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 - 학벌주의와 부동산 신화가 만나는 곳
조장훈 지음 / 사계절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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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벌주의'의 민낯을 보여주는 학원가의 역사,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와 '부동산 신화'의 민낯을 보여주는 그 역사,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로 책이 채워져 있었는데, 학원가와 부동산 신화가 교묘하게 맞물려 있는 지점을 작가님이 잘 설명하셨다.

 학원가 때문에 부동산이 형성됐고 부동산이 형성되는 과정에 학원이 있었다. 대한민국 어디서도 보기 힘든 유례없이 대단한 동네였다.



입시 컨설팅을 하며 마음이 편치 않은 순간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처럼 외부 활동에서 얻은 스펙과 결과를 규제와 금지를 피해 학생부에 기재할 방법을 찾아줘야 할 때였다. (중략) 거짓 기록을 만들어낸 적은 맹세코 없지만, 그런 상담을 마치고 나면 편법을 위한 방편을 찾아주는 사람이 된 듯하여 자괴감이 들곤 했다. ('1부-5장. 학종, 가장 이상적인 입시 제도가 초래한 비극' 중 일부)

 어... 되게 자괴감 들 것 같다. 원래 취지가 교육 격차 해소인데 그 간극을 벌리고 있으니 원... 물론 고의는 아니지만 그래도 마음이 쓰이긴 할 것 같다.



그러나 학종은 입시만이 아니라 학교의 일상 자체를 경쟁의 지옥으로 바꿔놓았다. 이곳에서 일부 교사와 학생들은 서로를 이용하고, 무시하며, 고독 속에서 스스로 정신 승리하는 법을 익혀나간다. ('1부-5장. 학종, 가장 이상적인 입시 제도가 초래한 비극' 중 일부)

학종이 이렇게까지 문제가 될 줄은 몰랐다. 말 안 들어서 들러리 역할도 못 시키는 학생1이었어 그런가... 아니면 내가 학생 때보다 지금 더 심해져서 저 지경이 된 건지, 지방은 덜했던 건지, 어쨌든 어디에선가는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란 게 끔찍하고 기괴하다. 저렇게 학생부를 채운 애들이랑 나랑 경쟁을? ㅋㅋㅋㅋ 지나가던 개도 알만한 결과다.


어디선가 사람의 가치는 분명 같다고 배웠는데. 사람이 가치가 다 같다는 건 말뿐이고 현실에서는 그렇지가 않구나. 사람마다 가치를 다르게 치는구나. 소위 '못 배운 사람'과 '배운 사람'에게 돌아가는 몫은 전혀 같지 않았다. ('1부-6장. 대학 입시가 불행을 낳는 이유: 학벌주의와 교육열' 중 일부)

사람의 가치를 다르게 평가한 게 아니라 노동의 가치를 다르게 평가한 거 아닌가. 본인과 노동을 왜 동일시하는지 의문이었다.


우리 사회에서 젊은이들이 경험하는 불평등은 능력주의로 고상하게 포장되고 진화된 불평등이 아니라 학벌주의라는 노골적인 차별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1부-6장. 대학 입시가 불행을 낳는 이유: 학벌주의와 교육열' 중 일부)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과 정확히 일치했다. 우리 사회는 이제 막 능력주의로 발돋움하려는 상태다. 단 한 번도 능력주의의 부작용을 겪은 적 없는 사회라고 생각한다.

누구도 좋은 학벌을 가진 사람들을 믿지 않으면서도 그 학벌을 욕망하는 기이한 현상이 초래된다. (2부-5장. 불안한 행복을 꿈꾸는 공포의 회전목마)
이렇게 말하니까 되게 웃기네. 다음 화는 절대 안 본다고 댓글 창에 욕이 난무했지만, 최고 시청률을 찍은 부부의 세계가 생각난다. 다 거짓말쟁이들이다. 물론 나도. 학벌을 믿진 않는데, 그 학벌을 가진 나는 믿고 싶다.

이들은 대치동에서 출강하고 있다는 경력을 내세우며 주중의 낮에는 각 지역의 재수종합반이나 기숙 재수학원에서 강의를 하고, 대치동에 출강하지 않는 평일이나 주말의 다른 날에는 다른 지역에서 더 많은 학생을 상대로 강의를 진행한다. 대치동에 출강하는 강사라는 커리어는 이들에게 현재와 미래의 자산이다. ('3부-5장. 대치동 학원가 사람들 - 강사' 중 일부)
대치동, 대치동, 대치동. 입시판 전체가 대치동에 미쳐있는 느낌을 책을 읽으며 계속 받았는데 이 대목에서는 할 말을 잃었다. 인간의 욕망이 이다지도 투명하게 보일 수 있을까.

시간이 갈수록 입시를 위한 컨설팅이 아니라, 브로커로서 과외나 학원 강의를 영업하는 컨설팅으로 변질되어갔다. ('3부-6장. 대치동 학원가 사람들 - 상담실장의 진화와 입시 카페의 등장' 중 일부)
역겹고 추하다. 대한민국 입시 판 속 수험생들이 어떤 심정으로 상담 의자에 앉는지 뻔히 알면서 그걸 볼모로 억지스러운 돈을 벌고 싶을까? 본인에게 부끄럽지도 않은지...

그러나 2015년을 기점으로 하여 대치동의 중대형 종합 학원들이 1층에 입시 센터를 오픈하기 시작했다. 때마침 대치동 곳곳에 스터디 카페가 늘어나고 있었다. ('3부-6장. 대치동 학원가 사람들 - 상담실장의 진화와 입시 카페의 등장' 중 일부)
진짜 빠르다. 내가 살던 동네는 2015에는 스터디카페가 없었고 나는 스터디카페를 2019에 대치동에 올라가서 처음 봤다. 내가 살던 동네도 이제 스터디카페가 대거 깔려있으니까 대치동은 다른 동네보다 5년 빠르다.


감상
 신기하다. 집값 비싸고 학원 많은 동네라고만 생각했는데 그 이면에 이렇게 깊은 역사가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 학벌 지상주의를 경험한 세대가 한 동네의 브랜드를 만들었다. 이로써 나는 다시 한번 학벌 지상주의가 쉽게 사라지지 않을걸 느꼈다. 자신이 경험한 것보다 더 큰 재산은 없는데 그걸 지금 2대에 걸쳐 했으니 3대까지 아니 4대 5대 그 후로도 공고하지 않을까.
 대치동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복잡했다. 내가 무심코 스쳐 지났던 그 건물이 수많은 사람이 달라붙어 학생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종국에는 되돌아오게 하려는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니... 강의를 선택한 데 내 의지는 얼마나 반영된 걸까. 뭐 난 저런 컨설팅을 안 받아서 그나마 자유롭겠지만, 인터넷상으로도 그들은 활동하고 있지 않을까. 알수록 신기한 동넨데 다른데 선 보기 힘든 특이한 직업군이 모여있어 그런 것이었다.
 아무튼 대단한 동네다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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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모범생 특서 청소년문학 23
손현주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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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요에 의한 교육은 아이들을 정신적 억압의 상태로 몰고 가 ‘분노 조절 장애’라는 내적 괴물을 만들어냅니다. ('가짜 모범생' 중)

괴물이 된 자신의 모습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한 쌍둥이 형과 괴물이 되지 않으려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는 쌍둥이 동생이 나온다. 대학이 학벌이 한 학생을 끝냈지만 그런데도 주인공은 현실 속에서 자신만의 답을 찾아가려고 한다. 학벌 지상주의에 찌든 사회를 돌아볼 수 있는 소설이었다.



엄마의 교육 방식은 피멍이 들도록 맞으면 실력이 늘 수밖에 없다는 정설을 믿는 것이었다. ('가짜 모범생' 중)

나도 되게 많이 맞았다. 웃긴 게 맞기 싫어서 숙제를 해 갔고 결론적으론 성적이 좋았다. 그런데도 체벌은 안된다고 생각하는데 누군가 왜냐고 물으면 거기에 대답을 못 하겠다. 그 답을 이 책을 통해 찾고 싶다.


사막에는 거짓이 없고 폭력이 없고 억압이 없다. 무엇이 옳은 건지 여기서는 판단할 필요가 없다. ('가짜 모범생' 중)

이거구나 애들이 원하는 게. 옳고 그름의 판단이 없는 곳. 내가 원하는 게 정답인 곳을 원하는 거였구나. '내가 원하는 게 정답인 곳' 되게 멋있다.


아저씨만의 개를 위하는 방법이었다. 아저씨는 과일을 바구니에 담느라 내 말은 들으려 하지 않았다. 개들을 저 짧은 목줄에 묶어 종일 보내도록 하는 것은 단지 숨만 쉬라는 것 같았다. 개들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답답해 견딜 수 없었다. ('가짜 모범생' 중)

생명체인데... 살아있는데 때 되면 밥 주고 산책시켜준다고 아무렇지 않을 리가 없다. 개한테서 자신의 모습을 느꼈을 주인공의 심정이 느껴져 마음 아팠다. 때 되면 밥 주고 공부도 시켜주는데 뭐가 그렇게 불만이냐는 환청도 들리는 듯했다.


겨울에 먹이를 저장한 곰은 그해를 잘 보낼 수는 있지만, 새로운 먹이를 사냥하지 않는 한 버티기 어려울 거란 사실을 알고 있었다. ('가짜 모범생' 중)

고2 때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2학년 1학기 기말까지는 어떻게 버텼는데 2학기는 속절없이 무너졌다. 내가 자초한 건 맞는데 그래도 슬펐다.



감상

소설 곳곳에서 내 모습, 주변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우울증은 (진단만 받지 않았을 뿐) 흔했을 것 같고 공황장애, 분노조절장애, 불면증도 보았다. 나도 저 중 상당수를 가지고 있고. 불행 중 다행인 건 직업이 다양해지며 학벌 지상주의가 사회 전반에서 옅어지는 분위기이긴 한데, 그래도 여전히 sky를 향한 성적우수자들의 열의는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거란 생각이 들어 씁쓸하긴 하다. 대학이 출세의 발판, 명예가 아닌 수학을 하는 기능이 우리나라에 올까, 란 생각을 다시금 해볼 수 있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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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던 오늘 - 카피라이터의 시선으로 들여다본 코로나 이후, 시대의 변화
유병욱 지음 / 북하우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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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우리는 예전의 우리와 어떻게 다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것들은 변치 않을까?’, ‘앞으로, 무엇이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게 될까?’, ‘생각의 힘으로 살아가는 우리는 어떻게 단련해야 할까?’ 작가님이 한여름 카페에서 코로나로 인해 달라진 일상을 보다 가진 4가지 질문이다.

이 책은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빼곡히 채워나간다. 작가님의 잘 정돈된 생각은 통해 내 생각을 되돌아볼 수 있는 책이었다.


요즘은, 오랫동안 남을 따라 하기만 하다가 조금씩 자기도 멋진 사람임을 깨달은 이의 자존감 같은 것을 서울에서 느낀다. (‘서울’ 중 일부)

다른 사람의 좋은 점을 따라 하다 보면 나도 모르는 새 그것이 나만의 방식으로 내게 스며들어있던 걸 경험한 적이 있어서 반가운 문장이었다.


그것은 아마도, 암묵적인 룰처럼 굳어진 그 박자가 성공을 보장해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서서히 깨닫기 시작해서일 것이다. (‘미트로놈’ 중 일부)

너무 좋다. 인생 속도에 의문을 던지며 내가 가는 방향과 빠르기가 맞는지 되돌아보는 사람이 늘어나며 점점 사회가 만들어둔 틀에 금이 가는 것 같다. 사회가 더 건강해지는듯하다.



그것이 완벽해서가 아니라, 단점이 없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직 그것만이 줄 수 있는 매력이 있어서 사랑은 시작된다. 그것은 연인에게도, 브랜드에도, 기업에도 적용된다. 강력한 팬덤은, '대체 불가함'에서 시작된다. 약점이 없어서가 아니라, 대체할 수 없어서. ('개별성' 중 일부)

내가 좋아하는 것들도 생각해보면 단점은 다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것들을 좋아한다. 다른 것은 가지고 있지 않은 그것만의 개별성에 끌려서.


'나는 부족하니까 더 열심히 해야 해'가 아니라, '나와 내 주위의 시스템은 훌륭하니까, 지킬 것을 지키면서 가장 효율적인 답을 찾겠어'라는 태도가 읽히지 않는가. 멋지지 않은가. ('봉준호' 중 일부)

영화 기생충을 주 52시간을 정확히 지켜 만든 영화라고 해서 놀랐다. 왜 나는 당연히 안 될 일이라고 생각했을까. 세상에는 어쩌면 내가 깰 수 있는 틀이 내 생각보다 훨씬 많을지도 모르겠다. 그 틀이 깨지는 걸 보는 순간은 말도 안 되게 짜릿하다.


상처가 나도, 속살이 부드러운 상태에서는 금방 붙는 것처럼, 나뭇가지를 접붙일 때는 단단한 표면이 아니라 연약한 내부를 노출해 서로 붙이고 묶는 것처럼, 덜된 생각들의 합이 아이디어의 사이즈를 키운다. 그러니 나의 아이디어가 완벽하지 않고, 연약할지라도, 얼토당토않아 보여 부끄러울지라도 반대편에 앉아 있는 팀원을 믿고 던질 수 있어야 한다. ('아님 말고' 중 일부)


아무 아이디어나 던질 수 있는 내가 되고 싶다. 그래야 그런 환경을 만들 수 있을 테니까.

당신이 쓰는 문장은 당신이 읽은 문장에서 시작된다. 읽어봐야, 진정 내가 원하는 문장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 (‘문장론’ 중 일부)
많이 읽을수록 세상에 이렇게 좋은 문장이 많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읽을수록 더 새로운 게 책의 묘미다.


감상
 소제목에 딱 맞는 짧은 에세이들이 한 챕터를 단단하게 이룬 짜임이 좋았다. 책을 읽다 길을 잃은 느낌이 들면 소제목과 목차를 확인하는데 여전히 내가 어디 있는지 모르는 순간이 드는 책이 있는가 하면 이 책은 달랐다. 소제목도 명확했고 더 나아가 각 챕터의 제목도 명확했다. 오랜만에 이런 책을 만나서 좋았다.
 코로나로 인해 많은 것이 달라졌고 앞으로 더 달라질 것이라고 막연하게만 생각했는데, 이 책을 통해 작가님의 생각을 볼 수 있었고 이를 토대로 내 생각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예전과 다르게 서로 물리적 거리가 떨어졌고, 이로 인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만날 수 있는 사람에 대한 내 마음을 알게 되었다. 그 마음은 변치 않았거나 코로나 이전보다 더 애틋해졌으며 앞으로 사회는 이런 마음으로 움직이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애틋한 것들을 찾기 위해(걸러내기 위해) 생각하는 힘은 필수인데 이를 위한 방법은 독서가 최고라고 생각한다. 깊게 사고할 수 있고 내 호흡대로 콘텐츠를 이끌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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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릴라 형과 오로라 - 제10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
이병승 지음, 조태겸 그림 / 샘터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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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릴라형과오로라

"가야지. 언젠간 꼭... 그런 소원 하나도 없으면 못 버텨. 세상이 그렇게 만만하지가 않거든." (28쪽)


"너. 그렇게까지... 돈이 벌고 싶냐?"/"처음엔 그랬죠. 근데 하다 보니까 그냥 재밌더라고요. 재밌는데 왜 안 해요?" (30쪽)


 우리는 상처투성이인 세상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잘 살아가기 위해 노력한다. 누군가는 피하고 누군가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누군가는 애써 못 본 척 외면하기도 한다. 그중 틀린 방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말 그대로 다양할 뿐, 다른 것일 뿐이다. 원하는 것 하나 없으면 살기 힘들 정도로 각박한 세상이지만 그 꿈 때문에 세상이 유독 더 각박하게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내일 또 일어나서 그 꿈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갈 것이다. 인생은 어쩌면 생각보다 더 재미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안고.



#나쁜기억삽니다

나쁜 기억을 지워 버리려다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되는 기억까지 지워버리고 만 것이다. 그래서 엄마는 나에게 언제 철이 들 거냐고 했던 거다. 

그렇다면, 난 얼마나 많은 기억을 잃어버린 걸까?

아, 이제 어떡하지?/어떡하지? (57쪽)


 나쁜 기억이 시간과 함께 종종 미화되는 경우가 있어서 이런 상황을 조심하려고 노력했다. 그때 내가 느꼈던 감정, 배웠던 것들을 잊지 않으려 애쓰느라 그 나쁜 기억이 내 머릿속을 갉아먹고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렇게 해서까지 내가 얻고 싶었던 건 뭐였을까. 분명 객관적으로 나쁜 기억이 존재한다. 하지만 대다수의 나쁜 기억들을 시간이 조금만 지나 감정의 소용돌이가 가라앉았을 때 돌이켜본다면 마냥 나쁜 기억은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일이 발생하면 그 일에서 내가 배울 점만 얻어내고 그것을 제외한 나머지는 잊는 연습을 해야겠다.



#이상한친구

 운서가 왜 그런 거짓말을 하고 이상한 상상을 하고 기괴한 음악을 듣는지 나는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 않았다. 어쩌면 정말 이상한 친구는 바로 내가 아니었을까? (89쪽)


 내 상식선에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사람을 보면 별 생각 없이 ‘이상한’ 사람이라고 치부해버리고 더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야기의 주인공은 그 행동을 곱씹어 보지 않은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본다. 이 모습을 보며 그동안 내가 관계를 대했던 태도들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 타인을 더 나아가 이상하게 보이는 타인을 이해하는 일은 노력조차 어려운데 그걸 해낸 주인공이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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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날에도 위로는 필요하니까
선미화 지음 / 책밥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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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을 살다 한 번쯤 마주한 생각들이 작가님의 다정한 어투로 재탄생했다. 공감 가는 구절을 보며 과거 내 인생을 돌아볼 수도 있었고 미래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군데군데 들어가 있는 어울리는 그림도 구절과 잘 어울리며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나를 안다는 건

그런 일상의 모습을

흘려보내지 않고 챙겨

마음에 담는 것이다. 

('보통의 날들' 중 일부)

 같은 일상의 모습을 흘려보내지 않고 챙겨둔다는 말이 따뜻하고 예쁘다.


오롯이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간다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걷는 사람' 중 일부)

 순간에 집중한다는 말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눈앞에 놓인 일만 생각하는 게 뭐 어렵겠냐는 생각이 들지만, 막상 해보면 머릿속이 온갖 잡생각들로 차는 경험을 여러 번 했어서 공감 가는 구절이었다.


당연하게 그렇게 사는 삶은 없기에

내 삶의 어떠한 순간도

그냥 그렇게 사는 것으로

치부해버리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는 모두 서로 다른 인생의 문제를 풀고 있다' 중 일부)

 당연한 게 없는 걸 알지만 그래도 나는 안 그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어,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이 꺼려진다. 이걸 잘 극복해야 할 텐데...


감상

 사람은 누구나 다 비슷한 생각을 하고 산다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다. 그걸 아셨던 작가님이 '어떤' 날에도 위로는 필요할 것이지만 당신이 지금 어떤 날을 겪고 있는지 모르겠기에 다양한 상황에 맞는 여러 가지 위로를 건네신다는 느낌이 들었다. 몽글몽글한 그림들은 그 위로를 더 따뜻해 보이게 해줬다.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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