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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코미디 - 유병재 농담집
유병재 지음 / 비채 / 2017년 11월
평점 :
이 책이 나왔을 때, 유병재라는 인물의 포지셔닝이라고 해야 할지, 평판이라고 해야 할지, 명확한 기준과 판단은 없지만... 그래, 그에 대한 이미지 정도가 좋겠다. 그는 개그맨이다. 예능방송에서도 종종 접할 수 있는 인물이다. 한때 무도의 새로운 멤버로 거론되기도 했고, 라디오스타의 일일 MC로 출연해 현장에 적응 못하고 어리둥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애매하다. 대세라고 부르기도 거북한(아마도 본인 스스로가 쿨 하게 인정하겠지만) 위치지만 기죽지 않고 열심히 산다는 인상을 받기도 한다. 그런 차에 블랙코미디 –유병재 농담집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생애 처음으로 책을 출간했다. 왜 이런 사람이 갑자기 책을? 생뚱맞다는 반응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탓인지 저자소개란을 출판사가 아닌 직접 쓰고 있다면서 개탄하는 대목에서 웃음이 빵 터지지 않을 도리가 없더라.
재치가 느껴진다. 유머 속에 톡하고 쏘는 듯한 청량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시시껄렁한 농담 따위로 치부하면 안 될 것 같은 자신만의 가치관이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결코 길지 않은 분량.... 정치적인 이야기들, 갑이 되지 못한 을의 항변과 푸념들. 집에 누나들이 많았던 영향 탓인지 성희롱에 대한 신랄한 육두문자들도 반복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확실히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예민하다.
어차피 이 땅덩어리는 금권의 위세가 대단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돈이 없어서 가난하고 입에 풀칠하기 힘들어 많은 것들을 내려놓고 포기하며 사는 청춘군상들의 울분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나 보다. 돈이 웬수다. 돈을 잃으면 건강, 명예 등도 줄줄이 비엔나 소시지 되어 잃어 버릴 수밖에 없다는 글 하나 하나가 마음을 비수처럼 찌르라니 울린다. 슬프고 비통해서 편히 몸을 누이지 못하게 된 세상에 대한 적의가 가득 차 있다. 어디까지나 블랙유머라는 형식을 등에 업고서 말이다.
우리는 이렇게 한 연예인을 통해서 다소나마 씁쓸한 마음을 달래어본다. 웃음이 터져 나오는 글들이 참 좋다. 연예인 걱정은 하는 게 아니라지만 이 사람도 우리랑 같은 보통청춘일 뿐이다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순전히 그의 글발이겠다. 선의, 호의, 악의... 그 어떤 것이라도 좋다. 선택해서 세상을 한 번 정도 씹어줬다가 다시 토해내면서 사는 동안에 내성이 쌓일지도 모른다. 불편한 현실 살이에 대한 비판, 풍자를 통해 세상을 살아가도록 힘을 실어 준다면 우린 이 책을 무겁지 않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