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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킬러 덱스터 ㅣ 모중석 스릴러 클럽 36
제프 린제이 지음, 부선희 옮김 / 비채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커다란 유리창 앞에 매달리듯 서 있는 남자들, 황홀경으로 빨려들어갈 것 같은,
이 믿기지 않는 요지경 앞에서 천하의 살인마도 완전 무장해제 당하는 곳.
그들은 모처로 납치를 당하기라도 한 것일까? 아니었다.
요람에 누워 꼼지락대는 핏덩이들을 보며 인간이라면
응당 느낄 감정에 심장이 뛰는 남자.
그는 덱스터 모건이다.
어둠의 승객을 가이드 삼아 세상의 극악무도한 살인마들을 살인해온
살인기계로 살아왔던 그도 새로운 생명의 탄생 앞에서 사악한 본능을 흘려보내야 할 순간이
닥쳐오자 어찌할 바를 몰라 한다.
딸의 이름은 “릴리 앤”. 그도 드디어 딸 바보가 되어버렸다.
어둠 속의 덱스터를 과거에 묻고 살인마로 살아가기를 거부한 채,
딸이 있는 밝고 아름다운 세계로 돌아가고 싶다.
하지만 세상은 난폭한 피와 대혼란이라는 뒤틀린 길을 눈앞에 펼쳐놓고
검은 유혹의 손길을 내밀며 어서 오라고 속삭인다.
실종된 소녀의 방에서 피분수가 난무하자 다들 각자의 방식으로
상황을 상상한다. 납치냐 가출이냐...
혈흔 분석가인 덱스터 모건 경사와 여동생 데보라는
이것이 카니발(식인)이라는 경악할 범죄임을 밝혀낸다.
식인을 위해 치과에서 뱀파이어처럼 송곳니로 개조한 진료기록을 찾아낸
두 사람이 찾아간 악의 본거지.
여기서 덱스터 모건은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의 모종의 밀약 같은 관계를 발견하는데
스톡홀름 신드롬으로도 설명이 안 되는
그 내면의 심리 속에는 살아온 시간이 그랬고 앞으로 살아갈
시간들이 가슴 한 곳을 저릿하게 하는 슬픈 소리가 있었다.
자존감이란 것은 왜 이다지도 자신을 기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절망과 슬픔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일까?
그렇게까지 스스로를 도구로 바쳐야만 했을까?
그러자 식인 뱀파이어 무리들은 계획적이었고 잔악했다.
살인이 멈추지 않고 희생양이 늘어날수록 탐욕도 늘고 신의 뜻도
점점 더 거스르게 되지만 이 모든 것은 늘 자기만의 고독을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에겐 좋은 먹잇감이 될 사연은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자신이
없다는 부적응이 적극 부채질해왔기 때문에 벌어진 모순이다.
그러는 순간마다 어둠을 직면하게 된 덱스터는 살인이라는 본능 앞에서
흔들리고 또 고민했다.
아빠라는 대명제 앞에서 빛과 어둠의 양 갈래 길에서 전진도, 후진도 없는
자가당착의 상황은 왜 달콤한 킬러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 잘 보여준다.
달라져야만 한다는 책임과 의무감 앞에서 과감히 실력 발휘를 못한
덱스터 모건이 끔찍할 정도로 수줍어보였다.
이런 남자를 두고 그 어느 누가 희대의 살인마라고 진정
몸서리치겠는가? 하지만 결정적 위기를 예상치 못한
돌파구로 해결한 점은 쓸쓸하지만 애틋한 부성애로 용서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자신과 인간을 분리해왔던 덱스터가 생경한 경험을 통해 점차 피가 통하는
착한 살인마로 변신하는 과정들은 낯설면서도 멋진 아이러니로
내일을 기대하게 하는 매력이 있다.
분명 매력적인 캐릭터이자 생생한 감정이입으로 지금보다 더 가깝게 다가서게 될 남자,
덱스터 모건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흥미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