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타기리 주류점의 부업일지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8
도쿠나가 케이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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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며칠 전에 우연히 TV에서 해외 배달 업체들의 기상천외한 배달 서비스 실태를 시청했는데 그야말로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궁극의 아이디어들이 눈길을 끌었었다. 특히 중국 업체들이 인상적이었다. 한 업체는 사무실 직원들의 평균연령이 절대적으로 어렸던 것도 특이했거니와 단순히 물품만 배달하는 것이 아니라 노래, 댄스, 쓰레기 버리기 등 고객들을 즐겁게 해줄 각종 서비스까지 덤으로 얹어 영업하는가 하면, 어떤 업체의 젊은 여성 CEO는 고급 스포츠카를 몰고 배달에 직접 나서는 등 상상을 초월한 매출수입과 더불어 세상은 고정관념을 타파하여 고객의 입맛을 끌기위한 차별화 전략이 넘쳐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본다면 여기 가타기리 주류점은 어떠할까? 상호가 주류점이니 말 그대로 주류만 취급하면 될터. 하지만 생각지도 않게 배달 서비스까지 취급한다니까 도저히 믿기지 않는 것이다. 전국구를 누비는 체인점도 아닌지라 아는 사람만 알고 모르는 사람은 영영 모르고 지나칠 이 주류점의 업종 행태는 그래서 유별나면서 뭔가 보이지 않는 사정이 숨어있는 게다. 사장 가타기리는 늘 양복 차림에 가게 유리문에 무엇이든 배달한다.”고 붙여 놓고서는 품목이 유무형에 상관없이 법에 저촉되지 않고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배달해준다고 한다.

 

 

그럼 구체적으로 어떤 사례가 있을까? 궁금해서 들여다보자면 아이돌녀한테 전하는 배달 의뢰로 시작해서 입원한 엄마가 돌아올 것이라 믿으며 선물을 전해달라는 아이의 손때 묻은 의뢰금, 자신에게 폭언과 조롱을 가하는 직장상사에게 본때를 보여 달라는 의뢰까지 사연 없는 배달 의뢰는 없었고 그 사연 이면에는 가슴 아픈 고민들이 가타기리의 배달 과정들에서 차례차례 드러난다. , 뭐라고 해야 할지, 안타깝고 눈물 나는 순간순간들 앞에서 이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보이지 않는 끈끈함이 넘쳐흘러 목구멍까지 차오른다. 결국 이 모든 것은 가타기리 자신이 지나간 상처에 더 이상 연연 않는 대신에 새로운 빛을 발판삼아 출구로 나아갈 원동력을 배달을 통해 얻었다고 봐야하지 않겠나. 행복을 대신 배달해드립니다.

 

 

문득 전작 <이중생활 소녀와 생활밀착형 스파이의 은밀한 업무 일지>가 재미있어서 이 작가의 다른 작품을 조만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라며 조바심을 냈던 기억이 떠올랐는데 당시와 지금이 다르지 않은 까닭은 누구에게나 생채기가 있지만 거창하고 담대한 스케일로 어루만져 주지는 못해도 이 또한 소소한 애정과 관심만 가지고도 서서히 아물게 하는데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는 특유의 낙관적 시선 때문이었을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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