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비추는 달빛에 운율을 더하다
박지윤 외 지음 / 꿈공장 플러스 / 2021년 2월
평점 :
절판


 시집 제목이 예뻐서 읽고 싶었다. 밤에 하는 생각으로 가득 찬 시집일 것 같은데, 나도 밤에 깨어 있는 시간이 많아서 공감하는 부분이 많을 거란 기대로 시집을 펼쳤다.



무정한 무채색의 그림자

평생 짊어져야 할 나의 리스크입니다

 -'그림자' 중 일부

 그림자는 원래 검은색이라는 사실, 그러니까 우울 또한 감정의 한 종류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마음이 조금 편해질 것 같은데 그게 참, 말처럼 잘 안된다. 이게 되면 리스크가 좀 가벼워 질 텐데.



가뭄처럼 갈라져 

물 하나 샘솟지 않는 

내 눈동자를 보아라 

-'무감' 중 일부

 울다 지치는 날이 반복되면 더는 울 힘이 없어진다. 그리곤 세상 모든 게 슬퍼 보인다. 나 빼고 다 울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내 몸엔 흉터가 있습니다

그 상처를 지우기 위해 

상처를 내었습니다 

-'자해' 중 일부

 수많은 상처와 흉터를 지울 수 있는 단 하나의 상처. 되게 슬픈 말이다. 상처와 흉터를 지울 다른 방법이 정말 없는 걸까. 흉터 자체를 나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데는 큰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나는 사라졌어요 

예전의 나는 사라졌어요 

이제 내 모습에 과거는 없어요 

-'그리움' 중 일부

 1년 전 나를 생각해보면 왜 그렇게 자기 학대를 하며 살았냐고 따지고 싶다. 

 근데 웃긴 건 1년 후 내가 지금 내 모습을 본다면, 똑같은 말을 할 것 같다. 나는 내 모습에서 과거가 사라졌으면 좋겠다.



선생님

세상이 나에게 

의지가 약해서, 마음이 여려서

우울증이나 걸린 거라고 손가락질해요


정말 내 잘못인가요 

-'시선' 중 일부

 그럴 리가요. 본인 잘못일 리가 없잖아요. 

 입이 뚫려있다고 마음대로 지껄이고, 손가락을 움직일 수 있다고 아무 데나 뻗어대는 그것들 잘못이 아닐까요.



내 마음속 꽃 한 송이는 

고귀한 모습으로 

아무 감정 없이 존재합니다 

-'불사화' 중 일부

 감정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그런 존재가 아닐까.



내가 죽으면 

나의 삶을 마음껏 이야기하며

안줏거리로 삼아주시오 


이야기라도 

살아있는 이들의 삶에 끼어보고 싶소 

-'유언' 중 일부

 별로...굳이 끼고 싶지 않다 나는.



감상

 놀랍게도 솔직한 이서연 시인의 시를 읽었다. 우울 한 스푼이 아닌 자신이 가진 모든 우울을 다 보여주려고 한 노력이 시 곳곳에서 보였고, 그 노력 덕분에 위로를 받았다. 시에서 내 모습이 겹쳐 보일 때면, 우울하다가도 허탈하다가도 나만 이렇게 사는 게 아니구나 하는 얄궂은 안도감도 들었다.

 너무 우울해서 우울감에 빠져 질식할 것 같은 날 읽으면 숨 쉴 구멍 한 틈을 만들어 줄 시들로 가득 차 있다.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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