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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원했던 것들
에밀리 기핀 지음, 문세원 옮김 / 미래지향 / 2021년 3월
평점 :
절판
사람은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간다. 그 방식은 가지각색으로 누군가는 편법을 마다하지 않고 누군가는 강박적일 정도로 자신을 틀 안에 규제한다. 이 책의 인물들도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가는데, 그 과정을 보면서 나답게 사는 게 제일 편해 보였다. 그런데 나답게 사는 건 어떤 건지, 나는 어떤 사고를 하며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던진 생각할 거리가 많은 책이었다.
이런 식의 대화 전개는 우리 사이에 좀처럼 없던 일이다. 생각해보니 내 외동아들의 인성에 대해 그녀가 의구심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140쪽)
내가 알고 있던 모습과는 다른 자식의 모습과 마주한 어머니의 심경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친한 친구에게조차 말하기 수치스럽고, 늘 듣던 조언조차도 듣기 버거운 그런 순간들.
그는 내가 이런 식으로 나오는 걸 싫어했다. 특히 내 감정이 그의 의제를 위협할 때 그랬다. 당신은 참 비위 맞추기 어려운 여자야. 그는 내게 그렇게 말하곤 했다. 그냥 좀 넘어가자. 강박증 좀 버려. (218쪽)
인간관계 초기에는 어떻게 참고 넘어가도 결국 터지는 게 인간 본성이다. 남의 생각은 들은 척도 안 하고 자기 생각을 좀처럼 바꾸려고 하지 않는 커크의 모습이 꽉 막히고 답답해 보였다. 나도 가끔 저럴 때가 있는데, 개선이 필요할 것 같다.
내가 한때 매력적이고 주도적이라고 생각했던 내 남편은 그저 다른 사람을 이용해먹기 좋아하는 거짓말쟁이였던 것이다. 그리고 최악은 남편이 아들에게 바로 그것을 가르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319쪽)
아들이 아무 죄책감 없이 그 가르침을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본인도 거짓말을 이용해 다른 사람을 의도대로 휘두르는 게 편하다고 느껴서 하는 것일 것이다. 아직 생각이 다 정립되지 않은 미성년자임을 고려하더라도, 아들에게 아무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감상
커크가 본인 아들의 문제를 축소하겠다고 교장에게 상황을 비스듬히 돌려 말하는 상황을 보며 진절머리가 났는데, 일이 커질 것 같아지자 백인우월주의 사상이 가감 없이 드러나는 것을 보며 역겨웠다. 한때, 다른 나라의 피를 빨아 먹고 지금의 위치에 오른 게 그들에겐 그렇게 자랑스러운 일일까?
적당히 현실성 있는 결말이었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핀치가 그날 흘린 눈물을 거짓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는 언제 그랬냐는 듯 똑같이 자신의 인생을 살아갈 것이다. 니나가 결국 진절머리가 나서 모든 걸 다 뒤로하고 원래의 자리로 돌아간 것처럼.
안정적으로 살아가는 줄리가 편안해 보였다. 인간의 욕망을 어디까지 욕심으로 봐야 할까. 날 때부터 가난하다고 끝까지 가난하게 살라는 법은 없는데, 돈을 벌고 쌓는 과정이 과해지면 욕심이라고 부른다. 과함의 기준은 뭔지 나답게, 있는 그대로 사는 건 뭔지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