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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내
마리 다리외세크 지음, 최정수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처음에 제목만 들어봐선 혹시 했었습니다. <가시내>가 그 “가시내”냐고요. 그렇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계집아이를 속되게 일컫는 방언 “가시내”를 제목으로 사용했다면 10대 소녀 “솔랑주”와 그 친구들은 필시 정숙함과는 거리가 먼, 일탈적 성격이 강할 것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솔랑주”가 사는 곳은 프랑스 남부지방의 ‘클레브’라는 마을인데 바쁜 부모님 대신에 이웃에 사는 “비오츠”씨가 돌봐줍니다. 따분한 일상을 보내던 중에 생리라는 신체적 변화를 겪게 되면서 남녀의 신체의 차이점, 가령 생식기 같은 것에 궁금증도 덩달아 느낍니다.
학교 아이들도 마찬가지로 모두 섹스생각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러면서 이야기들은 토막토막 단락으로 끊어지면서 유기적으로 연계되지 않으니 굉장히 모호하고 불친절하기 짝이 없습니다. 섹스에 탐닉하는 아이들을 위해 남녀의 생식기는 백과사전을 펼쳐 사전적의미로 설명되고 있습니다만 그것만으로 다 이해했다고 볼 수 없겠네요. 그래서 “솔랑주”는 일기를 써 보려 합니다. 직접 펜으로 쓰자니 그렇고 녹음기의 녹음버튼을 눌러서 기록하기로 하죠.
아버지의 자동차 안에는 잡지들이 있습니다. 잡지 속의 여자들을 비교하면서 자위행위를 체험하기도 하고 사전의 힘을 빌릴 필요 없이 자연이라는 순환 주기처럼 스스로 터득한 부모님들을 이해해 보려고도 하지요.
“저런 바보가 어느 세월에 여자가 되겠어요? 그리고 언제 애를 낳겠어요?
사람들은 여자이길 포기하지 않으려 하죠. 나는 기꺼이 포기하겠지만.”
어머니의 투덜거림대로 무엇이든 첫 경험이 중요합니다. 첫 사랑, 첫 키스, 첫 섹스, 첫 출산 등등 소녀에서 여인으로 나아가기 위해 통과의례가 반드시 필요한 것처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모르는 남자랑 데이트로 했다가 늑대 티셔츠를 입은 해변의 서퍼를 나이트에서 만나기도 하고, 영국 펜팔친구, 오토바이 타는 바이크족 “아르노”, 이웃집 어른 “비오츠”씨까지 상대를 고민하다 결국 순결을 잃게 됩니다.
아직 철없는 이 어린 소녀에게 제대로 어른 노릇을 할 보호자가 없었음에 안타깝고 무기력함을 느껴버리게 되었습니다. 여물지 못한 정신적 성숙을 부모도 책임지지 못했습니다. 피임에 대해서 엄마조차도 무관심에 방임했던 것이라 “솔랑주”가 “비오츠”씨에게 다시 “아르노”에게 일시적으로나마 이끌렸던 것은 막을 도리가 없었던 것이죠. 무척 당혹스럽게 만드는 소설입니다.
10대의 性(성)이란 민감하고도 은밀한 주제입니다. 性(성)에 눈 떠가는 와중에 느끼게 되는 격정적 사건이나 몽상과 흥분 등을 적나라하게, 직설적이고 사실적으로 묘사한 의의는 상당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 표현은 확실히 난폭했기 때문에 생각할 거리들이 여진처럼 남는 문제작입니다. 완전히 이해하고 공감하기 여의치 않은 탓에 몇 번을 반복해 읽어보면 다소 가닥이 잡히지 않을 까라는 생각도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