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파산 - 장수의 악몽
NHK 스페셜 제작팀 지음, 김정환 옮김 / 다산북스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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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네 케이스케의 <열대야>에는 시대적 배경을 알 수 없는 최고령 사회인 일본에서는 국가가 호황에서 불경기로 접어들며 가난한 국가가 되자 그 책임과 원망의 화살이 노인에게 향한다는 줄거리의 단편이 있다. 아니 중편 수준으로 보아야할 것인가. 연장자로서 사회적으로 존경을 받고 행복한 노후로 남은 생을 조용히 보내야할 노인들이 마치 늙으면 죽어야 한다.” 식으로 고난을 겪어야한다는 설정이 상상이지만 어떤 식으로든 우리들의 가까운 미래에 또 다른 형태로 도래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몸서리 쳐졌었는데 바로 이 책 <노후파산>은 그러한 암울한 세상을 직접적으로 그려내고 있어 읽기가 두려워졌었다.

 

 

! 가끔씩 방송으로는 국민연금이 행복한 노후를 보장해 줄 것처럼 살살 꾀기도 한다. 그러나 그걸 곧이곧대로 믿어주는 바보가 아직도 존재할지는 모르겠지만 연금만으로는 턱 없이 부족하고 직장을 다니는 동안 필사적으로 일해 당장을, 더 나아가 미래를 준비해보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도 하 듯 전혀 보탬이 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어떻게 보면 아직 젊다. 미리 노후를 염두에 두지 말고 즐기자, 어떻게든 되겠지 라는 안일함에 젖어있었을 수도 있겠지만 설마 이 정도까지일 줄은 꿈에도 생각 못하고 사는 젊은이들이 많다.

 

 

그랬던 사람들이 은퇴한 순간. 이제는 솔직히 말해서 빨리 죽고 싶다고. 죽어버리면 돈 걱정할 필요도 없으니, 지금 이렇게 살아 있는 것도 누굴 위해 살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면 탄식한다. 노인들을 파산으로 모는 것에는 자녀부양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는 데도 이유가 있겠고 아파도 병원 갈 돈이 없어 참고 살기도 하면서 노년 복지서비스는 역시 돈이 없이 돌봄 서비스 같은 혜택도 누리지 못한다. 돈이 없으면 자녀들도 외면하기 마련이고 찾아오는 이 없어 외로움에 떨다 함께 식사하고 차 마시며 수다 떨 수 있는 상대를 그리워하게 마련이다.

 

 

노후파산은 이제 머나먼 미래나 남의 일이 아니다. 이 책의 배경인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우리에게도 공포로 다가오고 있다. 사회보장제도에 기대기에는 고난이다. 저 출산, 핵가족화, 고용시장의 불안정화, 삼포세대의 젊은이들로 인하여 부양해야할 노인을 감안하면 돈은 더 들어가는데 반해 돈은 나올 구멍이 없고 세금을 무한대로 증세할 상황도 아닌 것이다.

 

 

죽지 못해 사는 노인들은 바로 우리들의 모습이 곧 된다. 이 책은 노후파산의 소름끼칠 사례들을 낱낱이 보여주면서 경각심을 고취함으로서 당신도 당하지 않으려면 어떻게든 대책을 서둘러 세우라고 말한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묘안이 없는 것을. 방법은 아프지 않고 늙다가 좋은 꿈꾸다 세상과 작별하는 것밖에 없다. 고통 없는 노년이 어디 마음대로 될까? 돈 없어도 버틸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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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와후와 비채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선 10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 / 비채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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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와후와를 얼핏 들었을 때는 우와우와의 감탄사 버전 같기도 하다. 실제로는 구름이 가볍게 두둥실 떠 있는 모습 같이 보드랍고 푹신푹신한 상태를 표현하는 말이라고 하는데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과 안자이 미즈마루의 그림이 만난 이 그림책의 주인공을 일컫는다고 해도 무리는 없겠다. 왜냐하면 하루키는 고양이를 무척 좋아한다고 했으니까. 그중에서도 늙고 커다란 암고양이를 특히. 따지고 보면 일본인들은 고양이에 대한 애정은 남다른 것 같은데 미쓰다 신조의 트위터에도 어김없이 고양이 사진을 발견하게 되는 걸 보면 말이다.

 

 

그래서 앞서 언급했던 후와후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싶었던 건지 고양이털의 따뜻하면서도 아름다운 온기와 그 생명력, 폭신폭신하고 부드러움을 쓰다듬다가 볼록볼록 해졌다가 꺼졌다가를 반복하는 고양이의 배에 귀를 가만히 기울인다. 눈을 감고 일상의 평화를 만끽하는 하루키를 따라 4월의 봄날 같은 시간의 흐름은 정지된다. 몇 번을 읽어도, 몇 번을 구경해도 이처럼 편안할 수가 없다.

 

 

또한, 초등학교에 갓 들어갈 무렵, 키웠던 단쓰와의 추억은 어떠한가, 영민해서 사랑받았던 단쓰는 가끔씩 전 주인의 집을 잊지 못했던 탓인지 돌아갔다고 한다. 나이 먹어 더 이상 키울 형편이 아니 되었을지도 모른다. 내쳐진 자신의 운명을 원망 않고 고향 같은 그 곳이 그리워서 돌아갔을 거라고 생각만 해도 뭉클해진다. 문득, 어렸을 적 강아지 몽실이를 엄마 친구에게 입양시켰을 때 종이 백에 담겨 계단을 내려가던 중, 탈출하여 우리 집으로 되돌아 잡히지 않으려 식탁 밑에 숨었던 그날이 떠오른다. 녀석은 발버둥 치다 끝내 눈물을 흘렸었다.

 

 

몽실이도 단쓰도 강아지나 고양이를 떠나 사는 동안은 같이 노는 친구였고 생명의 소중함과 인생의 행복을 채워주는 보고 싶은 존재란 사실에는 변함없으리라. 그 점에 있어서 무라카미 하루키와 안자이 미즈마루의 콜라보는 다시 한 번 경이로운 성과물이다. 폭신폭신하고 아름다우며 따뜻한데다 반짝반짝 눈부시게 빛나기까지 한다. 특별한 녀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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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가 스토리콜렉터 40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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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일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미쓰다 신조의 책을 읽고 나면 어딘가 모르게 켕기는 경우가 많다. 어쩌면 도조 겐야 시리즈거나 작가 시리즈거나 사상학 탐정 시리즈거나 집 시리즈거나, 종류에 상관없이 무차별적으로 내려쬐는 두려움의 총합이 언제까지 통할지 두고 보자는 결의가 아슬아슬할 때이다. 그렇다면 먼저 돌던 입소문은 이 책 <흉가>가 후덜덜 하다는 거였기에 이번에도???

 

 

그래, 초등학교 4학년생 히비노 쇼타가 주인공이라 그런지 소년의 눈높이에서 겪게 되는 공포는 풋풋하기도, 아니 황홀한 사춘기의 전초전을 은근 슬쩍 끼워놓으려는 건지 에로틱하기도 하다.

<백사당> 같은 책에서도 등장하는 에로와 공포의 합방은 이면에 불길한 괴이가 도사리고 있음을 누구보다 잘 예상하면서도 여전히 섹시하고 후끈했다. 성인이 주인공이라면 상관없지만.. 쇼타, 너 그러다 당한다... 아니 진도를 더 나갔으면 좋았을 법했는데.

 

 

그리고 인상적이었던 점은 도입부에서 다루마가 굴렀다.’를 하는 도중 행방불명되는 아이들이 <일곱 명의 술래잡기>를 연상케 했다는 사실인데 그 상황은 쇼타가 불길한 느낌을 여러 차례 받으면서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질 것임을 암시받는다는 설정을 만들기 위한 방편이다. 한편으로 그 연상 작용이 반갑기도 했고(<일곱 명의 술래잡기>를 좋아하니까.) , 그러고 보면 항상 아버지의 지방 전근으로 살던 곳을 떠나 낯선 지방으로 이사 가면 꼭 사단 나는구나.

 

 

이사하는 도중에도 쇼타는 불길함을 수차례 받았고 이윽고 집 곳곳에 이상한 형체가 출몰한다. 집 주변에는 뱀 모양의 산중턱이 있어 으스스한데 불 꺼진 폐가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차례차례 다양한 방법으로 죽어나간 빈집 또는 짓다만 골조가 있어 분위기를 흉흉하게 몰아간다. 그런 쇼타에게 여동생 모모미는 간밤에 히히노란 정체불명의 존재가 왔다 갔다 했고, 나중에는 히비노도 있다고 해서 얘들 정체가 무얼까 궁금했다.

 

 

결국에 드러난 그것들의 실체, 그리고 죽음에 얽힌 비밀에 다소 놀랐다. 꼭 그것이 무섭네 마네 하는 차원을 떠나서 독립적인 객체가 아닌 ○○이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이 되어서도 영원불멸할 저주라는 고리가 끝나지 않은 공포야말로 미쓰다 신조 스타일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주었다.

 

 

깔끔히 해소되지 않은 여운 때문일까? 책을 덮고 바로 꿈나라로 날아갔는데 가위에 눌린 것도, 쫓기는 꿈도 확실히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내내 불길함에 시달려버렸다. 아마도 책속의 기운이 내게 전염되었던 것일 지도. 뱀 같은 코즈키 키미 양이 등장했더라면 꽉 품고 놓아주지 않았을 텐데. 아쉽구나. 가장 기억나는 그녀로 인해 아침이 피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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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너리스 2
엘리너 캐턴 지음, 김지원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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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년 맨부커 역사상 최연소 수상작가라는 영예가 그녀를 활짝 웃게 만들었음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겠다. 역사 미스터리라는 장르로 우선 분류되면서 12개의 별자리, 12명의 남자, 12개의 진실... 12는 개인적으로도 호감가기에 대단히 복잡 미묘하면서 얽히고설킨 개개인의 운명이 1000페이지가 넘는 장대한 서사시로 흐른다.

 

인간의 욕망을 표현할 때는 황금만큼 적절한 소재가 없는데 때는 바야흐로 1866, 그 황금으로 일확천금을 꿈꾸는 남자가 바로 무디이다. 정말 그것은 우연이었다. 젊은 부자는 실종되었고 자살을 시도하던 매춘부... 미스터리는 외딴 오두막에서 살해당한 것처럼 보이는 어느 남자의 숙소에서 방대한 양의 황금이 발견되면서 절정으로 확대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마을의 호텔 흡연실에서 12명의 남자들만으로 조직된 비밀모임에 무디가 끼어들 것이라고는 그들도 예상지 못한 변수였다. 분명 그들만의 리그가 확실해보였는데 이 낯선 불청객은 이야기를 주변부에서 중앙으로 개방시키는 역할을 맡아버렸다. 그러나 단박에 이 모든 얼개를 이해하기란 결코 만만치 않은 과정이란 점.

 

그 점을 극복하면서 차근차근 진도를 빼다 2권으로 넘어가면 안개 속의 풍경, 그 윤곽이 비로소 보일 듯하다. 1권에서 결과만 떡밥인양 던져놓았다면 사건과 죽음에 얽힌 비밀에는 어떤 사연이 들어 있는지 한웅큼 보여주기 때문에 인내심을 갖고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기다보면 결과적으로 복 받게 되는 셈이다.

 

그 중심엔 별자리가 놓여 있으니 각 별자리의 특성과 연계지어 읽으면 치밀한 복선이 인생이란 망망대해의 나침반 역할을 하는데 있어서 결정적인 임무를 맡았음을 알게 된다. 이것은 루미너리스를 관통하는 이야기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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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타기리 주류점의 부업일지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8
도쿠나가 케이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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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우연히 TV에서 해외 배달 업체들의 기상천외한 배달 서비스 실태를 시청했는데 그야말로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궁극의 아이디어들이 눈길을 끌었었다. 특히 중국 업체들이 인상적이었다. 한 업체는 사무실 직원들의 평균연령이 절대적으로 어렸던 것도 특이했거니와 단순히 물품만 배달하는 것이 아니라 노래, 댄스, 쓰레기 버리기 등 고객들을 즐겁게 해줄 각종 서비스까지 덤으로 얹어 영업하는가 하면, 어떤 업체의 젊은 여성 CEO는 고급 스포츠카를 몰고 배달에 직접 나서는 등 상상을 초월한 매출수입과 더불어 세상은 고정관념을 타파하여 고객의 입맛을 끌기위한 차별화 전략이 넘쳐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본다면 여기 가타기리 주류점은 어떠할까? 상호가 주류점이니 말 그대로 주류만 취급하면 될터. 하지만 생각지도 않게 배달 서비스까지 취급한다니까 도저히 믿기지 않는 것이다. 전국구를 누비는 체인점도 아닌지라 아는 사람만 알고 모르는 사람은 영영 모르고 지나칠 이 주류점의 업종 행태는 그래서 유별나면서 뭔가 보이지 않는 사정이 숨어있는 게다. 사장 가타기리는 늘 양복 차림에 가게 유리문에 무엇이든 배달한다.”고 붙여 놓고서는 품목이 유무형에 상관없이 법에 저촉되지 않고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배달해준다고 한다.

 

 

그럼 구체적으로 어떤 사례가 있을까? 궁금해서 들여다보자면 아이돌녀한테 전하는 배달 의뢰로 시작해서 입원한 엄마가 돌아올 것이라 믿으며 선물을 전해달라는 아이의 손때 묻은 의뢰금, 자신에게 폭언과 조롱을 가하는 직장상사에게 본때를 보여 달라는 의뢰까지 사연 없는 배달 의뢰는 없었고 그 사연 이면에는 가슴 아픈 고민들이 가타기리의 배달 과정들에서 차례차례 드러난다. , 뭐라고 해야 할지, 안타깝고 눈물 나는 순간순간들 앞에서 이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보이지 않는 끈끈함이 넘쳐흘러 목구멍까지 차오른다. 결국 이 모든 것은 가타기리 자신이 지나간 상처에 더 이상 연연 않는 대신에 새로운 빛을 발판삼아 출구로 나아갈 원동력을 배달을 통해 얻었다고 봐야하지 않겠나. 행복을 대신 배달해드립니다.

 

 

문득 전작 <이중생활 소녀와 생활밀착형 스파이의 은밀한 업무 일지>가 재미있어서 이 작가의 다른 작품을 조만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라며 조바심을 냈던 기억이 떠올랐는데 당시와 지금이 다르지 않은 까닭은 누구에게나 생채기가 있지만 거창하고 담대한 스케일로 어루만져 주지는 못해도 이 또한 소소한 애정과 관심만 가지고도 서서히 아물게 하는데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는 특유의 낙관적 시선 때문이었을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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