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 쿠바 - 시네아스트 송일곤의 감성 스토리
송일곤 글.사진 / 살림Life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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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꽃섬>을 만든 송일곤 감독의 이 여행 에세이는 평소 TV 해외 여행프로그램을 즐겨보는 내게 카리브해의 사회주의 국가 쿠바의 진면목을 글과 사진으로 체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쿠바하면 우선 생각나는 이미지들은 아마 야구의 강국,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피델 카스트로, 체 게바라 이 정도가 떠오르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여행을 통해 자신을 본다.

세상과 마주서는 법을 배우는 자신을,

일말의 두려움을 떨쳐버리기 위해 눈을 부릅뜨는 자신을.

                                                            - 체 게바라 -

 

낭만적인 제목과는 달리 쿠바의 역사는 우리네처럼 아픔으로 점철되어 있어 읽다보면 맘이 짠해진다. 이 아름다운 땅은 스페인에서 건너온 전염병과 유럽인들에 영혼을 굴복당하기 싫어 택한 집단자살로 원주민의 95%가 희생당했다. 부족해진 노동력을 메우기 위해 스페인은 아프리카에서 11만명의 흑인노예들을 실어 날랐고 그 와중에서도 많은 수가 희생당해 살아남은 소수만이 이 땅을 밟을 수 있었다.

 

이후에는 쿠바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미국이 관타나모에 해군기지를 건설하고 바티스타 정권은 미국의 꼭두각시로 전락하지만 피델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의 혁명군에 의해 쿠데타가 성공하여 사회주의 정권이 수립된 후 미국과 쿠바의 관계는 급격히 냉각된 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외세의 침략과 수탈로 많은 아픔을 온 몸으로 이겨낸 쿠바 국민들은 끔찍이 조국을 사랑하지만 미국에 의한 경제적 봉쇄로 가난하게 살기 싫어한다. 이들은 돈을 벌어 나이키 운동와 리바이스 청바지를 입고 싶어 하고 좋은 집과 멋진 자동차를 사고 싶어 하는 보통 사람들이다.

 

어쩌면 카스트로 사후 미국 주도하의 서방 자본주의가 물밀듯이 밀려와 이 사회주의 국가의 체제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지도 모르지만 세상의 변혁 속에서도 이 나라의 아름다운 해변과 하바나의 이국적인 거리만큼 고유의 낭만과 열정만큼은 퇴색되지 말고 영원히 살아 숨 쉬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영화감독의 여행 에세이답게 쿠바에서 찍은 사진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설레이게 하기 때문이다. 당장이라도 직장을 때려치우고 이 멋진 나라로 혼자 떠나고픈 충동도 이는데 고달픈 삶이 던지는 속 쓰림을 어루만져줄 것만 같다. 현실은 망각되고 시간은 영원히 멈춰준다면... 아! 낭만 쿠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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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더 선 시스터 문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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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평온해서 별로 할 이야기도 없다.

아무 일도 없었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그래 놓고도 묘하게 아프다. 그 무위함, 어리석음, 평범함이 시간을 넘어 마음속 밑바닥에서 무디게 저려온다. - 21p -

 

리쿠 여사의 <불연속 세계>를 읽은 지 얼마되지 않아 요렇게 다시 다른 책으로 재회하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몰랐다. 워낙 변덕스러운 취향 탓에 이 책 저 책을 수시로 갈아타느라 재회는 한참 후로 기약했지. 그런데 있을 건 있고 없을 것 없는 이 곳 도서관 책장에 빼꼼히 얼굴 내밀고 있길래 냉큼 집어들었고... 원래대로라면 나쓰오 여사의 <그로데스크>나 미미 여사의 <퍼펙트 블루>를 빌리려고 갔던 건데 표지도 없이 핑크빛 자태를 과감하게 보여주는데 맘을 빼앗겼다. 리쿠 여사의 다른 소설들보다 더 좋더라는 세간의 호평도 문득 기억나서 내게는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다.

 

이 소설은 200페이지가 채 되지 않는 슬림한 분량에다 복잡 기묘한 이야기들도 담고 있지않다. “그 애와 나”, “파란 꽃”, “젊은이의 양지”, 이렇게 총 3가지 에피소드로 일상적이며 담백하게 그려지고 있을 뿐인데도 이 소설에는 따뜻함과 묘한 중독성이 어우러져 있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인공들인 아야네, 마모루, 하지메는 고등학교 동창이자 같은 대학에 다녔던 동갑내기 친구로 졸업 후 사회진출을 해서 각자의 길을 따르고 있는데 과거 대학시절의 추억들이 주요 모티브!

 

첫 번째 에피소드인 그 애와 나에서 아야네는 책 읽기를 즐겨해서 독서 동아리에 들었다. 헌 책방에서 팔던 균일가 문고분도 좋아했고 베스트셀러 작가나 영화감독의 인터뷰를 읽기위해 창피를 무릅쓰고 성인잡지도 자주 구입하기도 했다. 졸업 후에는 잠깐 직장생활을 하다 작가가 된다. 아야네가 어떤 계기로 작가가 되었는지 경위를 설명하지만 그 계기란 것도 사소한 것에서 출발해 결정적인 순간은 명확하지 않다. 그럼 대체 언제였을까. 그 순간은. 자의식 과잉에 컴플렉스 덩어리였고 무위함 속에 소설가가 싶다는 마음을 스스로 인정하고 싶지도 않았으며, 그런 바람이 있는 줄도 몰랐다고 그녀는 고백한다. 아야네의 관점에서 본다면 뒤늦은 자각 끝에 소설가가 되고 싶었다는 열망은 대학시절 막연한 동경과 시샘이 시발점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역시 재미가 없으면 싫다.

소설은 읽을 때 재미가 있어야 한다. 책 속에 빠져들어 자기가 책장에 몰입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정도가 아니면 싫다. 휘둘리고 싶다. 압도적인 테크닉과 강렬한 세계관에. 영악한 악녀가 아니라 진정한 팜므파탈을 만나고 싶은 것이리라. -27p-

 

무엇인가에 깊이 빠져있다가도 어느 시점에서 열이 식어버리는 자신을 혐오하는 아야네의 모습에서 내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아 화들짝 놀라면서 점점 동화될 정도로 공감되는 점들이 많았다. 소설을 읽는 자세와 소설가를 바라보는 시선에서 말이다. 그래서 총 3편의 에피소드 중 가장 사랑스럽고 매력적인 이야기였던 것 같다. 나머지 에피소드 2,3에서도 음악과 영화를 사랑했던 마모루와 하지메의 회고담이 풋풋하고 아련하게 서술되고 있어 따뜻하고 뭉클한 느낌이 밀려온다.

 

이 소설처럼 워낙 평온했던 것 같았던 대학시절이 불현듯 그리운 것은 실상 마음을 동하게 하는 격정적인 모호함과 어설프게 아름다운 향수들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순간, 그 느낌을 콕 집어 포착해낸 온다 리쿠 여사의 재간에는 감탄 또 감탄하게 되고. 읽으면서 남은 페이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 못내 안타까웠던 <브라더 선 시스터 문>은 요시다 슈이치의 <요노스케 이야기>와 더불어 대학시절의 추억과 낭만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에는 짠하게 느껴질 만한 소설이다. 좋다. 무엇보다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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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도 모르는 북극 이야기 - 지구의 마지막 보물 창고 북극으로 떠나자 토토 과학상자 6
박지환 지음, 김미경 그림 / 토토북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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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에 사는 가장 덩치 큰 육식동물인 곰은 전 세계적으로 8가지 종류로 진화해왔고 곰의 진화 과정에서 가장 늦게 등장한 곰이 지금 소개하는 북극곰이라고 한다. 수천 년 동안 자연의 역사에 의해 진화해 온 북극곰은 눈과 얼음의 땅 북극 지역에서 살아남도록 특별하게 적응해 왔다.

 

이 책 <북극곰>은 캐나다의 북극 지역에 위치해 있는 처칠 지역에서 18년간 북극곰과 북극여우, 바다코끼리, 고래 등 이 지역에 살고 있는 동물들의 사진을 찍어 온 독일의 야생사진가 노베르토 노징씨가 내놓은 북극 생태계 보고서이다. 이 지역에서 북극곰 아저씨(Mr.Polar Bear)’라고 불린다는 노징씨는 기온이 영하 30도 이하로 떨어지는 혹독한 추위 속에서도 북극곰과 북극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렌즈에 담기 위해 혼신을 다하여왔다. 원하는 풍경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인고 끝에 찰나를 포착한 사진들은 흡사 연출된 것처럼 보일 정도로 기막힌 타이밍과 예술적 감각을 자랑한다.

 

결코 쉽지 않았을 그간의 여정들을 살펴보면서 받게 되는 경이롭고 청아한 느낌들이 몸과 영혼까지 따뜻하게 감싸주는 것 같다. 하지만 급속한 지구 온난화 현상은 북극의 대표적인 동물인 북극곰의 생존에 심각한 위협으로 대두되고 있어 이 아름답고 강한 동물이 우리 곁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하니 슬퍼진다. 암울한 북극곰의 미래를 변화시키지 못하면 우리 후손들에게 과연 어떤 유산을 물려줄 수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이 아름다운 환경교과서는 단순히 눈만 호강시키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북극 환경보호 실천을 이끌어내는 계기가 될 뿐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잊지 못할 행복한 체험이 될 것 같아. 감동적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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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 스티븐 킹 걸작선 1
스티븐 킹 지음, 한기찬 옮김 / 황금가지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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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꽃은 빨갛다. 제비꽃은 파랗다. 설탕은 달다. 그리고 캐리 화이트는 우리의 밥이다. - 32p -

 

어렸을 때 겁이 무척이나 많았던 나는 공포영화라면 길거리에 부착된 영화포스터만 봐도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심장을 콩닥콩닥 거린 채 일부러 먼 거리를 돌아가야 했던 기억이 있다. 우리나라 귀신영화도 섬뜩했지만 외국 공포영화에는 나 자신을 숨죽이게 하는 또 다른 원초적인 두려움이 어른거렸다. 그 중의 한 편인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74년작 <캐리>는 외국 공포영화의 대명사로 피를 전신에 뒤집어 쓴 여주인공의 모습에 오금저릴 정도의 강력한 공포의 상징물이었다.

 

어쨌거나 결국 영화는 성인이 된 후 비디오를 빌려 공포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귀신이나 유령이 등장하는 영화는 아니었던 것 하며 공포와는 별개로 참을 수 없는 슬픔이 내재되어 있었던 점이 의외였다. 이 후 스티븐 킹의 원작도 읽어보고 싶단 마음도 있었는데 킹의 소설은 알다시피 분권짜리가 일반적이라 초심자용 입문작으로 단권짜리를 문의했더니 마침 이 소설을 추천받았다. 영화의 공포를 원작에서는 어떻게 잘 살려냈을까 라는 궁금증과 함께 전체적인 줄거리를 이미 인지하고 있다는 익숙함도 감안하며 읽어갔다.

 

캐리 화이트는 광신적이고 가학적인 엄마와 자신을 기형으로 취급해 조롱하고 괴롭히는 학교 친구들 사이에서 심리적 고통을 겪고 있는 소위 왕따여고생이다. 그녀의 심적 고통은 체육시간이 끝나고 샤워실에서 몸을 씻는 과정에서 명징화 된다, 이름인 화이트처럼 희고 순수무결한 이미지 대신 손에서 비누를 놓쳐 떨어뜨리는 순간, 이 소녀의 몸에서는 생전 처음 피가 흘러내린다. 갑작스러운 경험에 어쩔 줄 몰라 하며 당황하는 캐리. 그것은 초경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캐리에게 지금까지 그러한 경험적 지식에 대해 제대로 알려준 사람은 주위에 아무도 없었다는 점이 비극의 발단이 된다. 청교도적인 청결만을 강요하는 엄마는 딸의 생리적 현상에 대해 입을 닫고 있었으며, 같이 샤워하던 반 여학생들은 피 묻은 손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가련한 그녀에게 일제히 깔깔대며 조롱한다.

 

다음 순간 욕지기와 경멸과 혐오감에 찬 웃음소리가 끽끽대는 귀에 거슬리는 소리로 바뀌면서 아이들이 캐리에게 탐폰과 생리대를 집어던지기 시작했다. 그것들은 눈송이처럼 날아왔으며 "틀어막아, 틀어막아, 틀어막아...."하는 소리는 이제 노래처럼 울려 퍼졌다.  -17p -

 

" 이 악마의 자식 같으니라고. 내가 어째서 이런 저주를 받았을까" 엄마가

 나지막한 소리로 속삭이듯 말했다. - 73 p -

 

세상에 대한 무지로 몸과 영혼까지 철저히 무시당하는 그녀는 아이들에게 혐오의 대상이며, 장난감에 불과하다. 서서히 지쳐가는 그녀를 보며 같은 반 여학생인 수지 스넬은 양심의 가책을 느껴 남자친구 토미에게 자신 대신 캐리를 학교 무도회 파트너로 대신 데려가 달라고 청하고 토미는 그렇게 함으로서 다소나마 간접사과와 보상을 하고 싶어 하는 여친의 마음을 헤아려 승낙한다. 하지만 불행의 씨앗은 잉태하고 있었다. 샤워실에서 캐리에 대한 집단 괴롭힘을 주도했던 여학생 크리스에게 정학 처분이 내려지고 이에 앙심을 품은 크리스는 남친 빌리를 사주해 캐리를 공개 망신 주려고 음모를 꾸민다.

 

캐리는 이러한 음모가 있을 줄을 꿈에도 모르고 드레스도 직접 만드는 둥 부푼 희망 속에 토미와 참석한 무도회에서 뜻밖에도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왕과 여왕으로 선정되는 영광을 누리게 된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왕관을 쓰며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는 순간 머리 위로 돼지 피가 쏟아진다. 빌리와 크리스의 못된 장난이었던 것. 황당한 상황에 놀라 달아나버린 캐리는 이윽고 격분하여 그동안 억눌렀던 세상에 대한 증오를 토해낸다. 그녀에게 염력이라는 초능력이 있었고 그러한 자신의 능력을 극대화시켜 온 마을을 초토화시키고 무차별 살해를 시작한다. 이렇게 시작된 참극은 또 다른 비극적 결말로 이어지게 된다.

 

이 소설에서 의 이미지는 죄악과 수치, 저주로 상징화된다. 캐리의 초경은 아이들에게는 조롱거리로 엄마에게는 순결을 깨뜨린 죄악으로 간주되어 학대와 멸시로, 마지막에는 생애 처음으로 찾아온 소녀의 행복을 무참히 산산조각 내는 돼지피로 각각 돌아오면서 캐리에게는 지옥의 불구덩이 속에 몸이 내던져져 삶이 곧 지옥인 일상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소설 속 캐리를 따라가다 보면 왕따란 것은 타고난 것이 아니었으며 억압적이고 왜곡된 청교도적인 전통과 천박하고 타락한 시선이 인간성을 어디까지 극단적으로 파괴할 수 있는지 극명하게 보게된다. 결국 인과응보의 교훈을 남기며 모두에게 응분의 처벌을 받게 하면서 미국 사회의 어둡고 부정적인 상황이 빚어낸 비인간적이고 비윤리적인 현실에 냉엄한 경고장을 던져주는 것이다.

 

'너희들은 날 속인 거야.속임수가 있었지 속임수 아 더러운 속임수 말야.'

'더러운 수작들을 보라고 내 삶 전체가 하나의 더러운 장난이었단 말야.'

'아 엄마 엄마가 무서워 엄마'

'마 엄마 엄마 '

'엄마 미안해'

- 276, 278, 279p -

 

 

다른 소녀들과 마찬가지로 소박한 행복을 꿈꾸었던 캐리의 불행은 십대 시절의 철없는 장난이 아니라 어른이 되어서도 또 다른 방식으로 약자를 괴롭히고 있다는 점에서 간과할 수도 없고 외면할 수도 없게 한다. 평범한 여고생으로 살아갈 수도 있었는데 말이다. 이렇듯 무심코 던진 돌에 무시무시한 분노로 되 뱉어주는 캐리의 상실감을 통해 인간심리의 두려움을 건드리면서 암울하고 처절한 통찰로 묘사해냈으니 십대 소녀가 주인공인 소설 중에서 그 아픔이 단연 으뜸이 아닐까 한다. 과연 스티븐 킹이다.

 

슬픈 공포가 뼈져리게 다가오는 소설 <캐리>. 기다려라 캐리의 저주와 분노가 불벼락으로 떨어져 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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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20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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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회 야마모토슈고로상을 수상하였으며, 나오키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는 모리미 토모히코의 청춘소설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집과 사무실을 지하철로 통근할 때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한참 책을 빌려 읽던 시절에 동행했던 책 중에 하나였다. 모 블로거의 추천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책 제목에서 풍기는 낭만적이면서도 유머스러한 느낌이 기대하게 만들었다. 책 표지에는 한 손에 홍시 같은 과일을 들고 오른쪽 어깨엔 대어 한 마리를 맨 새침한 아가씨가 앞장 서 걷고 있고, 뒤에는 유약한 인상의 범생이 청년이 운동화 끈이 풀린 줄도 모른 채 쭈삣 쭈삣 따라가는 모습이다.

 

전반적인 내용은 남자주인공인 대학생 는 동아리 여자후배를 남몰래 짝사랑하게 되고 세상 물정 모르는 그녀와 몽롱하고 예측할 수 없는 모험담을 상상력이 가미된 판타지로 그려낸다는 것이다. 선배의 짝사랑에 대해 전혀 눈치 못 채는 그녀와 주변 인물들의 엉뚱 발랄한 이야기들은 귀엽고 풋풋하다. 물론 그녀는 남자들이라면 누구나 호감을 가질 만한 매력적인 아가씨이기도 하다. 한번 쯤 사귀어 보고픈.....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는 인생의 지침이 될 만한 교훈을 주는 것은 아니니 무료한 일상에 가벼이 활력소를 불어넣어줄 피로회복제 쯤으로 생각하고 읽으면 될 듯하다. 단 가닥이 잡히지 않아 수시로 맥을 놓쳐버리게 될 구성과 전개는 좀 감안해야겠고. 나오키상 후보에 올랐다는 점은 좀 그러네. 솔직히 그 정도 수준의 완성도인지는 의문이 든다.

 

그런데 좀 전에 알게 되었는데 작가 모리미 토모히코가 남자였단 사실, 이름도 여자인줄 알았고 작풍도 남자가 쓴 글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인데 뜻밖이다. 흐흠, 보기보단 감성이 풍부하고 섬세한가 보다. 이런 소설이라면 당연히 여성작가겠지 라는 믿음은 일단 산산히!! 게다가 만화로도 리메이크되었군. 솔직히 소설보다 만화가 더 재밌을 것 같다.

 

소설은 그래, 단순히 받아들이면 청춘의 밤은 짧다. 이 여자 저 남자 만나 기웃거리며 이야기도 하고 사랑도 나누기에 밤의 시간은 짧다. 그래서 고민하지 말고 계속 걸어야 한다. 계속 걷다보면 작업의 성취감이 대기하고 있을 것이다. 단 으슥한 밤길을 조심해야 함도 잊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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