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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노니는 집 - 제9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ㅣ 보름달문고 30
이영서 지음, 김동성 그림 / 문학동네 / 2009년 1월
평점 :
대학다닐때 공주에서 유학온 친구가 있었어요
그 친구랑 무척 친해서 밤이나(?) 낮이나 붙어다녔지요.결혼후 유학가는 남편따라 프랑스가더니 먼 소식으로 지금은 프랑스 엘리제궁앞의 유명한 식당 수석 주방장이 되었다는 소식이 들리네요
대학 앞에서 자취하는 그 친구집을 풀방구리 쥐드나들듯 했지요.
보잘것 없는 자취방 벽 귀퉁이는 비가 새서 얼룩얼룩하고 곰팡이도 피었건만
그 친구의 자취방이 그때는 무척 부러웠었지요
아무도 방해받지 않는 자기만의 공간이 있다는 것도 부러웠지만
네모난 방안 가득 벽을 가리고 있는 책들 때문이었어요
제가 대단한 탐서가도 아니었지만 벽을 가릴만큼의 책꽂이가 있는 것이 무언가 큰 일을 도모하는 사람처럼보였었거든요. 그 친구랑 휴강이 생기면 그 방가서 라면도 끓여먹고 만화도 보고 밤늦게 레포트도 베끼고 ㅎㅎㅎ
이런 얘기를 왜 하게 되냐면요
<책과 함께 노니는 집> 표지를 보니까 그 친구의 자취방이 생각나서에요
오래된 책 냄새가 풀풀 나고 저런 방안에 있으면 책을 안읽어도 저절로 똑똑해질거 같아요
주인공 장이는 아버지가 필사쟁이였어요.
왜 '였어요'냐구요? 장이의 아버지가 천주학책을 필사하다가 천주학쟁이로 몰려서 매를 맞고
죽었거든요. 장이는 아버지가 일하던 필사책방 '약계책방'의 주인이 양아들겸 심부름꾼으로 거두어 주어서눈치밥을 먹으며 필사장이의 길을 갑니다.
장이의 이름이 '문장'인데 풀어보면 글월문자에 장인장자 그야말로 글장이에요
천애고아인데다가 받아줄 친척도 없어서 책방의 심부름꾼으로 어린나이부터 온갖눈치 다받고
동네 깡패한테 협박을 당해도 어느누구한테 이를 사람도 없는 장이이지만
먹냄새에 반해서, 글월 속의 한 문장에 반해서, 서가의 책들에 반해서
무엇보다 자기가 필사한 책을 받고 기뻐하며 읽는 독자들에 반해서
그 힘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어린 12살 소년입니다.
조선시대 선비들은 자기 서재의 이름도 따로 지어서 현판으로 걸어놓았었나봐요
장이가 관리하는 독자 중에 홍교리라는 인품이 높고 현명한 선비가 있었는데
그 서재의 이름이 <서유당>입니다. '책과 노니는 집'
책에 기쁨을 가지고 있는 소년 장이는 그 이름을 흠뻑 좋아합니다.
천주학책 단속때 목숨을 무릅쓰고 홍교리를 구한 장이에게
홍교리는 한글로 쓴 <책과 노니는 집>이라는 현판을 선물합니다
어린 소년 장이가 작은 초가를 마련해 그 현판을 걸고
한자 한자 글자를 옮겨쓰는 필사장이가 되리라는 상상을 하면서
행복한 책읽기를 마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