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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던 오늘 - 카피라이터의 시선으로 들여다본 코로나 이후, 시대의 변화
유병욱 지음 / 북하우스 / 2021년 6월
평점 :
‘오늘, 우리는 예전의 우리와 어떻게 다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것들은 변치 않을까?’, ‘앞으로, 무엇이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게 될까?’, ‘생각의 힘으로 살아가는 우리는 어떻게 단련해야 할까?’ 작가님이 한여름 카페에서 코로나로 인해 달라진 일상을 보다 가진 4가지 질문이다.
이 책은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빼곡히 채워나간다. 작가님의 잘 정돈된 생각은 통해 내 생각을 되돌아볼 수 있는 책이었다.
요즘은, 오랫동안 남을 따라 하기만 하다가 조금씩 자기도 멋진 사람임을 깨달은 이의 자존감 같은 것을 서울에서 느낀다. (‘서울’ 중 일부)
다른 사람의 좋은 점을 따라 하다 보면 나도 모르는 새 그것이 나만의 방식으로 내게 스며들어있던 걸 경험한 적이 있어서 반가운 문장이었다.
그것은 아마도, 암묵적인 룰처럼 굳어진 그 박자가 성공을 보장해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서서히 깨닫기 시작해서일 것이다. (‘미트로놈’ 중 일부)
너무 좋다. 인생 속도에 의문을 던지며 내가 가는 방향과 빠르기가 맞는지 되돌아보는 사람이 늘어나며 점점 사회가 만들어둔 틀에 금이 가는 것 같다. 사회가 더 건강해지는듯하다.
그것이 완벽해서가 아니라, 단점이 없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직 그것만이 줄 수 있는 매력이 있어서 사랑은 시작된다. 그것은 연인에게도, 브랜드에도, 기업에도 적용된다. 강력한 팬덤은, '대체 불가함'에서 시작된다. 약점이 없어서가 아니라, 대체할 수 없어서. ('개별성' 중 일부)
내가 좋아하는 것들도 생각해보면 단점은 다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것들을 좋아한다. 다른 것은 가지고 있지 않은 그것만의 개별성에 끌려서.
'나는 부족하니까 더 열심히 해야 해'가 아니라, '나와 내 주위의 시스템은 훌륭하니까, 지킬 것을 지키면서 가장 효율적인 답을 찾겠어'라는 태도가 읽히지 않는가. 멋지지 않은가. ('봉준호' 중 일부)
영화 기생충을 주 52시간을 정확히 지켜 만든 영화라고 해서 놀랐다. 왜 나는 당연히 안 될 일이라고 생각했을까. 세상에는 어쩌면 내가 깰 수 있는 틀이 내 생각보다 훨씬 많을지도 모르겠다. 그 틀이 깨지는 걸 보는 순간은 말도 안 되게 짜릿하다.
상처가 나도, 속살이 부드러운 상태에서는 금방 붙는 것처럼, 나뭇가지를 접붙일 때는 단단한 표면이 아니라 연약한 내부를 노출해 서로 붙이고 묶는 것처럼, 덜된 생각들의 합이 아이디어의 사이즈를 키운다. 그러니 나의 아이디어가 완벽하지 않고, 연약할지라도, 얼토당토않아 보여 부끄러울지라도 반대편에 앉아 있는 팀원을 믿고 던질 수 있어야 한다. ('아님 말고' 중 일부)
아무 아이디어나 던질 수 있는 내가 되고 싶다. 그래야 그런 환경을 만들 수 있을 테니까.
당신이 쓰는 문장은 당신이 읽은 문장에서 시작된다. 읽어봐야, 진정 내가 원하는 문장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 (‘문장론’ 중 일부)
많이 읽을수록 세상에 이렇게 좋은 문장이 많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읽을수록 더 새로운 게 책의 묘미다.
감상
소제목에 딱 맞는 짧은 에세이들이 한 챕터를 단단하게 이룬 짜임이 좋았다. 책을 읽다 길을 잃은 느낌이 들면 소제목과 목차를 확인하는데 여전히 내가 어디 있는지 모르는 순간이 드는 책이 있는가 하면 이 책은 달랐다. 소제목도 명확했고 더 나아가 각 챕터의 제목도 명확했다. 오랜만에 이런 책을 만나서 좋았다.
코로나로 인해 많은 것이 달라졌고 앞으로 더 달라질 것이라고 막연하게만 생각했는데, 이 책을 통해 작가님의 생각을 볼 수 있었고 이를 토대로 내 생각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예전과 다르게 서로 물리적 거리가 떨어졌고, 이로 인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만날 수 있는 사람에 대한 내 마음을 알게 되었다. 그 마음은 변치 않았거나 코로나 이전보다 더 애틋해졌으며 앞으로 사회는 이런 마음으로 움직이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애틋한 것들을 찾기 위해(걸러내기 위해) 생각하는 힘은 필수인데 이를 위한 방법은 독서가 최고라고 생각한다. 깊게 사고할 수 있고 내 호흡대로 콘텐츠를 이끌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