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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파리에서
레일라 지음 / 리플레이 / 2021년 3월
평점 :
한창 파리에 대한 환상에 빠져있던 시절이 있었는데, 여러 여행 후기를 읽고 와장창 깨졌다. 그래도 파리는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 자리하고 있는 가보고 싶은 도시다. 작가가 그려낸 프랑스 파리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갑작스러운 소나기가 찾아오면 작은 우산을 들고 집 앞 공원을 걷는 것을 좋아한다. 약속 시각에 늦어 헐레벌떡 뛰어가던 거리를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걷기 시작하면 일상 속 과연 나는 무엇에 지쳐있었는지 돌아볼 수 있으며 내 몸과 마음을 위한 시간을 온전히 감지할 수 있다.
-'사색' 중 일부-
새벽에 창밖을 내다보면 갑자기 나가고 싶은 충동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 밖에 나가서 멍하니 걸으면 왠지 모를 개운함과 후련함이 찾아온다. 정신없이 차가 지나가던 도로도 한적하고, 조명이 잔뜩 켜져 있던 가게도 모두 문을 닫았다. 그 속에서 느껴지는 고요가 참 좋다.
그렇기에 설령 나는 그들에게 유일한 존재가 아니었을지라도 괜찮다. 특별한 감정을 품을 수 있는 마음이 큰 사람으로 성장한 것만으로 나는 만족하는 지점에 도달하는 중이니까.
-' 특별함을 지닌 것들' 중 일부-
인간관계에서 나를 중심으로 사고하는 게 중요하다. 타인의 시선에 기대어 생각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불만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들에게 내가 특별한 존재가 아니어도, 내가 그들을 특별한 존재로 인식한다면 그것 자체로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파리에 가면 꼭 이것만큼은 해야 한다, 그런 일이 있어요?
"그렇다면 나는 나만의 방법을 과감하게 추천해 주곤 한다.
“아무것도 하지 말아보세요. 공원에 누워 낮잠도 자보고, 카페에 가서 커피 한 잔을 시켜 놓고 오후 내내 가만히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에 한 번 녹아 들어보세요. 파리를 즐길 수 있는 법은 셀 수 없이 많으니 여유가 있다면 하루쯤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기억에 남을 거예요.”
-'느림의 미학' 중 일부-
너무 행복할 것 같다. 굳이 파리가 아니더라도 근처에 적당한 곳을 찾아서 해보고 싶다. 지금 떠오르는 곳은 바단데, 바다에 앉아 온종일 아무것도 안 하고 멍하니 앉아있고 싶다.
좋을 글을 쓰려면 글쓴이의 인격도 얼마간은 훌륭해야 한다는데, 나는 나 자신을 독자에게 얼마나 고스란히 내어줄 수 있을까. -'나를 위한 행위' 중 일부
인격의 훌륭함 여부를 떠나, 작가 자신을 독자에게 내어주는 행위는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불특정 다수에게 내 생각을 드러내는 일이 쉽지 않기에 더 그렇게 느껴진다. 막연히 책을 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가도 나는 아직 독자에게 나 자신을 고스란히 내어줄 자신이 없다.
집중하는 의지 이상으로 필요한 무언가의 힘, 그리고 그를 빨아들이는 책. 마치 마법 같았던 지난날의 집중도는 후에도 쉽게 찾아오지 않았기에 이어지는 실패가 더욱더 아쉬웠다.
-'집중의 순간' 중 일부-
맞아. 이상하게 집중이 잘되는 순간이 있는데 그 시간이 지나면 머리에 안개가 낀 듯 뿌예진다. 그래서 그런지 그 순간의 집중력이 더 안타깝다.
책과 함께 여행하세요. 책에 두 번째 삶을 줄 뿐만 아니라, 공유를 촉진함으로써 친환경적으로 재활용할 수 있습니다.
-'책의 두 번째 삶' 중 일부
신기한 문화다. 진짜 실행되면 찝찝해서 손대기 꺼려질 것 같긴 한데, 그래도 책과 가까운 문화가 조성된다는 점에서 큰 의미인 것 같다.
감상
분명 파리에 거주하는 작가의 일상인데, 대부분이 한국의 일상에 대입해봐도 낯설지 않아서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도 곳곳에서 느껴지는 파리만의 분위기는 있었는데 예상대로 도시가 예술과 맞닿아있었다. 지하철에서 책을 읽거나 메모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과 거리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벽화가 인상 깊었다.
작가가 그려낸 파리에 대해 궁금해서 책을 읽게 됐는데 책장을 덮은 지금 파리보다 작가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었다. 본인이 그동안 했던 생각들을 차곡차곡 모아 잘 정돈하고 다듬어 책을 내놓은 느낌을 받았다. 나도 내 생각을 이렇게 잘 정리해 책으로 꼭 출간하고 싶어졌다.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