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다른 아이들 1
앤드류 솔로몬 지음, 고기탁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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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을 위해,

 남들과 다른 존의 특별함을 위해서,

 이 세상이 내게 부여한 모든 동질성을 기꺼이 포기할 것이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기술적 연구를 추가적으로 요한다고 말하는 책들은 차고 넘칩니다. 결혼을 한 것만으로 미혼과 기혼의 경계가 구분되지 않는다는 이유겠지요. 부부가 2세를 갖기로 결정을 내리는 순간, 장차 그들의 이기적인 유전자를 물려받을 아이는 부모와 일정부분 동질의 특성을 공유하겠지만 정체성이라는 고유의 특성은 상당히 다를 것입니다. 있는 그대로를 사랑해야 함을 머리로는 인식하지만 가슴으로 받아들기에 기대수준은 처음부터 어긋나 있으며, 결국 쉽게 장담하지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요? 그래서 부모가 되려면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이 책은 말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일단 이 책은 양육이지만 좀 더 깊이 들어가 보면 나와 남이 다르듯, 그 정체성에서 차이라는 것이 나타났을 때 그때는 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과 해법을 제시하기 위한 다양한 사례들 보여줍니다. 청각 장애, 소인증, 다운증후군, 자폐증, 정신분열증을 가진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 이야기를 1권에서 먼저 다루고 있는데요, 867페이지에 달하는 묵직함에 겁을 집어먹게 되지만 읽고 나면 상비약처럼 가정에 비치해야 할 필수 도서가 될지도 모른다는 점을 인정할 수 있을 듯합니다.

 

앞서 언급한 아이들은 일반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분명 특별합니다. 그 특별함을 부모가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다른 아이들과 똑같은 성장과정과 평균수명을 누리게 되리란 확신과 아이들은 잘못해서 벌을 받고 있지 않다는 점, 그렇다면 건강한 동시에 자아존중이라는 독립적 객체라는 인식을 통해 절망이 아닌, 키우는 보람과 기쁨. 행복과 용기를 얻어야만 한다는 전제를 필요로 합니다. 저자 앤드루 솔로몬은 용기 있는 부모들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좋은 부모와 나쁜 부모는 어디에서 기인하고 있는지를 차근차근 설명해 나가죠.

 

 

그런 의미에서 이번 1권은 아이들을 경이로운 존재로 당연하게 인식할 수 있다면 훌륭한 첫걸음이라고 얘기하니깐 아직 부모가 되지 못한 입장에서 이질적이며 다름의 문제를 교정이 아닌 열린 시각에서 다루어야 한다는 기본적 소양을 초반부에선 형성하진 못했지만 뒤로 갈수록, 페이지가 줄어들수록 어느새 마음 한구석 비집고 들어옴을 느끼게 되었네요.

 

 

이제 1권을 돌파했으니 아직 남은 2권에서는 또 어떤 사례들과 연구이론들이 전개될지 기대해봅니다. 그런데 솔직히 이 책을 심도 있게 이해하려면 직접 아이를 낳아 키워보는 실습만이 지름길이겠죠. 혹시라도 계획에도 없던 2세의 탄생에 당황하지 않으려면 미리 예습차원에서 준비해둡시다. 정말 상관없다 싶으면 초저녁부터 불 끄고 일찍 잠자리에 들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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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자와 세이지 씨와 음악을 이야기하다 비채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선 7
무라카미 하루키.오자와 세이지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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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팬들 사이에선 요즘 화제의 책이라는 소문을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씨본인 스스로도 재즈 마니아임을 천명했지만 클래식 음악도 좋아한다는 사실을 이번에야 처음 알게 되었네요. 저 같이 클래식을 평소 가까이 하지 않는 문외한의 입장에서는 일본의 대표적인 마에스트로 오자와 세이지씨와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씨의 대담은 특별해 보입니다. 그 계기가 오자와 세이지씨의 식도암 절제수술에 따른 요양과 재활치료였다고 해서 기회도 되거니와 중간 중간 마에스트로의 건강이 살짝 염려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진행해도 괜찮을까... 결국 슬기롭게 잘 대처한 듯합니다.

 

 

첫 대담은 하루키씨 자택에서 진행되었군요.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제1부터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제3을 함께 들으면서 마에스토로 카라얀이나 피아니스트 굴드같은 사람들 얘기를 나눌 때면 완전 이해하기는 힘들어도 나름 알아들으려 애쓰게 되더군요. 누군지 이 사람은? 이라고 의문이 들 때마다 좀 수고스럽지만 간단히 검색해서 정보도 알아보고요. 막간에 레코드 마니아에 대한 최초의 부정적 인식에 대해서는 저 자신도 감히 마니아 축에 들 자격은 안 됩니다만(어차피 전 pop에 대해서만 어설픈 마니아였다는 정도?) 음악을 감상하는데 있어서 레코드는 열심히 수집한 것도 같은데 말입니다.

 

 

정작 한가한 시간대에 그 감상이란 실천을 제대로 못 옮겼다는 점에서 그때는 반성이 좀 필요했겠다 싶었습니다. 그러면서 마지막에는 이 대담이 마니아를 위해서가 아니라 순수 그대로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재미있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순수해 보였습니다. 분명히 세이지씨하루키씨랑 대화하면서 재미를 느끼고 때론 배우는 점도 있다고 고백했다는 점에서는 거장의 일방적인 가르침에서 벗어나고자 한 노력이 보입니다.

 

 

그렇게 일본을 벗어나 하와이 등 세계 각지에서 두 사람의 특별한 대담은 계속되는데요. 그 중에서도 인상 깊었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청중 또는 오케스트라 단원들 간의 반응이랄까 관계적인 측면이었어요. 이탈리아 밀라노 오페라 극장에서 청중들의 야유가 일상적인 문화라고 하는데 하루키씨의 표현대로 작가가 비평을 피할 방법은 간단하지만 이미 청중 앞에 노출된 음악가는 고스란히 모든 걸 감당해야한다는 사실이 분명 괴로울텐데요. 야유를 브라보로 잘못 알아들으신 어머니도 웃겼지만 무엇보다도 단원들 스스로가 당신을 지지한다, 편을 들어주더라는 이야기는 좀 감동적이었죠. 그래서 불협화음 없이 화음의 조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리더쉽이 마에스트로가 가진 최대의 무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흐뭇한 사례와 달리 마에스트로에게 직접 불만을 표시하면서 직설적으로 따지고 들어오는 어느 오케스트라 단원들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까 그 점도 적잖이 놀래케 했어요. 저래 갖고 어떻게 한 배를 탔다고 할 수 있나 싶을 정도여서 앙상블 자체가 신기하기만 합니다. 그렇게나 클래식에 대한 조예가 없어 쉽지 않은 독서였지만 최대한 편안하게 풀어 보려한 두 사람은 대단하네요. “하루키씨명성에 걸맞은 다양한 글쓰기에 이런 방식도 가능하다는 걸 잘 보여준 사례가 아닌가 싶어요. 클래식을 깊게는 몰라도 겉핥기라도 시도해보고 싶다는 유혹이 간질간질하면 성공한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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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 주식회사
사이먼 리치 지음, 이윤진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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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천국 주식회사라는 제목만 들어서는 바로 감이 안 잡히게 되어있습니다. 뭐 기독교서적인가 싶죠. 기독교든 불교든 이슬람교든 종교가 개입하면 무조건 질색인데 말입니다. 따분 또 따분. 그런데 일단 작가의 경력이 화려해서 눈길을 끄네요. 포브스 선정 [30세 이하 30]에 두 차례나 올랐다고 하니 이 작가 뭔가 대단해보입니다. 그런 점을 염두에 두고 큰 기대 없이 읽어나갔는데 오 마이 갓! 진지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처음부터 끝까지 유머로 무장되어 있어요. 제목 그대로 죽어서 착한 사람들만 간다는 그 천국이 주식회사로 운영되고 있으며 사장님은 하느님, 직원은 천사들이라는 기발한 발상으로 시작하고 있는 겁니다.

 

 

때마침 미생열풍이 불어서 그런지 <“미생을 능가... 해야 할 이유 같은 건 없는 오피스 드라마 로맨틱 코미디>로 소개되어 있는 저 문구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그래서 미생을 의식하지 않으려 해도 상당부분 의식하게 되요. 천국 주식회사의 임직원 구성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으며 거기도 계약직, 정규직이 있으며 일중독에 호시탐탐 출세를 노리는 야망천사들이 있습니다. 주식회사니까 원 인터내셔널의 철강팀, 영업1, 2팀 하는 식으로 여기도 과업별 조직과 부서로 당연 구성되어 있구요.

 

 

문제는 사장님이신 하느님입니다. 인간세계의 관리라는 본연의 업무는 안중에 없고 인간들의 대중문화와 스포츠에 빠져서 무사태평, 방만 경영을 하던 중이었습니다. 주인공인 천사 크레이그일라이자는 천국 주식회사의 기적부 산하 종합 웰빙과 직원들로 인간들을 위해 작은 기적들을 생산해 소원성취도 해주면서 잡다한 문제들을 해결해주느라 늘 고군분투하는데요, 여자천사 일라이자가 기도 수취부에서 기적부로 발령 온 뒤로 하느님이 끝도 없이 쌓여만 가는 인간들의 기도문을 외면한 채 놀고먹자 홧김에 하느님에게 똑바로 일하라고 쏘아붙이죠. 그녀의 쓴 소리에 과연 날라리 하느님이 정신 차렸을까요? 아닙니다. 오히려 눈을 뜨게 해줘서 고맙다 해놓고서는 사업을 접고 은퇴해서 레스토랑을 차릴 결심을 해요

 

 

이제 지구는 골치 아프기만 하니까 멸망시키기로 합니다. 지구 종말 선포 30일 전, “크레이그일라이자는 이를 결사반대하면서 하느님과 지구 종말을 막기 위한 조건부 내기를 걸어요. 그것은 서로 짝사랑하지만 고백을 못해서 서로를 엮게 해달라는 소원만을 빌고 있던 어느 소심한 남녀의 데이트를 성사시킨다는 내기였습니다. 앞서 천국 주식회사의 일상도 무척 잼나지만 여기서부터 본격 로맨스 코미디로 넘어가면서 더욱 흥미진진, 유쾌하게 펼쳐집니다.

 

 

사실상 인간의 심리를 조종할 수 있는 권한이나 능력은 천사들에게 없습니다. “빈스로라라는 인간 세계의 두 남녀는 상대가 먼저 데이트 신청 해주기만을 바라는 마음만 가지고 있을 뿐이라 더 이상 어떤 노력도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떡하든지 서로 만날 기회를 인위적으로 조성해주면 결과가 나오리라 봤기 때문에 천사들은 눈물겨운 조작에 들어갑니다. 어떤 상황을 인위적으로 조성해줘도 인간들의 심리는 언제나 예측에서 벗어나는 걸 보면 사랑이란 감정은 당사자들의 자유의지가 아니면 그 어떤 기적도 필요 없다는 거죠. 시간은 점점 흘러가고 빈스로라는 데이트를 하지 않으니 속은 타들어가지만 결말은 결국 예상 했던대로 흘러갑니다.

 

 

그걸 알면서도 알콩 달콩 러브라인 구축을 시도하는 갖가지 방법들이 무척 유머러스합니다. 그렇게 낄낄대며 웃다보니 어떤 기시감 같은 걸 문득 느끼게 되네요.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갈 때 뭔가 신나고 행복한 일이 생겼으면 좋겠단 생각을 내내 했던 시절이 있었어요. 어느 날 부터 일정한 타이밍으로 대단치는 않지만 그런 일들이 실제 일어나면서 그때그때 즐거워할 때 마다 이거 혹시 내 마음을 신이 읽고 불쌍히 여겨 들어준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매일 보았지만 아무런 인연이 없던 어느 누구랑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자꾸 엮이면서 서로를 알게 되고 친해지게 되는 결과까지 낳으니까 더 그런 의구심이 들었지요.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좋아하는 감정이 들기까지의 과정은 추억으로 선물 받은 것은 아닐까 라구요. 책이랑 너무 유사한 상황전개였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이 책은 가볍게 즐기며 읽다가도 특정한 기억과 감정선을 톡하고 건드리기 때문에 웃음 뒤에 감춰진 뭉클한 감동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책장을 덮고 난 순간 그냥 한없이 행복했나 봅니다. 무지 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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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브로큰 2 - 모든 기적은 삶에 있다
로라 힐렌브랜드 지음, 신승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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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이 몇 시간 남지 않은 지금, 이 순간이 아쉬워 마지막 책 리뷰를 남겨보려 합니다.

이로서 129권 째인데 한권차이로 130권을 못 채우고 마무리합니다. 이번 책은 로라 힐렌브랜드<언브로큰>이라는 책인데 20151월중 안젤리나 졸리의 첫 장편영화 감독 데뷔작으로 국내개봉 예정으로 있고 이미 미국에서는 개봉에 들어가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는 등 순항 중이라고 합니다. 처음 영화 정보를 접했을 때보다 원작을 먼저 읽고 나니 영화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커지는 걸 확연히 느낄 수가 있겠더라구요.

 

 

여기 이탈리아의 가난한 미국 이민자 아들이 있습니다. 소년 루이스 잠페리니는 처음엔 병약해서 달리기를 하면 꼴지에서 맴돌 정도였으나 점차 소질에 눈을 뜨게 되면서 본격적인 육상훈련을 받게 됩니다. 이후 루이스 잠페리니는 실력이 일취월장하면서 미국 고교 장거리 신기록을 연이어 수립할 정도까지 성장하는데 동네에서 소문난 말썽꾸러기였던 그에게 육상은 젊은 혈기를 올바른 방향으로 발산시킬 분출구가 된 셈이지요.

 

 

19살이라는 최연소 나이로 미국 육상의 올림픽 국가대표로 발탁되어 베를린 올림픽에 출전하였으며 비록 메달은 못 땄지만 경기 중 놀라운 투혼을 발휘해 독일 총통 히틀러로부터 칭찬을 받기도 했습니다. 첫 출전 올림픽이 경험부족으로 메달획득에 실패했다지만 그는 여전히 유망한 금메달 후보였습니다. 탄탄대로일 것만 같은 그의 길을 가로막은 것은 다름 아닌 태평양 전쟁의 발발이었습니다. 육군 항공대의 항공병으로 전투에 참전했다가 폭격기가 엔진 고장을 일으켜 태평양에 추락하게 되는데 무려 47일 동안이나 망망대해를 표류합니다. 여기서부터 실존인물 루이스 잠페리니의 처절한 생존기가 펼쳐지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한 개인의 평범할 수도 있었던 일대기가 확 돌변하더군요.

 

 

47일 동안의 표류기도 막막하지만 일본군에게 잡혀 3, 정확히 850일 동안 포로수용소에서 지냈던 그 기간이 진짜 시련이었습니다. 군국주의의 망상에 빠진 일본군은 제네바 협약 따위는 사실상 무시한 채, 연합군 포로들에게 매일매일 고문과 체벌, 중노동을 통해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성마저 짓밟는 만행을 저질렀죠. 존엄성은 인간성이 말살되면 희망이 우선 사라지고 정체성도 뒤이어 잃어버리게 된 후 모멸감 속에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굴복하게 되는데요. 일본군이 노린 것이 바로 복종이라는 최종 단계였습니다. 목적 달성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잔인한 행위도 용납되고 묵인되는 전쟁범죄라는 시스템이죠.

 

 

더 이상 극한의 상황일 수 없는 지옥 같은 수용소에서 루이스 잠페리니는 뼈만 앙상하게 남았지만 고통을 굳은 결의로 버텨냅니다. 그만의 방식으로 대응하고 저항합니다. 돌아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폭력의 굴레였지만 역경과 고난 속에서도 오로지 살겠다는 희망을 살아남을 수 있었죠. 그 어떤 것보다 가장 위대한 존재는 바로 인간 그 자체라는 진실을 각인시켜주기 위해 이 책에서 루이스 잠페리니의 여정은 실로 기적이자 경외감입니다. 제목처럼 깨어지지 않는불굴의 자아야말로 이 책을 베스트셀러 장기집권과 영화 박스오피스 석권이라는 결과로 대중들을 열광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영화로 만난다면 루이스 잠페리니를 짐승같이 학대했던 일본군인 와타나베의 악마 같은 연기도 상당히 주목해야 할 것 같네요. 상당히 감동적인 대서사였던 탓에 영화가 개봉하면 챙겨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집 떠나면 개고생이라는 말이 이리도 절실하게 와 닿은 적 없어서 떠났다가 다시 가족의 품으로 귀환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소중하고 중요한지 이 책으로, 또 영화로 진하게 느껴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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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 제133회 나오키상 수상작
슈카와 미나토 지음, 김난주 옮김 / 예문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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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으로 출간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개정판이었던 것이 바로 이 책, “슈카와 미나토<꽃밥>이었습니다. 과연 심사평대로 사람의 미묘한 속마음을 섬세하게 그려낸 솜씨가 대단했을지 한번쯤 확인해보고 싶었는데 예전에 그의 다른 작품 <오늘은 서비스데이>에서 그런 징후를 발견했던 것도 이유일 듯해요. 때마침 책에 실린 6편의 단편은 아이의 눈으로 바라 본 세상이었고 그 속에 삶과 죽음, 그리고 애틋하고 쓸쓸한 어떤 그리움이라는 감정이 들어 있었어요.

 

 

첫 번째 단편 꽃밥에서는 아빠가 돌아가신 후 어느 날부터 전생을 기억하는 여동생과 처음엔 그 사실을 믿지 않다가 여동생이 전생에 살았다는 동네를 함께 찾아 가는 오빠 이야기가 그려져요. 전생이라는 단어가 어딘지 모르게 오싹한 기분이 들게 한다 싶었는데 제목인 꽃밥이라는 단어와 만나 뭉클함을 전하죠. 마치 안개 속에 숨은 동화 속 마을을 찾아가는 풍경 속에서 시공간을 초월하는 만남이 조용하면서도 환상적이네요. 보고 싶다는 그 간절함이 이토록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할 수 있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두 번째 단편 도까비의 밤은 차별받는 재일 한국인으로 태어나 미처 꽃피지 못하고 어린 나이에 병으로 죽은 정호라는 아이가 도까비가 되어 나타난다는 이야기입니다. 역시 슬펐어요. 같은 한국인으로서 민족적 설움도 한 몫 하거니와 아직은 순수하고 허물없어야 할 아이들의 세계에서도 어른들의 편 가르기가 개입하여 따돌림을 감수해야만 했던 당시의 현실이 무척이나 안타까웠습니다.

 

 

영악하지도 못해 부당함을 겪어도 눈치만 봐야했던 그 어린 마음은 얼마나 아팠을까요? 그래서 죽어 유령이 아니라 도까비로 나타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원혼이 아니라 차마 떠나지 못한 미련, 그걸 풀어주고자 하는 동심... 어른들은 마냥 무섭다며 배척하려 들지만 무서운 건 그 매몰찬 이기심입니다. 그러지 않을 수도 있었는데 작은 배려하나 베풀기가 그리도 어려운 일인지 결말에서 눈물이 날 정도였네요.

 

 

그 밖에 설탕을 먹고 자라는 미지의 요정 생물과 소녀의 동거라든지, 세속에 남은 욕망에 대한 미련 때문에 화장터로의 운구를 거부하며 말썽을 부리는 영혼 이야기, 고통 속에 몸부림치는 사람들을 죽음으로 인도하는 말을 구사하는 무당의 기이한 생과 사 등도 읽는 동안 희노애락과 생로병사를 담담하게 때론 코미디로 난장판처럼 보여주기도 하는 단편들입니다.

 

 

그것들을 말하는 아이들은 옹졸한 어른들 때문에 부당한 차별, 불합리한 처사를 겪어야만 했습니다. 그때는 다들 먹고 살기 어려울 때라 남들 돕고 이해할 여유와 아량이 없었던, 지극히 당연한 시절이었다고 합리화할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이라고 모든 사정이 일시에 해소되었을까요? 문제점들은 아직 남아 있습니다. 여전히요.

 

 

다만 이야기의 관점이 감성적이면서도 어떤 편견이나 선입견이 개입할 여지를 남겨놓지 않은 점은 다행입니다. 이 신기하고 묘한 색깔들은 농밀하면서도 아련해서 비밀은 추억이 되고 다시 죽음으로 이어집니다. 무서운 듯, 신비한 듯, 미안함과 안타까움이 경제성장의 그늘에서 아픔을 향수라는 이름으로 되살려냈는지도 모릅니다. 아이가 어른이 되어 되돌아보는 관점이 들어갔더라면 더 애잔함이 컸을 텐데 라는 느낌도 같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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