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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만나는 500개의 계단 Q&A
이혜송.이혜홍 지음 / 바른북스 / 2021년 1월
평점 :
자소서 첨삭을 받으러 취업상담실에 갔는데 상담관님이 "너는 어떤 사람이야?"라고 물었고, 한참을 생각하다 "전 어떤 사람일까요?"라고 말도 안 되는 답을 내놓았다. 500개의 계단을 밟다 보면 내가 누군지 조금은 알 수 있지 않을까.
1장. 회상의 계단 - 과거의 나와 마주하는 계단
10. 어릴 적 읽었던 동화나 이야기 중에 어떤 내용이 기억에 남나요?
펭귄 이야기. 정확히 내용이 기억은 안 나는데, 표지 테두리가 빨간색, 파란색 이렇게 2권 있었던 게 기억이 난다. 펭귄이 모험을 떠나면서 겪는 일이 주된 내용이었던 것 같은데, 이상하게 모닥불 앞에 앉아있는 펭귄 그림이 뇌리에 박혀있다.
31. 학창 시절 중 가장 행복했던 시절은 언제였나요?
고2, 6월. 하늘이 참 높고 구름 한 점 없는 쨍쨍한 날이었다. 과학 수업이 끝나고 교실로 가는 길에 중앙계단을 오르는데, 옆에 친구한테 요즘 너무 행복하지 않냐고, 나는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성적 문제, 사람 스트레스도 없는 평화로운 시절이었다.
2장. 머무름의 계단 - 현재의 나와 마주하는 계단
11. 근무 시간을 제외하고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은 어떤 영역인가요?
누워서 넷플릭스 보기. 볼 건 없는데, 앉으면 하기 싫은 일들과 마주 해야 해서 킬링타임용으로 이것저것 본다.
15. 영화관에서 주로 내가 앉는 자리는 어디인가요?
맨 뒷줄, 중간. 뒤에 누가 앉아 있는 느낌이 불편하고 구석으로 가면 뭔가 화면이 기울어진 느낌이 들어서 싫다. 근데 친구 따라 가운뎃줄, 중간자리에 앉아서 본 적이 있는데 가운뎃줄에서 영화를 괜찮게 봤던 기억이 있어서 다음에 가면 가운뎃줄에 다시 앉아봐야겠다.
3장. 그림자의 계단 - 숨어있는 나와 마주하는 계단
6. 불면증에 시달렸었던 적이 있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1년 전. 자려고 누우면 어떤 일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맴돌았다. 실체 없는 불안이 나를 불면의 밤으로 이끌었다.
44. 상처를 받았을 때 치유하기 위한 나만의 힐링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잠. 아직 마땅한 방법을 못 찾아서 일단 그 상황이라도 그 문제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잠을 택한다.
4장. 진실의 계단 - 진실된 나와 마주하는 계단
6. 나에게 <커피 한잔>은 어떤 의미인가요?
불면, 심장 박동수 빨라짐. 카페인이 몸에 안 맞아서 커피 마신 날 잠을 못 자고, 카페인이 센 걸 먹으면 심장이 빨리 뛴다. 디카페인 커피가 있긴 한데, 굳이 그렇게까지 마시고 싶을 정도로 커피가 맛있진 않다.
74. 무인도에서 일주일간 살아야 한다면 어떻게 시간을 보낼 것 같나요?
자다 멍때리다 다시 자다 일어나서 멍때리기. 바다랑 하늘도 가끔 볼 것 같다.
4장에서 인생 그래프를 그렸던 게 기억에 남는다. 어릴 때 기억은 잘 없는데, 그냥 뭐 무난무난하게 지낸 듯하다. 나이별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떠올려볼 수 있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일이 있었고 점을 다 찍고 그래프를 연결했을 때 굴곡이 기대 이상이라 놀랐다.
5장. 도약의 계단 - 내일의 나와 마주하는 계단
19. 도서관이라고 가정했을 때 나는 주로 어떤 분야의 책을 읽고 싶나요?
인문학, 심리학. 다른 사람의 생각과 그 생각의 근거를 읽는 걸 좋아해서 인문학책이 좋다. 심리학은 사람 심리가 궁금해서 한때 미친 듯이 빠져서 읽었는데, 요즘은 좀 시들하긴 해도 그래도 가끔 한 권씩은 읽어서 아마 도서관에 가서도 고르지 않을까 싶다.
26. 앞으로 여행하고 싶은 나라는 어디인가요?
뉴질랜드. 마당이 넓은 집을 빌려서 마당에 앉아서 하루종일 멍하니 있어 보고 싶다. 바다랑 넓은 초원도 보고 싶고 대자연이 어떤 건지 느껴보고 싶다.
직업 가계도를 그리는 부분이 있었는데, 한참을 생각해도 잘 알 수 없어서 결국 못 그렸다.
감상
새벽에 자기 전에 틈날 때마다 조금씩 썼다. 많은 질문에 답한 날도 있었고 1개의 질문에 답한 날도 있었다. 그날그날 임의로 책장을 펼치고 거기서부터 답을 써 내려갔는데, 아무 데나 펴서 질문에 답하는 게 생각보다 더 기분이 좋았다.
질문에 답하는 시간은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었고, 내가 참 나에 대해 모른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받을 수 있었다. 하루 중 수많은 사람, 환경을 만나며 그것들에 대해 수없이 고민하지만 정작 그 중심에 서 있는 나에 대한 고민은 하지 않는데 매일 밤 자기 전에 그런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
질문에 답하기 전보다 나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뭔가 갈증 난다. 나에 대해 알아가는 건 평생 풀어야 할 숙제 같다.
분홍색으로 이력서나 자소서에 도움 될 만한 질문을 표시해 둔 것도 인상 깊었다. 나중에 요긴하게 쓸 듯하다.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