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숍
레이철 조이스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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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민이 있는 사람들에게 찰떡같은 음악을 추천해주는 프랭크. 프랭크를 통해 음악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일사.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를 곁들인 1980년대 영국의 한 거리 이야기다. "그땐 그랬지."라는 말에 그 시절의 사람, 추억이 모두 함축되어 있고 누구에게나 "그때"라는 시절은 존재한다. 국가도 시기도 다르지만 공유할 수 있는 보편적인 감정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준 소설이다.


동네 사람들이 음반 가게 앞으로 하나둘씩 몰려들었다. 담요를 가져온 사람, 어서 따뜻한 곳으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 목이 부러졌을 수도 있으니 환자를 옮기지 말고 그대로 두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었다. (48쪽)

응팔 보는 느낌... 동네의 정겨운 분위기가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전략) 여왕에게 딱히 유감이 있지는 않았지만 섹스 피스톨즈의 주장에 기꺼이 동의하는 편이었으니까요. 전통과 관습에 반하는 신념을 갖고 있더라도 스스럼없이 표현할 수 있는 자유와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믿어요. 신성불가침한 성역이 존재해서는 안 되죠. (후략)"(269쪽)

영국에 아직도 귀족이 존재하는데 이것에 대한 영국 시민들 생각은 어떨지 궁금하다. 나라면 되게 불만족스러울 것 같다.



프랭크가 손님들과 대화를 나눌 때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 귀를 쫑긋 세우고 들어보았지만 그다지 특별한 건 없어 보였다. 그저 손님이 하는 말을 놓치지 않고 열심히 들어주는 것뿐이었다. (296쪽)

이게 어렵지. 아는 사람 말도 경청하기 힘든데, 생판 모르는 남의 말을 경청하는 건 상상만 해도 어렵다. 그래서 사람들이 프랭크 가게에서 위로를 받고 돌아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길에서 마주친 누군가 웃으며 말했다. "이 도시에 그런 사람이 있었어요? 마치 영화에 등장하는 주인공 같네요." 프랭크는 마치 이 도시 어디에서도 존재한 적이 없는 사람인 듯했다. (394쪽)

누군가에게는 잊지못할 청춘의 기억이 공간과 함께 시간너머 저편으로 사라진다. 공간이 주는 의미는 생각 이상으로 대단한 것 같다. 시간과 사람 그리고 거기서 비롯되는 모든 추억을 다 담고 있는 공간.



음반 가게 안은 다양한 음반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반질반질한 나무 진열대에 엘피판들이 가득 차있었고, 그 옆에 시디 진열대들이 따로 놓여 있었다. (436쪽)

세상과 적당히 타협하며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프랭크의 모습이 멋있었다.



감상

 분명 해피엔딩인데 어딘가 허한 건 아마 유니트스트리트가 사라져서 그런거겠지. 아주 가끔 어릴 때의 감성이 그리울 때가 있다. 느긋하게 어디에도 쫓기지않고 살았던 것 같은 때.(물론 그때도 그때 나름의 고충이 있었고 지금 기억이 미화됐다는 사실을 잘 안다.) 그럼에도 그 시절을 떠올렸을 때 말로 설명하기 힘든 어떤 '감성'이 떠오른다는 건 다시 되돌아갈 수 없는 시간과 공간이 주는 그리움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 사람들은 그런 시절을 가지고 있고 그래서 나 또한 이 책에서 작가가 전달하고자했던 감성을 느낄 수 있었다. 국가도 시기도 다르지만 공유할 수 있는 보편적인 감정이 있다는 게 신기하다.

 다른 사람들에겐 속 시원한 해결책을 거침없이 제시하는 프랭크가 자신의 문제는 답을 찾기 어려워하고 알면서도 외면하는 모습이 공감됐다. 인생은 자주 멀리 떨어져서 봐야 하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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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
바네사 스프링고라 지음, 정혜용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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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사람의 성 착취 피해 기록집이자 한 편집자의 문학 고발기이다. 골 아프다. 얼마나 많은 청소년이 가브리엘 마츠네프에게 착취를 당했을지 가늠도 가지 않는다. 필리핀까지 나가 굳이 본인의 소아성애를 가감 없이 드러낸 그의 근면 성실함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부모가 이혼한 뒤로, 나는 아버지를 점점 더 뜸하게 볼 뿐이다. 보통은 아버지가 저녁 식사 시간에 보자고 하면서 늘 고급 식당을 예약해놓는데, (중략) 수치스러워서 눈알을 파버리고 싶은 그 순간이 다가온다. 아버지가 오만함과 색욕이 뒤섞인 눈길을 던지며 그 아름다운 셰에라자드의 브래지어나 팬티 고무줄을 비집고 자신이 지니고 있던 가장 큰 액수의 지폐를 찔러 넣는다. (28쪽)

 정신 상태가 의심스럽다. 아빠가 딸 앞에서 이게 뭐 하는 짓인가? 딸은 아빠와 시간을 보내려 나온 거지 밸리댄스 추는 여자에게 팁을 주는 남자를 보러 나온 게 아니다.



어느 날 그가 만날 약속을 편지로 잡는다. 전화, 그건 너무 위험해요, 어머니가 받을 수도 있으니까, 라고 그가 편지에 썼다. (50쪽)

 미친 소아성애자 새끼



닥치는 대로 마셔버리게 하는 갈증, 약물 중독자의 갈증과 같은 결핍, 애정 결핍. 중독자는 손에 넣은 약물의 품질이야 어떻든지 간에 개의치 않고, 치사량을 스스로에게 찔러 넣으며 효과가 좋으리라고 확신한다. 안도, 감사, 그리고 황홀경을 느끼며. (100쪽)

 자신이 먹는 게 뭔지도 분별할 능력이 없는 어린아이를 대상으로 어떻게 성적 욕구가 생기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고 이건 명확한 질병이다.



에밀 시오랑이 정중한 어조로 말을 자른다 

"(전략) G를 사랑한다면 그 사람 자체를 받아들여야죠. G가 당신을 선택한 것만으로도 엄청난 영예랍니다. (중략) 하지만 여자들은 종종, 예술가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더군요. (후략)"

"하지만 에밀, 그는 줄곧 거짓말을 해요." 

"이봐요, 친구, 거짓말이 곧 문학이랍니다! 몰랐어요?"(161쪽)

 끼리끼리는 사이언스. 미성년자인 너희 딸이 36살 많은 남자한테 가스라이팅 당하면서 연애랍시고 성 착취를 당해도 이딴 소리를 지껄일 거니?



"언어는 늘 아무나 입장할 수 없는 사냥터였다. 언어를 소유한 자가 권력을 소유하리라." 

클로에 들롬, <<내 친애하는 자매들>>(216쪽)

너무 공감되는 말이다. 이 책을 읽어보고 싶다.



죄인, 그것은 나다. 성인 남자와 어린 여자아이가 함께 누릴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에 종지부를 찍을 죄를 저질렀으니. (중략) 우리의 격렬한 열정이 그가 쓴 책들 덕분에 어두운 밤에도 계속 빛날 테니까. (225쪽)

 한 사람의 인생을 통째로 박살 낸 이 책을 소비하는 너희도 공범이다. G가 소아성애를 이어올 수 있던 건 지지해주는 너희 덕분이었다. 쌍으로 역겹다.


부모 노릇이 힘에 부치거나 부모 노릇을 포기한 부모를 가진 외롭고 위태로운 여자아이들에게 눈독을 들일 때 G는 이미 그 여자아이들이 결코 자신의 명성을 위협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똑똑히 알고 있었다. 그리고 아무 말 하지 않는 자는 동의한 것이다. (242쪽)
 동의는 이럴 때 쓰는 단어가 아니지. 싫다고 안 하는 게 동의가 아니라 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현하는 게 동의다.


감상
 성적으로 보수적인 프랑스에서, 이 책이 문학계 미투 운동의 시발점이라길래 궁금한 마음으로 가볍게 책장을 열었는데 마지막 장을 무거운 마음으로 덮었다. 분명 30년 전에 프랑스에서 일어난 일인데, 현재 대한민국 어딘가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는 일 같았다. 심지어 그 형태는 더 진화해 결국 n번방이라는 범죄가 탄생했다. 소아성애는 성 착취에 아동학대가 합쳐져 가중처벌의 대상이 되어야 하고 그 대상 연령 또한 만19세로 올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는 이런 역겨운 일이 전 세계 어디에서도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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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국
도노 하루카 지음, 김지영 옮김 / 시월이일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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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기분 나쁜 여자는 잘 살펴보니 얼굴이 예뻤다." 지금 이 문장을 읽으며 드는 생각이 책을 읽는 내내 들 생각일 것이다. 띠지에 저 문장이 적혀있었고 이 문장을 왜 띠지에 적었을까 고민하면서 책을 읽었는데, 책을 다 읽고 알았다. 나는 저 문장을 읽자마자 불쾌하고 찝찝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계속 그 생각으로 책을 술술 읽었다.


 불쾌하고 찝찝했다. 주인공의 생각을 서술하는 부분에서 특히 그렇게 느꼈는데, 굳이 알고 싶지 않은 남의 머릿속을 훤히 들여다보는 느낌이었다.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그들의 생각을 알 수 있어서 소설을 좋아하는데, 어느 정도 정제된 생각에 한해서였나보다. 이런 식으로 날것의 감정, 생각은 처음 접해보는데 별로였다.


 가독성과 흡입력은 좋아서 앉은 자리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었는데, 그런데도 쉽사리 뭐라 정의하기 힘든 신기한 소설이다. 1점과 5점으로 평이 극명히 갈렸다고 했는데, 나한테는 1점에 가까웠다. 하지만 신기한 건 심사위원들 평이 왜 그렇게 극명하게 갈렸는지와 5점을 준 사람들이 왜 5점을 줬는지 알 것 같았다. 오가와 요코(소설가)가 "나는 주인공이 싫지만 외면할 수 없었고 어느새 그가 맛보는 위화감에 공감하고 있었다. 어쩌면 무서울 정도로 보편적인 이야기일지도 모른다."고 심사평을 남겼는데, 주인공이 싫지만 점점 그 위화감에 동화된다는 말이 공감된다. 주인공은 내가 만나 본 인물 중에 손에 꼽히게 신선한 인물이었기에, 보편적인 이야기인지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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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기쁨과 슬픔 - 장류진 소설집
장류진 지음 / 창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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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편소설인데 전부 주인공이 2~30대 직장인들이다. 엿 같은 사회구조 속에서 그들은 잠시 슬픔에 좌절하며 주저앉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어나 그 속에서 자신의 기쁨을 찾는다. 구조의 모순과 그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에 동질감이 느껴지는 소설이었다.



계기

작가님의 소설 #달까지가자 를 읽고 섬세한 감정 표현을 한 문장력에 감동받아서 전작을 읽어 보고 싶어서 읽게 되었다.



무엇보다 지금은 같은 부서에서 같은 일을 하고 있는데 왜 연봉 차이가 이렇게 많이 나야 할까. 구재가 일을 잘해서? 대체 얼마나 잘하길래? 딱 천삼심만원어치만큼? (27페이지)

 성별에 따른 임금 차이를 볼 때마다 내가 들었던 생각이다. 출발선이 다르고 간신히 같은 선에 섰다 해도 결과가 다르다.



"원래 내가 받았어야 하는 건 포인트가 아니라 돈인데...... 사실 돈이 뭐 별건가요? 돈도 결국 이 세계, 우리가 살아가는 시스템의 포인트인 거잖아요. 그래서 그냥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죠."

 "어떻게요?"

 "포인트를 다시 돈으로 바꾸면 되는 거잖아. "(52페이지)

 월급을 포인트로 주는 건 상상도 못 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어디선가는 행해지고 있을 것 같아서 소름 돋았다.


"코드를 좀 멀리서 보면 어때요?" 

케빈이 말없이 나를 올려다봤다.

 "자기가 짠 코드랑 자기 자신을 동일시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내가 덧붙였다.

 "버그는, 그냥 버그죠. 버그가 케빈을 갉아먹는 건 아니니까."(60페이지)

 일이 잘 안되면 그 결과물이 나 같다. 근데 웃긴 건 잘된 결과물은 딱히 나 같지는 않다. 그냥 내가 이번에 잘했네! 이러고 넘긴다. 부정적인 감정에 유독 기민하게 반응하는 게 인간 본성일까? 나만 그런다고 하기엔 주변에서 본 여러 사례가 떠올랐다.


역사 입구에 꾀죄죄한 보자기를 둘러쓴 할머니가 종이컵을 들고 구걸하고 있었다. (중략) 

나는 주머니에 들어 있던 엔화를 한 움큼 집어 거지 할머니의 종이컵에 쏟아부었다. (중략) 

말도 안 돼. 종이컵 안에는 커피가 들어 있었다. 거지가 아니라 그저 커피를 마시고 있는 할머니였을 뿐이라는 걸 그제야 알아차렸다. (98페이지)

 참...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면서 사는 게 인생이란 사실이 다시금 와닿았다. 이번 일은 커피가 튀어 내가 착각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지만 보통 커피 같은 건 인생에 없다. 나는 세상을 내가 보고 싶은 대로 보는지조차 모르며 살 것이다.



감상

-다소 낮음

 효율이 다소 낮은 냉장고. 주인공, 아버지의 마음, 유미가 떠난 이유, 보리와 만난 이유. 냉장고 하나에 이렇게 여러 사람과 동물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가님의 이야기 전개력이 참 좋았다.


-새벽의 방문자들

 성매매가 일상 건물에 스며들어 있고 그 대표적인 게 오피스텔 성매매다. 작가는 오피스텔 성매매를 하기 위해 벨을 누르고 기다리는 남성들의 표정을 '태연하고, 부끄럽고, 주저하지만 한편으로는 설레어하는'이라고 표현했고 이 표현에 동의한다. 한 번도 실제로 본 적 없지만, 저 글을 읽자마자 구역질 나는 표정이 상상됐다. 부도덕한 행위란 걸 알아 부끄럽고, 주저하지만 애써 태연한척하며 설렘을 감추려는 역겨운 얼굴들. 사회의 악이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인물의 심리 묘사가 섬세했다. 그들이 느끼는 다채로운 감정이 날 것 그대로 나에게 와닿았다. 여러 가지 부조리한 사회 모습을 보며 내가 나갈 사회를 미리 마주한 것 같아 답답한 마음도 들었지만, 그 속에서 자신만의 숨 쉴 틈을 만들어나가는 주인공들처럼 나도 그런 걸 찾으며 살아가지 않겠느냔 생각도 들었다. 아니 내가 꼭 그런 걸 찾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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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원했던 것들
에밀리 기핀 지음, 문세원 옮김 / 미래지향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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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간다. 그 방식은 가지각색으로 누군가는 편법을 마다하지 않고 누군가는 강박적일 정도로 자신을 틀 안에 규제한다. 이 책의 인물들도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가는데, 그 과정을 보면서 나답게 사는 게 제일 편해 보였다. 그런데 나답게 사는 건 어떤 건지, 나는 어떤 사고를 하며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던진 생각할 거리가 많은 책이었다.


 이런 식의 대화 전개는 우리 사이에 좀처럼 없던 일이다. 생각해보니 내 외동아들의 인성에 대해 그녀가 의구심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140쪽)

 내가 알고 있던 모습과는 다른 자식의 모습과 마주한 어머니의 심경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친한 친구에게조차 말하기 수치스럽고, 늘 듣던 조언조차도 듣기 버거운 그런 순간들.


 그는 내가 이런 식으로 나오는 걸 싫어했다. 특히 내 감정이 그의 의제를 위협할 때 그랬다. 당신은 참 비위 맞추기 어려운 여자야. 그는 내게 그렇게 말하곤 했다. 그냥 좀 넘어가자. 강박증 좀 버려. (218쪽)

 인간관계 초기에는 어떻게 참고 넘어가도 결국 터지는 게 인간 본성이다. 남의 생각은 들은 척도 안 하고 자기 생각을 좀처럼 바꾸려고 하지 않는 커크의 모습이 꽉 막히고 답답해 보였다. 나도 가끔 저럴 때가 있는데, 개선이 필요할 것 같다.


 내가 한때 매력적이고 주도적이라고 생각했던 내 남편은 그저 다른 사람을 이용해먹기 좋아하는 거짓말쟁이였던 것이다. 그리고 최악은 남편이 아들에게 바로 그것을 가르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319쪽)

 아들이 아무 죄책감 없이 그 가르침을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본인도 거짓말을 이용해 다른 사람을 의도대로 휘두르는 게 편하다고 느껴서 하는 것일 것이다. 아직 생각이 다 정립되지 않은 미성년자임을 고려하더라도, 아들에게 아무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감상

 커크가 본인 아들의 문제를 축소하겠다고 교장에게 상황을 비스듬히 돌려 말하는 상황을 보며 진절머리가 났는데, 일이 커질 것 같아지자 백인우월주의 사상이 가감 없이 드러나는 것을 보며 역겨웠다. 한때, 다른 나라의 피를 빨아 먹고 지금의 위치에 오른 게 그들에겐 그렇게 자랑스러운 일일까?

 적당히 현실성 있는 결말이었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핀치가 그날 흘린 눈물을 거짓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는 언제 그랬냐는 듯 똑같이 자신의 인생을 살아갈 것이다. 니나가 결국 진절머리가 나서 모든 걸 다 뒤로하고 원래의 자리로 돌아간 것처럼.

 안정적으로 살아가는 줄리가 편안해 보였다. 인간의 욕망을 어디까지 욕심으로 봐야 할까. 날 때부터 가난하다고 끝까지 가난하게 살라는 법은 없는데, 돈을 벌고 쌓는 과정이 과해지면 욕심이라고 부른다. 과함의 기준은 뭔지 나답게, 있는 그대로 사는 건 뭔지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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