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픈 시즌 ㅣ 모중석 스릴러 클럽 44
C. J. 박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7년 10월
평점 :
새로운 시리즈의 론칭은 늘 반갑고 쌍수 들고 환영할 만하다. 이미 북미지역에서는 마이클 코넬리, 제프리 디버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메가스타에 대한 소문은 귀가 따갑게 들었으니까. 왜 이런 작가가 여태 국내에 소개되지 못하고 묻혀있었더란 말인가. 좀 늦은 감은 있지만 이렇게 라도 나와 주니 좋구나. 일단 주인공의 직업부터가 이색적이다. 수렵감시관은 금렵을 감시하고 수렵에 관련된 업무를 관장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와이오밍 주의 수렵 감시관인 조 피깃이 우연히 어느 마을 주민의 밀렵 현장을 적발하는 순간, 그 주민은 좋은 게 좋은 거라며 모른 체하고 봐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조 피깃은 사명감이 투철한 남자였기에 사사로운 정에 얽매여 일을 처리하진 않는다. 그대로 범칙금을 부과하려다 얼떨결에 욱해버린 남자에게 자신의 총을 빼앗겨버리는 실수를 범했다. 다행히도 상황은 악화되지 않은 채, 총은 다시 돌려받았지만 얼굴이 화끈 거릴 정도의 수치심을 느껴야 했다.
여기서 우린 이 남자가 스릴러에서 흔히 보는 전형적인 마초 스타일의 히어로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격투, 사격 그 어떤 액션능력도 수준이 형편없는 데다 강인한 두뇌 조차도 지니지 못한 평범한 남자일 뿐이라는 걸. 다만 그간의 히어로들과 차별화 되는 면이 있다면 지극히 가정적이란 것이다. 일과 가정 모두에 충실한 이 남자 조 피깃에게 일대 위기가 찾아온다.
앞서 범칙금을 끊었던 남자가 하필이면 조 피깃의 집 뒤뜰에서 시체로 발견되었을 뿐 아니라 일단의 무리들이 또 다른 남자를 공격하려 했단 점이 속속 드러나면서 마을은 큰 혼란에 빠지고 사건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음에 수상함을 느낀 조 피깃은 혼자서 내막을 조사하려 한다. 그 와중에 죽은 남자에게 총을 빼앗겼던 일로 징계를 먹게 되고 첫째 딸 셰리든은 누군가에게 생명의 위협을 받아 쫓겨 다니는데.....
특정기간 동안만 수렵이 허용되는 오픈 시즌(Open Season)을 제목으로 내건 이 소설은 사건의 배경이 대도시가 아닌 광활한 산골이라 산골 스릴러 또는 에코 스릴러로 불러도 무방할 것 같다. 이 산골에서 벌어진 일련의 살인사건들은 자연보호와 개발이라는 양 갈래의 선택에 놓인 사람들의 이기심과 탐욕이 불러온 재앙이 된다. 어떤 길을 선택해도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데서 늘 고민이 남게 되는 것 같다. 멸종위기종이라는 갈등의 주요원인을 돌아보면서 많은 상념이 스쳐 지나간다. 균형이라는 적정선을 택하는 게 참 난제다.
이러한 갈등과 고민 그리고 복수라는 내러티브는 예상 밖으로 시원시원하게 전개된 탓에 잠시도 지루할 틈이 없었고, 다소 기가 약해 보였던 조 피깃도 가족에게 닥친 크나큰 불행 앞에서 분노하며 가장으로서 책임감, 아버지로서의 부성애를 절절하게 토해내며 정면 돌파하는 모습들이 무척이나 뭉클했었다, 그리고 조 피깃의 가족들도 가족애로 똘똘 뭉치는 모습들까지 눈물이 핑 돌 정도로 감동적이었고. 아마도 이 시리즈를 계속 만나볼 수 있다면, 인간애로 충만한 새로운 타입의 히어로에게 열렬한 박수를 지속적으로 보내게 될 것이라는 확신이 선다. 멋지다. 신난다. 조 피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