리에 헬스트럼(Borge Hellstrom)""에베트 그렌스" 시리즈로 모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명콤비들이다. 소아성애범죄를 다룬 데뷔작 <비스트(The Beast)>로 스칸디나비아 최고의 스릴러에 주어지는 글래스키 상을 수상했으며. 영화화를 앞둔 두 번째 작품 <쓰리 세컨즈(Tre sekunder)>까지 연달아 히트를 치면서 헤닝 만켈 이후 반도 최고의 스릴러 작가로 거듭나고 있다이번에 시리즈의 세 번째에 해당하는 <리뎀션(Edward Finnigans upprattelse/Cell 8)>이 국내출간 되었는데 개인의 복수와 정의실현은 생각만큼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주제의식이 극명하게 표현될 뿐만 아니라, 교도소에 수감된 사형수를 모델로 교도행정의 실태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지적하기도 한다. 

 

스칸디나비아 반도를 항해하는 오보 페리선에서 여성을 상대로 상습 성추행을 하던 남자가 밴드의 보컬에게 머리를 걷어차여 중상에 빠지는 사건이 발생한다.존 슈워츠라는 이 남자는 평소 그 성추행범을 눈여겨보다 마침 분노를 참지 못하고 순간 폭발하였던 것인데 스웨덴에 거주하는 캐나다인의 신분인 존 슈워츠가 폭행죄로 구금 조사를 받던 중 정신적 이상 증세를 보이게 되자 의혹을 느낀 "에베트 그렌스" 경정은 "존 슈워츠"의 신원조사에 착수한다. 

 

아뿔사, 그 남자는 처음부터 수상했었는데 신원 조사결과는 정말 믿을 수 없는 것이었다. "존 슈워츠"는 미국 오하이오주 출신에다 본명은 존 메이어 프레이였고 17살에 16살의 여자친구를 살인했다는 죄로 사형선고를 받았던 재소자였던 것이다. 게다가 사형집행을 2개월을 앞두고 6년 전 감옥에서 사망한 사람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난다. 그런 그가 지금 버젓이 살아 남아 스웨덴에서 다른 신분으로 결혼까지 해 아내와 아들까지 두었다는 이 말도 안 되는 현실을 어찌 믿어야 할 것이며, 또 어찌 해석해야 한단 말인가?

 

이 문제는 대외적으로 외교문제로까지 비화되는데 9.11 테러 이후 미국과 EU 간 체결된 범죄인 인도조약으로 인해 즉시 본국으로 송환시켜야만 하지만 분명 이 남자는 즉시 사형에 처할 운명이 될 것이라 스웨덴 정부는 거부와 송환 사이에서 심각한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다. 사형을 반대하는 인권단체의 시위와 청원까지 줄을 이으면서 쟁점사항으로 번져가는 상황에 이르자 스웨덴 정부는 자신들에게 쏟아질 여론의 질타에 미국이 아닌 제3국으로 보내어 어떤 책임에서도 회피하고자 한다. 뜨거운 감자가 되어버린 존 메이어 프레이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지만 대중은 그에게 싸늘한 시선을 보내며 조속한 사형집행을 촉구하는 여론으로 들끓는데...   

 

스웨덴 국영방송국 사회부 기자였던 "안데슈 루슬룬드"와 과거 범죄자였던 "버리에 헬스트럼" 콤비는 이 작품 <리뎀션>을 통해 몇 개주에서 사형제도가 아직 살아있는 미국과 사형제도가 폐지된 스웨덴이라는 국가적 비교를 통해 사적복수의 어디까지가 정당한 것인지 묻는다. 정의 실현인가, 아님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억울한 희생자를 감안하면 인권의 사각지대인가라는 무겁고도 민감한 이슈를 정면 돌파하고 있다. 사형옹호론자들과 사형폐지론자들의 논쟁은 쉽사리 좁혀질 수 없는 복잡 미묘한 사안인데 유족들에게는 보상이 될 것이며 범죄 예방효과라는 일석이조라는 해석에 일단 무게가 실린다

 

소중한 사람을 잃은 당사자들에겐 죽은 자를 되살려내진 못해도 국가에게 보상을 요구함으로서 국가가 저지르는 살인에 대의명분과 면죄부를 실어주는, 어떤 의미에선 공범이 되는 셈이다. 사랑하는 이의 피를 보았으니 반드시 살인자의 피를 다시 뒤 짚어 써서라도 합법적인 살인으로 보답 받고 싶은 심정은 구경꾼들은 헤아리기 어렵다. 나 또한 그런 차원에서 존치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싶고 그것이 당연하다 생각한다. 하지만 피의자가 과학적 증거가 아니라 정황증거에 의한 유죄평결을 받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복수 대신 보상이라는 개념으로 정리되는 사형제도에 의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사형수들 중에 정말 무고한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하늘만이 알 것이다. 이 책에서는 모든 것이 정리된 이후 억울한 희생자를 양산해서는 안 될 사형제도의 허점을 증명하고자 하는 모종의 실험이 가진 의도를 점차 드러내면서 허를 찌르고 들어온다. 그래서 무죄입증을 위한 시도가 이처럼 허망하게 느껴진 적이 없다. 정의와 진실은 언제나 승리한다는 말은 살아남은 자에게만 해당될지도 모른다. 그렇지 못했다면 그 보상은 또 어디에 청구해야한단 말인가? 진실을 호도하고 마녀사냥을 부추기는 여론이라는 압박도 무책임과 또 다른 의미의 매카시즘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피해가진 못한다. 연대책임을 요하는데.

 

또한 "스벤""아니타" 부부 사이의 대화에서는 징벌을 받는 것은 정작 당사자가 아닌 남겨진 사람들이고 그들에게 앗아간 행복에 신경 쓰인다는 말은 이 제도의 공명정대한 집행이 얼마나 절실한지가 주장된다. 시간에 쫓긴 졸속 집행 대신 한 치의 오차도 발생하지 않는 엄숙함이 필요하다. 그렇게 이 책은 주제 면에서는 확실한 색깔을 보여주기는 하나 에베트 그렌스의 잦은 짜증과 괴팍함은 동어 반복적으로 다뤄지기에 인내심을 수시로 확인시켜 준다는 점은 확실히 치명적이다. 뭔가 삶에서 새로운 활력을 찾아 신선한 바람으로 환기시켜 줄 필요가 있었고 마리아나 헬만손과의 데이트(?)는 그나마 숨통을 트여줘서 다행이다. 그래서 그런가 봐. 단점 대신 장점으로 승화시킬만한 실마리를 투입하기 위해서라도 로맨스는 필요한가 봐. 더욱이 늙은 남자 에베트 그렌스경정에겐 말이다. 하루하루 그녀 대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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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내
마리 다리외세크 지음, 최정수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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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처음에 제목만 들어봐선 혹시 했었습니다. <가시내>가 그 가시내냐고요. 그렇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계집아이를 속되게 일컫는 방언 가시내를 제목으로 사용했다면 10대 소녀 솔랑주와 그 친구들은 필시 정숙함과는 거리가 먼, 일탈적 성격이 강할 것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솔랑주가 사는 곳은 프랑스 남부지방의 클레브라는 마을인데 바쁜 부모님 대신에 이웃에 사는 비오츠씨가 돌봐줍니다. 따분한 일상을 보내던 중에 생리라는 신체적 변화를 겪게 되면서 남녀의 신체의 차이점, 가령 생식기 같은 것에 궁금증도 덩달아 느낍니다.

 

 

학교 아이들도 마찬가지로 모두 섹스생각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러면서 이야기들은 토막토막 단락으로 끊어지면서 유기적으로 연계되지 않으니 굉장히 모호하고 불친절하기 짝이 없습니다. 섹스에 탐닉하는 아이들을 위해 남녀의 생식기는 백과사전을 펼쳐 사전적의미로 설명되고 있습니다만 그것만으로 다 이해했다고 볼 수 없겠네요. 그래서 솔랑주는 일기를 써 보려 합니다. 직접 펜으로 쓰자니 그렇고 녹음기의 녹음버튼을 눌러서 기록하기로 하죠.

 

 

아버지의 자동차 안에는 잡지들이 있습니다. 잡지 속의 여자들을 비교하면서 자위행위를 체험하기도 하고 사전의 힘을 빌릴 필요 없이 자연이라는 순환 주기처럼 스스로 터득한 부모님들을 이해해 보려고도 하지요.

 

 

저런 바보가 어느 세월에 여자가 되겠어요? 그리고 언제 애를 낳겠어요?

사람들은 여자이길 포기하지 않으려 하죠. 나는 기꺼이 포기하겠지만.”

 

 

어머니의 투덜거림대로 무엇이든 첫 경험이 중요합니다. 첫 사랑, 첫 키스, 첫 섹스, 첫 출산 등등 소녀에서 여인으로 나아가기 위해 통과의례가 반드시 필요한 것처럼 생각했습니다. 래서 모르는 남자랑 데이트로 했다가 늑대 티셔츠를 입은 해변의 서퍼를 나이트에서 만나기도 하고, 영국 펜팔친구, 오토바이 타는 바이크족 아르노”, 이웃집 어른 비오츠씨까지 상대를 고민하다 결국 순결을 잃게 됩니다.

 

 

아직 철없는 이 어린 소녀에게 제대로 어른 노릇을 할 보호자가 없었음에 안타깝고 무기력함을 느껴버리게 되었습니다. 여물지 못한 정신적 성숙을 부모도 책임지지 못했습니다. 피임에 대해서 엄마조차도 무관심에 방임했던 것이라 솔랑주비오츠씨에게 다시 아르노에게 일시적으로나마 이끌렸던 것은 막을 도리가 없었던 것이죠. 무척 당혹스럽게 만드는 소설입니다.

 

 

10대의 ()이란 민감하고도 은밀한 주제입니다. ()에 눈 떠가는 와중에 느끼게 되는 격정적 사건이나 몽상과 흥분 등을 적나라하게, 직설적이고 사실적으로 묘사한 의의는 상당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 표현은 확실히 난폭했기 때문에 생각할 거리들이 여진처럼 남는 문제작입니다. 완전히 이해하고 공감하기 여의치 않은 탓에 몇 번을 반복해 읽어보면 다소 가닥이 잡히지 않을 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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