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홍
노자와 히사시 지음, 신유희 옮김 / 예담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미안해, 나만 살아남아서

 

최근의 독서슬럼프는 이제 상당히 회복된 듯합니다. 책에 대한 변심이 아니라 뭐든지 쉽게 빠져들고, 쉽게 싫증내는 변덕스러운 마음이 가져온 일시적인 현상이었던 것 같아요. 그럼 계속 책을 읽어야지 하며, 두리번거리는데.... 어엇! 이럴 수가! 읽을 채, 책이 없군요...

 

~~ 책을 밀려서 읽는 것을 너무나도 싫어해서 투쟁적으로 읽어나갔더니 마침내 대기 중인 책이 떨어진 겁니다. 항상 현재 읽고 있는 책 외에 읽을 책이 대기 중이었는데... 그래서 주문한 책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하니 갈증이 나는걸요. 뭐 별수 있겠습니까, 기다리는 동안 밀린 리뷰나 써야겠지요(그래도 채, 책이 필요해 헉헉)

(.) 

 

그럼, 리뷰입니다. 이 소설은 이미 오래 전에 읽었었지요. 노자와 히사시의 <심홍>이죠. 이 소설을 읽고 나면 생각나는 것이 일본 추리소설은 극단적, 서구 추리소설은 분석적이라는 모 평론가의 말인데요, 두 장르를 왔다 갔다하며 읽다보면 지극히 공감하게 되는 설명입니다. <살육에 이르는 병> 같은 일미가 극단의 정점이라면, <링컨 라임 시리즈> 같은 경우가 분석의 정점이겠지요. 하지만 꼭 극단적이라는 표현이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단정짓진 않겠습니다.

 

 

가해자의 딸과 피해자의 딸이 만나 일어나는 이야기 <심홍>이 주는 독특한 분위기와 느낌 때문에 일본 소설을 손에서 놓지않고 꾸준히 읽는 게 아닐까 싶어요. 추리소설이라는 큰 범주에 넣는다면 말이죠. 그런 <심홍>의 줄거리는 이랬던 걸로 기억합니다.

 

초등학교 수학여행을 떠났던 가나코는 일가족이 모두 살해당했다는 끔찍한 소식을 선생님으로부터 전해 듣습니다. 범인은 현장에서 즉시 체포되고 형 집행은 당장 시행되지는 않는데요, 어느덧 세월은 흐르고 흘러 가나코는 성인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살인범의 사형이 마침내 집행되지만 가나코의 마음은 한없이 차갑고 냉정합니다. 속 시원하단 느낌보단 황폐한 마음이기에 무감각해져버린 겁니다.

 

그러던 중 사건을 취재했던 기자로부터 가해자의 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녀의 주소를 얻어냅니다. 무슨 의도로 그녀에게 접근하려 했던 것일까요? 만나게 되면 니 애비의 죗값을 너도 똑같이 치루라며 침을 뱉고 머리채를 휘어잡으려고 했을까요? 잔인하게 죽여서 복수를 하려 했던 걸까요? 두 사람의 만남을 앞두고 불안감이 상승 고조되지만 뜻밖에도 가나코와 그녀 미호는 동갑내기였고, 이점에 놀란 가나코는 자신의 신분을 감추고 그녀와 친구가 됩니다.

 

 

살인자 아버지를 둔 미호의 삶은 그간 정상적인 경로를 거쳐 오기가 힘들었을 것이며, 현실도 비루합니다. 그것은 상습 폭력을 휘두르는 미호의 남편을 더는 두고 볼 수 없어 결국 같이 죽이고 범행의 공범이 되는 사단을 맞이하게 되는 거죠. 이제 가나코는 점점 미호를 동정하고 연민하면서 도와주게 됩니다. 피해자의 딸이 가해자의 딸에게 마음을 열고 미움과 분노대신 용서와 관용을 택하게 되는 순간, 세상의 일반적인 관념과 기준으론 도저히 성립될 수 없는 불가사의한 관계로 재형성됩니다.

 

아마도 가나코는 미호를 보며 자신과 거울처럼 닮아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겁니다. 미호에게 자신의 신분을 밝힌 가나코는 두 사람의 아버지 사이에 있었던 억울한 숙명의 비밀을 알게 되고, 이제 마음은 이제 원한이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습니다. 어찌 보면 지금껏 볼 수 없었기에 낯설었던, 하지만 어두운 마음속을 조용히 비집고 들어와 환하게 불 밝히는 따스함이 정말 좋았기에 두고두고 기억에 남습니다. 비록 뭔가 곳곳에 부족한 맛이 있지만 그래도 이런 결말이 좋아 일본소설을 읽지요 ...

 

그렇게 맛있는 책이 없으니 금단현상이 옵니다. 낼 하루는 어떻게 이 곳에서 긴 밤을 보내려나... <다운 리버><얼어붙은 송곳니>가 올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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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번호 113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20
류성희 지음 / 황금가지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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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죽은 자에게도 공평해야 한다.

 

밀클에서 이번에 받은 책은 뜻밖에도 국내작가의 법정추리소설 <사건번호113>입니다. 밀클은 왠지 외국작가들의 장르문학 브랜드로만 인식이 되어있던 터라, 국내작가의 법정추리소설은 그만큼 신선하게 다가왔죠. 국내작가의 추리소설은 접할 일도 적거니와 당연히 류성희라는 작가분도 처음 듣게 된 이름입니다. 그런 낯설은 만남은 작품을 읽고 어떠한 감상으로 남았는지 적어보고자 합니다.

 

한 유명 외과병원의 외과전문의이자 과장인 강희경은 평소 자신과 사이가 극도로 소원한 딸 은혜리의 오피스텔을 여느 때처럼 찾아갑니다. 그런데 찾아간 방에는 한 남자가 피를 흘리며 변사체로 쓰러져 있고, 딸은 마약에 취해 몸을 못 가눌 정도로 정신이 불안정한 상태로 발견됩니다. 캠코더 동영상으로 두 사람이 성관계 도중 남자의 강압적인 행동을 피해 달아나다 우발적으로 은혜리가 남자를 볼링공으로 내리쳐 죽이는 장면을 보게 된 강희경은 충격에 빠지는데요, 이에 현장의 수습을 놓고 고민하던 강희경은 차마 하나뿐인 딸을 살인자로 처벌받게 할 수 없어 직접 현장을 조작하고 사건을 은폐하기로 작정하죠.

 

모든 진실을 수면으로 잠재우려던 강희경의 시도는 죽은 남자의 형이 실종신고를 하면서 낌새를 눈치 챈 강력계 형사 장준석과 신출내기 여검사 홍승주가 함께 사건수사를 시작하면서 점차 흔들리게 됩니다. 범인검거를 위해 점차 옥죄어오게 되지요. CCTV와 탐문수사를 통해 정황상 은혜리가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어 피고로 법정에 서지만 결정적인 증거라 할 수 있는 시체의 행방과 이동경로가 확인되지 않아 무죄선고를 받습니다. 하지만 홍승주 검사와 장준석 형사는 강희경에 대한 의혹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수사에 더욱 깊이 파고 들어가는데요.

 

이 소설의 주인공들은 공통적으로 부모와의 불편한 애증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그러한 현실이 이들을 현재의 위치에 몸을 담게 하였을 뿐만 아니라, 삶의 가치관 형성에도 일조합니다. 홍승주 검사는 술에 절어 어린 딸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던 엄마의 무기력함에 진저리치고, 장준석 형사는 조폭의 대부인 아버지의 위법행위에 반감을 품고 범죄자의 아들로써 범죄를 처단하고자 하는 아이러니를, 강희경은 과거에 교통사고로 죽은 남편과 친구가 사실 불륜관계였다는 점에 절망했었고, 그로 인한 배신감으로 세상을 믿지 못해서 딸을 매몰차고 강인하게 키우려는 맹목적인 엄마로 나옵니다.

 

각자의 아픔들은 수시로 소설의 전개에 회상 신으로 삽입되어 이들이 왜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는지 설명해주면서 독자들에게 인물에 대한 이해와 감정이입의 동참을 요청하는 듯합니다. 또한 인물들이 주고받는 대화 부분에서도 작가의 의도가 반영된 적절한 은유의 대입 또한 다소 현학적인 면도 없지 않지만 맛깔스러운 느낌을 주는 점도 마음에 드네요.

 

하지만 제겐 나름의 희소성을 가진 한국형 법정추리소설 <사건번호113>이 많이 아쉽습니다. 우선 논리적으로 설득력이 부족한 전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대한민국 검사와 경찰의 수사과정이 이렇게 허술한 것인지 조금만 깊이 생각해도 단서를 포착해낼 수 있는 점을 너무도 안이하게 대처하다 뒤늦게 실수를 발견하고 바로 잡으려는 일련의 조치들은 억지스러우며, 문제 해결을 위한 해법제시도 손쉽게 우연을 남발하고 있는 점은 스토리 구성 시 더욱 심사숙고해야 하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홍승주 검사를 스타덤에 올려놓게 한 박경자 사건의 경우에도 그냥 들이댔더니 범인이 알아서 자폭하더라는 식인데, 그러한 설정 자체가 우연에 의한 해결이기 때문에 홍 검사의 자질과 능력을 높이 평가하기엔 많이 주저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 소설에서 제일 문제점은 감정의 과잉에 의한 감상주의와 그에 따른 신파극입니다. 냉정하게 한 눈 팔지 않고 그대로 밀고 나가는 하드한 면이 한국 추리소설에서는 아직도 많이 부족한 것 같아요. 같은 여성작가인 미미 여사나 나쓰오 여사의 작품들은 불필요한 곁가지를 최소화하기에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부모 자식 간 더 나아가 가정의 균열로 인한 문제의 발단은 지금껏 지겹도록 보아왔습니다. 새삼스러울 것 없는 이 같은 관계에 대한 천착은 이제 탈피하든지, 아니면 치밀한 추리를 통한 논리적 합의 도출을 이끌어내든지 양자택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그래서 이 소설은 감정의 절제에 실패했다는 점에서 구태의연하고 진부하단 것입니다.

 

너무 코너로 몰아세운 것 같은데요. 앞서 언급한 장점이외에도 부언하자면 법은 당연히 피해자의 편이어야 하며, 죽은 자나 살아 있는 자 모두에게 공평해야한다는 작가의 취지엔 공감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시체의 이동방법에 대한 일종의 트릭구사는 가장 칭찬하고 싶으며, 참으로 신선한 아이디어였습니다. 이렇듯 소설의 전반적인 면이 무조건 나쁘지만은 않았으니, 향후 류성희 작가의 성장과 분발에 대한 일말의 기대감은 충분하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엄마와 딸이라는 관계에 대해서도 익숙하지만 다시금 생각해 보게도 됩니다. 딸의 입장에서 엄마를 바라보는 시각인 닮고 싶은, 때론 닮고 싶지 않은, 하지만 결국 닮을 수밖에 없는 모전여전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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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연대기 샘터 외국소설선 5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김영선 옮김 / 샘터사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여러분들SF소설하면 어떤 생각이 먼저 드시나요? 외계인의 지구침공 아니면 광활한 은하수를 배경으로들 종족과 지구인 간 패권을 놓고 벌이는 치열한 공방전? 그것도 아니면 로보트와 최첨단 기계문명 등이 당장 떠오르는 이미지들일 것입니다. 그에 수반되는 과학적, 기술적 서술에 고개를 절래절래 젓는 분들도 계시는 등 일반 대중들이 쉽게 다가서기 어려운 장르이기도 하죠. 또한 액션과 볼거리에 치중하다 보면 자칫 가벼운 대중문학의 부류로 치부되기 십상이기도 하지만 레이 브래드버리의 <화성 연대기>는 그러한 선입견을 과감히 깨뜨립니다.

 

이 소설의 작가 레이 브래드버리는 아서 클라크, 아이작 아시모프, 로버트 하인라인과 더불어 SF소설계를 대표하는 거장 중 한 명으로 인명받고 있는데, 타 작가들과 달리 그의 작품은 해당장르의 틀을 뛰어넘는 뛰어난 문학성으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 소설 <화성 연대기>가 바로 그렇습니다. 서정적인 스타일에 시적인 문체, 과학적 테크놀로지 대신 인간의 본성과 소외 등 사회문제 등을 철학적인 사색을 담아 그야말로 우아하고 아름다운, 순수문학에 필적하는 수준을 자랑합니다.

화성을 소재로 하는 기존의 SF소설들이 화성인의 지구침공을 주로 다루고 있는데 반해 이 소설은 역으로 지구인의 화성침공과 점령, 이주 등을 다루고 있는 독특한 발상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1999년 1월부터 2026년 10월까지 화성침공과 지구에서 벌어진 전쟁, 그리고 화성과 지구의 멸망이라는 일련의 과정을 제목 그대로 연대기적 구성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구요, 하나하나의 단편들이 결말짓는 구성이기 때문에 별개의 이야기로 읽어나가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그리고 SF소설이니 만큼 당연히 우주선, 핵전쟁, 안드로이드 등과 같은 테크놀로지적 요소들이 분명 존재합니다만 타 소설에 비해 그 비중은 적은 편이며, 오히려 판타지적인 색채가 강한 편이기도 합니다. 거대한 스케일의 첨단과학 문명의 전시를 기대하고 본다면 당황할 수도 있겠지만, 그 점이 오히려 동 장르에 거부감과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일반독자들에게도 환영받을 수 있는 요인이 아닌가 합니다.

 

 

그렇게 다수의 독자들을 아우를 수 있는 포용력을 갖춘  이 소설은 인류가 우주를 진출하면서 필요한 것은 진취적 기상과 웅대한 자만심이 아니라 신의 섭리 아래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고민과 반성, 겸손과 존중을 필요로 한다는 자각을 일깨운다는 점에서 SF문학이라는 장르의 한계를 이탈한 철학과 순수문학이 결합한 순결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내용이 어렵지 않느냐고요? 천만에요, 그러한 작가의 의도는 때론 유머로, 판타지로, 한 편의 시적 구성 등 여러가지로 변형되어 대중적인 면과 작품성이 골고루 잘 배합되어 있어 읽는 동안 즐기면서 곰곰히 생각할 수 있는 멋진 수작입니다. 그러니까 걱정은 마시고 SF 장르에 대한 오해와 아집을 과감히 버린 채, 브래드버리의 꿈결같은 세상에 동참해 보시지 않으시렵니까?

 

아름답습니다, 우아합니다, 쓸쓸합니다. 뛰어난 문학성과 대중적인 재미, 그리고 상상과 동경이 만들어 낸 요지경 세계가 여기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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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연대기 샘터 외국소설선 5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김영선 옮김 / 샘터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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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여러분들SF소설하면 어떤 생각이 먼저 드시나요? 외계인의 지구침공 아니면 광활한 은하수를 배경으로들 종족과 지구인 간 패권을 놓고 벌이는 치열한 공방전? 그것도 아니면 로보트와 최첨단 기계문명 등이 당장 떠오르는 이미지들일 것입니다. 그에 수반되는 과학적, 기술적 서술에 고개를 절래절래 젓는 분들도 계시는 등 일반 대중들이 쉽게 다가서기 어려운 장르이기도 하죠. 또한 액션과 볼거리에 치중하다 보면 자칫 가벼운 대중문학의 부류로 치부되기 십상이기도 하지만 레이 브래드버리의 <화성 연대기>는 그러한 선입견을 과감히 깨뜨립니다.

 

이 소설의 작가 레이 브래드버리는 아서 클라크, 아이작 아시모프, 로버트 하인라인과 더불어 SF소설계를 대표하는 거장 중 한 명으로 인명받고 있는데, 타 작가들과 달리 그의 작품은 해당장르의 틀을 뛰어넘는 뛰어난 문학성으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 소설 <화성 연대기>가 바로 그렇습니다. 서정적인 스타일에 시적인 문체, 과학적 테크놀로지 대신 인간의 본성과 소외 등 사회문제 등을 철학적인 사색을 담아 그야말로 우아하고 아름다운, 순수문학에 필적하는 수준을 자랑합니다.

 

 

화성을 소재로 하는 기존의 SF소설들이 화성인의 지구침공을 주로 다루고 있는데 반해 이 소설은 역으로 지구인의 화성침공과 점령, 이주 등을 다루고 있는 독특한 발상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1999년 1월부터 2026년 10월까지 화성침공과 지구에서 벌어진 전쟁, 그리고 화성과 지구의 멸망이라는 일련의 과정을 제목 그대로 연대기적 구성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구요, 하나하나의 단편들이 결말짓는 구성이기 때문에 별개의 이야기로 읽어나가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그리고 SF소설이니 만큼 당연히 우주선, 핵전쟁, 안드로이드 등과 같은 테크놀로지적 요소들이 분명 존재합니다만 타 소설에 비해 그 비중은 적은 편이며, 오히려 판타지적인 색채가 강한 편이기도 합니다. 거대한 스케일의 첨단과학 문명의 전시를 기대하고 본다면 당황할 수도 있겠지만, 그 점이 오히려 동 장르에 거부감과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일반독자들에게도 환영받을 수 있는 요인이 아닌가 합니다.

 

그렇게 다수의 독자들을 아우를 수 있는 포용력을 갖춘  이 소설은 인류가 우주를 진출하면서 필요한 것은 진취적 기상과 웅대한 자만심이 아니라 신의 섭리 아래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고민과 반성, 겸손과 존중을 필요로 한다는 자각을 일깨운다는 점에서 SF문학이라는 장르의 한계를 이탈한 철학과 순수문학이 결합한 순결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내용이 어렵지 않느냐고요? 천만에요, 그러한 작가의 의도는 때론 유머로, 판타지로, 한 편의 시적 구성 등 여러가지로 변형되어 대중적인 면과 작품성이 골고루 잘 배합되어 있어 읽는 동안 즐기면서 곰곰히 생각할 수 있는 멋진 수작입니다. 그러니까 걱정은 마시고 SF 장르에 대한 오해와 아집을 과감히 버린 채, 브래드버리의 꿈결같은 세상에 동참해 보시지 않으시렵니까?

 

아름답습니다, 우아합니다, 쓸쓸합니다. 뛰어난 문학성과 대중적인 재미, 그리고 상상과 동경이 만들어 낸 요지경 세계가 여기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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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놀이 펜더개스트 시리즈 2
더글러스 프레스턴.링컨 차일드 지음, 신윤경 옮김 / 문학수첩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20122월은 그야말로 스릴러의 격전장입니다. 존 하트의 <다운리버>, 요 네스뵈의 <스노우맨>, 마이클 코리타의 <오늘밤 안녕을>, <쏘 콜드 리버>까지 일괄구매 하기위해 밥값 줄여가며 총알을 아낌없이 쏟아 부을 작정입니다. 그럼 다음 달은 어떨까요? 

현재 파악된 바에 의하면 문학수첩에서 펜더개스트 시리즈의 신작이 나온다고 하니 3월의 대표 스릴러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 사야 될 책이 헉헉~~~~

 

펜더개스트 시리즈는 작년에 출간되었던 <악마의 놀이>가 참 인상적인 재미를 남겼었지요. 그런 관계로 기 출간된 작품이지만 3월 출간예정을 앞두고 뒤늦게나마 이 책에 대한 리뷰를 끄적거려 봅니다.

 

배경은 미국 캔자스 주의 한 시골마을입니다. 그 마을은 주민들의 계속된 타 지역 이주로 주민숫자도 줄고 경제상황도 악화일로에 쇠락해가는 마을인데요. 그런 마을의 부흥을 일으켜줄 희망은 주립대학과 곡물회사에서 공동 연구 추진 중인 변형옥수수의 생산실험 프로젝트 기지 제공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취하는 것으로, 시행에 대한 거센 찬반양론이 뜨겁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프로젝트 도입을 앞두고, , , , 귀가 도려내진 끔찍한 살인사건이 발생합니다. 더욱 기괴한 것은 인디언의 화살에 검은 까마귀 떼가 떼죽음을 당한 채 시체주변을 원형으로 에워싼 채 발견된 점입니다. 그런 시점에 막 휴가를 즐기러 뉴욕에서 FBI 수사관 펜더캐스트가 이 마을에 나타나 예기치 않은 살인사건 수사에 개입하게 되구요. 그렇지만 계속적으로 엽기적인 살인사건이 발생하면서 모두가 서로를 용의자로 의심하는 혼전이 벌어지게 되고, 펜더개스트까지 마을 보안관의 텃세에 밀려 수사권을 강제 포기당하는 수모를 겪게 되요.

 

살해당한 피해자의 신체부위를 잔인하게 도려낸 범인은 누구이며, 왜 이런 짓을 저지르는 걸까요? 변형옥수수 프로젝트에 불만을 품은 반대파 주민의 소행일까요? 그도 아니면 누구일까요? 그에 대한 해답은 책을 읽고 찾아내야 할 것입니다.

 

! 이 소설의 특징이라면 더글러스 프레스턴과 링컨 차일드의 공저라는 겁니다. 공저로 읽은 최초의 스릴러인데요, 두 사람이 파트를 어떤 식으로 사이좋게 나눠서 집필하는지 모르겠으나, 합작품이 보여주는 시너지효과가 대단히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내놓으니 수완은 정말 인정해야겠습니다.

 

우리 주인공은 펜더개스트는 또 어떻구요. 우선 멀대 같이 창백한 낯짝에다 한여름 땡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색의 긴 옷으로 땀을 뻘뻘 흘려가며 돌아다닙니다. 그리고 돈이 많은 지 롤스로이스를 몰고 다니는 괴짜 중의 괴짜입니다. 이 소설에서는 그는 여자 조수를 한명 임시 운전수로 고용, 자기 차도 아니고 그녀의 차로 수사현장을 돌아다니기도 하지요. 여자 조수는 동네에서 날라리로 찍힌 불량 여고생인데, 괴짜와 날라리 여고생이 한 팀이 되어 수사하는 전개는 대단히 유쾌하면서도 엉뚱한 게 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수사에 대한 진척이 없던 상황은 마을의 어느 지하 동굴에서 살인마와 보안관 및 수색대뿐만 아니라 날라리 여고생, 그리고 펜더까지도 결국 조우시켜 버립니다. 날라리 여고생은 아예 살인마에게 사로잡혔다가 필사의 탈출을 감행하구요, 나머지 수색대원들은 차례차례 범인의 공격을 받아 죽어나가는 대목은 정말 박력 그 자체입니다. 폐쇄된 동굴의 미로 속에서 끈질기게 추적해오는 살인마의 무시무시한 공격과 동시에 살기 위한 생존의 투쟁은 대단히 박진감 넘치면서 아찔한 순간을 제공합니다.

 

더군다나 지하 동굴의 지형을 잘 아는 살인마와 암흑 속에서 대적해나가야 하는 수색대, 펜더개스트, 여고생의 불리한 상황이 절대적인 긴장감을 자아내는데, 그 찌릿찌릿한 스릴과 스피디한 전개가 어찌나 두근거리게 하는지 2011년 스릴러 명장면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압도적인 쾌감을 만끽할 수가 있죠.

 

지하 동굴에서의 추격 씬만 대단한 게 아닙니다. 마지막에 살인마의 어머니가 불러주는 구전동화의 가사는 충격적인 반전과 함께 등골이 일순 오싹해져 버리면서 잊지 말아야 할 라스트 씬으로 남습니다. 이렇듯 강렬한 임팩트와 속도감 있는 전개, 개성 있는 캐릭터의 삼박자가 절묘한 화음을 이루며 혼을 빼놓는 <악마의 놀이>를 읽고 나면 다가오는 3월에 나올 시리즈의 신간을 간절히 손꼽아 기다리게 됩겁니다.

 

한여름에 읽으면 더욱 시원시원한, 그래서 완전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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