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밤 : 시 밤 (겨울 에디션)
하상욱 지음 / 예담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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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받자마자 조용히 제목 뇌까려보기.

시밤

주위에 듣는 사람이 없어야해. 자칫 9×2로 오해받을 수 있으니까.

그래서 줄여 읽지 말고 풀 버전으로 읽으면 시 읽는 밤되시겠다.

책을 한 페이지 한 페이지씩 펼쳐본다. “목차는 발음에 충실하게

목에 킥을 날리는 사진으로,

그렇다면 이 시집은 딱딱하고 관념적인 단어들의 나열이 아니라

때론 개콘식 코드로 웃기다가 나중에는 짧은 몇 줄에 담긴

속 깊은 정을 계속 생각하게 한다.

다르고 다르다는 게 이런 상반된 느낌일 줄은


 
   
   
   


 
그대도 그립지만 그때에 더 의미를 두고 싶지 않을까?

다시는 못 돌아갈 그때는 그대를 만나게 해주었기에

지금에도 사람보다 시절을 더 곱씹으며 혼자 망상에 빠지는 날이

점차 많아지는데 참 시의적절한 글귀이다.

 

 

자고 싶은 사람 말고

잡고 싶은 사람 만나

 

 

요새 청춘들은 함 자봐야 잡을 건지 말건지

결단을 내릴 수 있다하겠지. 성능테스트 해 본다면서.

솔직히 그렇다. 이 시집이 결과적으로 공감을 이끌어내는데

있어서 성공한 것처럼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어떤 시는 참으로 진부하다.)

 

 

시팔이 선생께서 정작 하고 싶었던 말이

모두 행복한 밤이길

나를 떠났던 사람도 내가 떠났던 사람도

였을 거라며 사람에 만족해도 되지 있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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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 그리울 때 보라 - 책을 부르는 책 책과 책임 1
김탁환 지음 / 난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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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들은 적 있는데 나이가 들면서 왠지 산문집에 마음이 간다고 했다. 가을이면 머리털도 숭숭 빠지는 털갈이 시즌인데 그런 신체적 변화와 산문집이 상관관계가 있는지는 학계에서 아직 검증된 바는 없다는. 어쨌든 펴낸 곳이 난다이고 과 책임 이라는 이름을 걸고 낸 첫 산문집이란다. 읽어가겠다와는 어떤 차별점이 있는지는 직접 비교할 길은 없지만 얄브리한 책장을 다 덮고 나면 책을 부르는 책이라는 표지 문구가 과장이 아님은 확신한다. 뭉클해서 눈시울 붉어지는.

 

 

제목을 보라, <아비 그리울 때 보라>. 처음 들어본 얘기라 생각했지만 다시 곰곰이 되새겨보니 결국은 들어본 적 있는 얘기이다. 출가외인인 딸이 동생의 결혼식에 참석하러 친정에 들른김에 소설 <임경업전>을 필사하다 완수 못한 채 돌아갔다. 이 사실을 안타까이 여긴 아버지는 사랑하는 딸을 위해 종남매와 숙질까지 동원해서 같이 필사를 마친 후 마지막 장에 손수 적은글이 아비 그리운 때 보라였다고. 요즘 같으면 기프티북이라도 전송해주었겠지만 대량 출판의 시스템이 없던 그 시절에 책 한 권 필사하는 작업이 얼마나 손이 많이 가는 일이었을까?

 

 

뜻밖에 필사본을 받게 된 딸은 필시 아버지의 자필에 무한한 감동을 받았을 것임에 틀림없다. 나 또한 눈물이 핑 돌 정도였으니까 당사자야 오죽했을까. 주는 이와 받는 이 모두의 마음과 인연을 잇는 선물이자 가교가 책이라는 정성만큼은 잊지 말아야겠다. 그런 미담을 예시로 들면서 김탁환 작가가 소설가가 된 우연한 계기와 창작의 고통을 기쁨으로 승화시킬 수 있었던 하나하나의 뒷이야기들을 그 순간의 책들과 엮어 소개해나가는 것이 바로 이 산문집이다.

 

 

세월호 사고, 빅뱅, 김광석, 애니메이션 등등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트렌드를 빠뜨리지 않고 언급함으로서 시대에 뿌리를 내리고 자생하는 소설가로서의 밥벌이도 우리네 삶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음을 강조한다. 굳이 그 논리에 설득당하지 않아도 이 산문집은 무척 잘 읽혀진다. 왜냐하면 소설과 비소설, 장르와 비 장르, 인간, 역사, 과학, 예술 등등 인류문화의 축적된 지식이라는 보물창고가 현란하게 읽어달라고 유혹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독자라면 이 유혹을 뿌리칠 수 있을까? 10여년 넘는 세월동안 피가 되고 살이 되며 각종 매체에 기고되었던 그 무수한 칼럼들 중에서 알짜배기 글 50편과 그 속에서 소개되고 있는 이 책들이야말로 김탁환 작가의 정신세계를 일목요연하게 압축했을 뿐만 아니라 책탑파들의 견고한 지갑을 여는 열쇠라는 점에서 가치 있는 카달로그인 셈이다. 아마도 이 책들을 다 읽게 될 일은 결단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중에서 몇 권은 분명 선택해 읽게 될 것 같다. 혜초 <왕오천축국전>이 특히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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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줏간 소년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패트릭 맥케이브 지음, 김승욱 옮김 / 비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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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 조던 감독의 영화로 먼저 알려졌던 <푸줏간 소년>의 원작을 이제야 만나보았다. 동화 같았으면 했던 이 성장소설은 성인이 된 프랜시 브래디의 수십 년 전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독백으로 악몽의 시작을 연다. 어쩌면 가정환경이 평생의 인성을 좌지우지 한다는 사실을 이보다 더 명확히 증명하지는 못할 것 같다. 알코올 중독자인 아버지는 수시로 폭력을 휘두르고 그런 폭력 앞에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는 엄마는 늘 자살 예행연습 중일 정도니까 이미 막장 집안인 것이다. 소년이 올곧게 자랄 수가 없는 숙명적 환경이다.

 

  

소년이 본격적으로 폭주하기 시작하는 것은 이웃인 누전트 가와 트러블을 빚고 난 이후부터. 의례히 발단은 사소했다. 그 집의 아들인 필립이 소장하고 있는 만화책을 악의적으로 빼앗은 일이 드러나 필립의 엄마인 누전트 부인의 눈밖에 벗어나게 된 것이다. 순순히 용서할 수 없었던 누전트 부인은 소년의 가족을 노골적으로 돼지 취급하여 끊임없이 경멸과 조롱으로 대하고 이에 소년 또한 물러서지 않는다. 반항이 상식을 넘어 통행세를 내라며 누전트 부인을 압박하지 않나, 집에 침입해 X을 싸갈기기까지... 통제범위를 넘어선 탓에 마을에서 쫓겨나다시피 한다.

 

 

가정환경은 원래부터 이랬다 치고 학교라고 다를 건 없었으며, 마을 사람들의 적대감마저 겪다보니 분명 소년에게도 행복한 가정을 일말이라도 꿈꾸며 부모님을 위해 효도할 여지가 있었음이 사실이지만 제대로 기회를 부여받지 못한 탓도 크다. 소년의 해괴망측한 짓거리와 과잉된 증오심들은 모두 어른들의 가식적이고 추악한 위선적 작태를 돼지라고 부르는 불완전한 심리 상태에 망가져있다. 그 에피소드들은 얼핏 불편하게 다가오지만 때론 경쾌하고 리드미컬하기도 하다. 소년을 이렇게 만든 게 다 어른들 탓이라고 해도 어쩌겠나. 

 

 

물론 소년의 본성은 본래 악으로 가득 차 있었을지도 모른다. 환경이 어쩌고 어른들이 저쩌고 하기 전에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친구들을 괴롭히는 일련의 행위들은 그런 것들로 면피하기 힘들 정도로 저 멀리 빗나가 있다. 그 삐뚤어진 가치관이야말로 예전이나 지금이나 순수의 시대를 어지럽힌 난동은 본인 탓과 어른들 탓이라는 죄책감이 합친 데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동명의 영화에서 시각적으로 표현했던 초현실적인 장면들은 그만큼 인상적으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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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 크로니클 셜록 시리즈
스티브 트라이브 엮음, 하현길 옮김 / 비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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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의 인기 영드 <셜록>은 시즌3까지 방영되었고 시즌4를 전 세계의 많은 팬들이 기다리고 있음은 주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전설적인 수퍼히어로 셜록은 그동안 수많이 영상화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지금에 와서야 또 다시 드라마로 만들려고 했던 것일까? 그 탄생비화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하는 것이 이 책 <셜록 : 크로니클>이라고 할 수 있겠다.

 

빅토리아 시대를 리메이크하는 것 보다 셜록과 왓슨을 현대에 풀어놓고 새로운 세상에서 그들의 장기이면서도 특성 그 자체를 입체적으로 보여주고자 했던 제작의도가 초반부에 잘 드러나 있다. 현실에 맞게 발전된 각색은 공동기획자 중 한 명인 스티븐 모팻과 그의 부인이자 제작자인 수 버츄의 의기투합이라면 그리 어려운 설득과정은 아니었을 것이다. 너무나 사랑받고 있는 캐릭터니까 어떻게 달리 살려보느냐는 합의도출만이 남았을 뿐.

  

 

그런 의도를 담은 마크 게이티스의 서문이 끝나면, 1전설적인 탐정의 모험에서는 스티븐 모팻이 셜록의 원전, 즉 원작자인 아서 코난 도일의 원전에서 셜록에 대한 이해와 속마음을 얘기하고 있다. 도일이 셜록 홈즈의 인기를 부담스러워하며 그를 지워냄으로서 다른 창작을 꿈꾸어왔던 그 솔직함이 무척 인상적이다.

 

 

심지어 팬들로부터 격렬한 반발에 부딪혀 테러까지 당했다고 하지 않는가! 세계적인 히어로의 탄생과 전성기, 뒤안길에 이르기까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닌데다 작가로서의 부나 명성을 가져다주는 것 외에 독이 든 성배였을 듯 싶다. 잘 알려지지 않은 그런 뒷이야기들이야말로 이 책의 특별함을 부각시키는데 단연 일등공신이 된다 할 수 있다.

 

 

다음 2장부터는 촬영장소에 관한 에피소드들이다. 섭외부터 특수효과가 사용된 장소를 비롯하여 제작에 참여한 스탭진들의 실제 인터뷰들도 삽입되어 완성된 수제품이 어떠한 수고를 거쳤는지 그 노고를 세세히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또한 매회 삭제된 장면은 어떤 것인지와 주요배역 캐스팅에 얽힌 비화와 그 배우의 프로필까지 결들임으로서 셜로키언들을 위한 진정한 바이블로 자임하는 최고의 가이드북이다.

 

 

사진 속에 나온 장소들은 관광 상품으로 만들어도 손색없겠고 배우들의 표정 하나하나가 본 드라마에 대한 몰입과 충성도를 이끌어내는데 있어서 더할 나위없는 훌륭한 미끼감이겠다. 아니 소장할 가치가 뛰어나다고 해서 아직 이 드라마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않은 나 같은 시청자가 먼저 접하고 나면 오히려 드라마에 대한 흥미가 반감되지 않을까 우려해야 할 장도의 퀄리티, 복어독이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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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듭과 십자가 버티고 시리즈
이언 랜킨 지음, 최필원 옮김 / 오픈하우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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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작가와도 첫 만남이지만 버티고(VERTIGO)란 브랜드도 처음이라 여러모로 생경하다. 그 와중에서도 이언 랜킨이라는 이 작가가 타탄 누아르의 제왕이라는 그 명성만큼은 귀에 닳도록 들어왔고 존 리버스는 영국경찰의 자존심처럼 느껴진다. 영국 범죄소설이라면 발 맥더미드나 스튜어트 맥브라이드가 고작인 내겐 비가 많이 와서 늘 축축 음습한 에딘버러의 기후처럼 존 리버스 경사는 이제껏 봐왔던 캐릭터들과는 궤를 달리하는 듯하다.

 

 

런던이 아니기에. 존 리버스 경사는 스코틀랜드 에딘버러의 경찰 범죄국 소속으로 현재 상태는 낙관적이지 않은 게 이혼한데다 정신적 트라우마가 심각하다. 아니 그 트라우마 때문에 이혼하였나, 아님 경찰이란 직업 자체가 원만한 가정을 꾸려나기 조차 힘든 열악한 조건이 아니었을까... 우선은 흔히 볼 수 있는 성격차이에서 비롯되어 사랑하는 딸도 자주 만나기 힘들다. 마치 해리 보슈를 보는 것 같았다.

 

 

경찰직에 몸담기 전 특수부대 출신으로서 상당히 임무 수행 중 고초를 많이 겪은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전체분량 중 캐릭터의 탄생과 성격을 설명하는 데 할애하는 지분이 크다면서 중반까지 지루함을 토로하는 독자들이 꽤나 있다. 근데 희한하게도 사건이 본격적으로 급물살타기 전이 예상외로 아기자기하다. 딸과의 관계도 그렇거니와 여자의 유혹에 쉽사리 넘어가 썸 타는 과정도 즐거움을 준다. 게다가 강인한 마초도 아니어서 툭 치면 부러질지도.

 

 

경찰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사건이 있는 법, 에딘버러를 공포에 떨게 만드는 연쇄 유괴 살인이 끊이지 않으니 딸을 둔 부모들의 애간장은 날로 커지고 언론은 촉을 세우며 사건의 실오라기라도 건져 기사감을 만들기 위해 보도전쟁에 혈안이 되어있다. 그런데 문제는 범인으로 의심되는 무명인으로부터 봉투가 날아든다. 바로 존 리버스 경사에게. 뜻을 풀이하지 못할 문장들은 암호 같고 매듭지은 노끈까지. 이제 범인과의 연관성으로 의심까지 받게 된다.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던 존 리버스는 이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 거라고는 짐작하지만 도무지 실마리를 찾을 수가 없었다. 도전장 이것은 도전장이다. 어렴풋이 어둠 속에서 여명이 보일락 말락 하던 중에 존 리버스가 급조한 수수께끼 낱말풀이가 그런 식으로 진행될 줄이야. 정답은 가까운데 있어 손 내밀면 닿을 곳에 있었는데 참 에둘러 간 것 같다. 뭐 그래도 나쁘지 않다. 무겁게 다가오지 않고 공중에 발이 떠 있는 기분. 어설프지만 귀엽다는 것.

  

  

잔인한 설정이 없어도 충분히 재미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인 첫 작품이다. 매끄럽게 읽힌다. 깊고 진한 맛은 없어도 캐릭터의 힘만으로도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힘이 세 보인다. 다음 편에서는 좀 더 발전되고 숙성된 재미가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은 기대감을 드높여서 기분 좋게 페이지를 덮을 수 있었다. 오우 존 리버스 경사! 당신 괜찮은 남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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