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한 자전거 여행 창비아동문고 250
김남중 지음, 허태준 그림 / 창비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책표지의 남자아이가 자전거 타는 폼을 보면서 필이 짜르르 왔다.
내가 저런 폼을 하구 자전거 타던 때가 생각나서이다.
난 시골마을에서 초등. 중등. 고등. 심지어는 대딩까지 다녀야했다.
구불구불 논길지나 길한가운데로 풀이 수북이 자란 시골길을 30~40분은 넘게 걸어다녀야 했던 그 학교가는 길,
버스를 타고 가려해도 20분은 족히 걸어나와야만 됐기 때문에 버스타는건 그냥 '앓느니 죽지'였다.
중학교 입학하면서 자전거로 통학했는데 날서게 다려입은 블라우스에 체육복 바지를 입은 쪽팔리는 복장으로 페달을 밟았다. 그렇게 중.고딩 6년을 다니고나서 집에서 가까운 대학을 가게 되었는데 시골마을 교통사정이달라질리 만무했다. 그래도 어찌 꽃다운 여대생이 자전거로 다닐수 있나~~ 가끔은 하이힐도 신고 예쁜 옷도 입어야징
그런 맘으로 20분 걸어나와서 버스타고 학교 다니는데 무엇에 씌였는거 같다.
학생회관 앞에서 신입생모집을 하고 있는 싸이클동아리에 가입해버렸다. 그리고 자전거도 열심히 타고 동아리활동도 학과공부보다도 더 열심히 했다. ㅎㅎㅎ
써클에서는 여름방학때마다 자전거 전국일주를 했다. 울 아버지가 그 시커먼 남자애들이랑 어울려 14박15일 자전거타는 여행에 절대 못가게 지키셔서 국토순례에 참가 못한게 지금도 아깝다. 

 이 책에서는 5학년 호진이가 자전거로 전국일주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호진이는 엄마 아빠가 이혼하겠다고 날마다 싸우시는 통에 기도 펴지 못하고 학원에 시달리던 우울한 남자아이이다.
호진이는 자전거를 타면서 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자기를 만난다. 한여름 불볕이 이글대는 아스팔트, 끝도 보이지 않는 아득한 고갯길을 이를 악물고 바닥의 하얀선만 보면서 호진이는 달린다.
끝나지 않을 고생길인 고갯마루를 쳐다보면 숨이 막혀버릴것 같아서 바닥만 쳐다보며 100까지 세고 숨한번 쉬고 달리는 호진이

나는 그때 아버지께 저녁때 돌아오겠다고 거짓말을 하고 중간에 국토순레팀에 합류하는 사고 를 쳐버렸다.
호진이가 자전거를 달리면서 느꼈던 곧 죽을것 같던 고통스러움과 그늘아래서 쉴때 창피한것도 모르고 벌렁 누워서 잠깐 자던 낮잠과 오르막길 끝에 선물처럼 나에게 안기던 내리막길의 폭포수같은 바람을 실컷누릴 수가 있었다.

자전거여행은 호진이의 문제를 싹 날려줄수 없었다.
그렇지만 호진이의 마음을 자라게 해주었다. 자기만 알던 호진이 자기문제가 가장 힘들다고 생각했던 호진이에게 주변사람들, 그 사람들이 문제를 해결하는 자세, 마음을 열고 사람들을 받아들이는 기회, 기대려고만했던 부모님의 문제를 적극 해결해주는 포용력을 선물해주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박정자에서 공주를 가려면 첩첩산중을 지나 마티재라고 하는 고개를 넘어가야했다.
대학2학년때인가.. 그만하면 어른이 다 되었건만 난 그때 뒤늦게 사춘기를 앓고 있었던거같다.
내인생은 우중충했고 잿빛이고 먹구름이었다. ㅋㅋㅋ 암튼 내 어깨가 먹구름녀석들 때문에 무거웠었던것같다.
자전거를 한 일년 타보니까 자신감이 붙어서 하루 코스를 혼자서 완주할 계획을 짰다.
학교에서 조치원 공주대 - 백제의 여러 유적지를 돌고 - 공주에서 친구만나서 - 저녁먹고 다시 마티재를 올라 학교로 돌아오기
처음 계획을 할때부터 가슴이 벌렁거렸지만 해보니 특별히 어려운 게 없어서 약간 실망스럽기도 했던거 같다.
그런데 돌아오는 길의 마티재는 장난 아니게 어려웠다. 경사가 높고 구간이 길고 구비가 어찌나 구불구불한지 올라가도 올라가도끝이 보이지 않았다. 해는 뉘엿뉘엿져서 캄캄해져오고 오르막길은 용을 쓰고 타다걷다를 반복하다가 올라갔다.
문제는 내리막길이었는데 오르막길이 가파른 만큼 내리막길은 아슬아슬하게 땅아래 세상과 희붐한 어둠속에서 자취를 감춰가고 있었다. 아이고 큰일이었다. 나 오늘 황천길 가는거 아닐까~~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왔다.
브레이크를 살살 잡아가며 갓길을 확보하며 천천히 내려왔다. 올라갈때보다는 시간이 빨리 걸렸지만 내 느낌으로는 그 순간이
영원히 지나갈것 같지 않은 정지화면같았다. 아이고 집에 가면 진짜 열심히 살아야지. 공부도 열심히하고, 식구들한테도 잘해야지하면서 마구 반성을 하게 되었다.

후덜덜거리면서 내리막길을 다 내려왔을때 이미 세상은 깜깜한 어둠이 되었다.
휴~~ 이젠 됐다. 뭐든지 두려울게 없고 무슨 일이든 다 해버릴것만 같은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때 맞은편에서 후배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캄캄해져도 안돌아오니까 마중을 왔단다. 자슥들 올라믄 좀 진작에 올것이지~~

불량한 자전거 여행
점심먹다가 식탁위에 놓인 책을 보고는 심심풀이로 집었다가 단숨에 다 읽어버렸다.
동화책이지만 옛날의 추억을 사진첩으로 보고난 기분이다.
호진이는 자전거가 주는 고통과 시원함과 가슴벅찬 기분을 이제 알거다
그리고 힘들때마다, 언덕길을 넘어야 할 때마다 내리막길의 시원함을 기억해내고 힘을 낼거다

오늘 그때를 떠올렸다. 슬며시 웃음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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