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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헌터
존 더글러스 지음, 이종인 옮김 / 비채 / 2017년 11월
평점 :
나 또한 레니 할린 감독의 동명 영화 <마인드 헌터>의 원작소설인줄 착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악이라는 지독한 어둠의 속내에 손을 넣어 정의라는 양동이를 찾아내야 하는 프로파일러들. 악을 잡기 위해선 그들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는 사람들이다.
“그가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사실을,
진정한 악은 세상에서 몰아낼 수 없다는 사실을,
그녀는 모르고 있었다.
그는 기껏해야 양손에 물이 새는 양동이를 하나씩 쥐고
절망의 어두운 시궁창 속을 허우적거리고 다니며
물을 퍼내려 하고 있을 뿐이었다. "
마이클 코넬리의 해리 보슈 시리즈 중 <유골의 도시>에 나오는 대목이다. 정말 가슴에 와 닿는다. 살인마들은 잡아도 잡아도 줄지 않는 바퀴벌레와 같아서 돌아서면 버젓이 우리들이 사는 이 세상에서 같은 공기를 마시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프로파일링 기법이 아직 제대로 도입되지 못했던 시절, 살인마들의 검거에 가장 큰 공헌을 했던 초장기 프로파일러 존 더글라스가 자신이 맡았던 사건일지들을 낱낱이 공개하는 일은 어떤 의의가 있을까?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역대급 연쇄살인마의 잔혹하고도 병적인 살인행각은 읽다 보면 오금이 저려올 정도이다. 특히 현역시절 자신에게 의뢰가 들어온 무수한 살인사건들 중에서 성범죄와 연관된 살인을 우선적으로 맡아 처리한 이유도 나중에 공감이 되었다. 성폭행을 시도하려는 범죄자와 맞닥뜨렸을 때.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하는 지 유형별로 설명한 내용 앞에서 결국은 이런 극악무도한 범죄가 일어나지 않기만을 바라는 게 최선일지도 모른다는 안타까움도 있었다.
그리고 뭐니 뭐니 해도 건전한 가정환경에서 올바른 가치관을 정립해 줄 때 아이는 어른이 되어서 괴물이 되지 않는 다는 점. 그러나 순간의 어떤 상황에서 남들은 무심히 지나치는 동안에도 왜곡된 인성이 심어지는 경우는 정말 예방, 예측 그 어느 것도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범죄해결에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였다. 이 책은 그런 차원에서 많은 생각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