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칭>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대칭 - 자연의 패턴 속으로 떠나는 여행 승산의 대칭 시리즈 4
마커스 드 사토이 지음, 안기연 옮김 / 승산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우선 이 책을 읽고난 후의 작은 아이디어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겠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이 책을 직접적으로 '수학'이라는 과목을 배우는 학생들에게 적극 권하고자 한다. 게다가 - 이건 확실히 수능세대의 폐해라고 생각되지만 - 이 책의 몇몇 부분은 수능 수학에도 충분히 '응용' 가능한 내용들이므로(실제로 수능을 본지 까마득한 필자는 '경우의 수' 부분으로 몇몇 문제를 생각해보기까지 했다! "이 도형의 (모든 종류의)대칭의 개수는 몇 개인지 답하시오?!") 참고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획일적인 '응용 문제'를 줄줄 풀어야만 하는 '수능 수학'에서 이러한 '대칭'과 군론, 새로운 수학적 '공식'들이 어떤 실용성을 가질 지는 좀 의문이 들기는 한다. 다만, 이 책이 한 수학자의 집념어린 '대칭적 삶'을 다룸에도 불구하고, 또한 '알기 쉬운 000' 시리즈처럼 수학 자체에 대한 부드러운 입문서는 아님에도 불구하고, '수학'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매력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비단, 수학이라는 학문을 다루는 우리들의 '자세'와도 관련되어 있다. 어떤 '학문'적 접근이 그러하지 않겠는가만은, 사토이의 '수학적 삶'에 대해서 우리는 거의 신앙적인 자세가 엿보임을 발견할 수 있다. 그의 수학적 '신'이란, 오직 '자연' 속에서 존재한다. 그것도 '다의적'으로 말이다. 이건, 왠지 스피노자가 생각날 법도 한데, 여튼 굳이 철학적 난센스가 아니더라도, 그의 학문적 태도는 충분히 본받을 가치가 있다고 느꼈다. 삶 자체가 '학문'이며, '자연' 속에서 수많은 학문적 아이디어를 소구할 수 있다는 사실은 정말 부럽기까지 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약간 여담이지만, 책에서 나오는 '몬스터 대칭군'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 '존 콘웨이'를 비롯한 <유한군의 아틀라스> 저자들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았다. 그리고 나선, 꽤 흥미로운 하나의 '게임'을 발견했는데, 콘웨이가 만들었다는 '인생 게임(혹은 생존게임. The game of life)'이 그것이다.   

 

(다음 사이트에 가면 설명과 함께 플레이가 가능하다. http://math.com/students/wonders/life/life.html

이 저서의 내용처럼, 이 게임에는 몇 가지의 '법칙'이 존재한다.(자연에 존재하는 (유한한)대칭물의 그것처럼!) 하나의 '세포'는 좌우 혹은 상하의 세포 존재의 영향을 받으며, 그에 따라 삶 혹은 죽음을 부여받는다. 그들은 여러 법칙들에 따라 '변화'하며, 각각이 가지는 '패턴'을 만들어낸다. 자신만의 '패턴'을 만들고 싶은 이라면, 한번쯤 플레이 해보시길- (그런데, 정작 콘웨이의 저서가 아직 번역되어 있지 않다는 것은 약간 유감이다. <몬스터 대칭군을 찾아서>라는 저서가 유사한 내용인 것 같지만.)

더불어, 초등학교 시절 '아이큐 검사'랍시고, 이런 '대칭'에 관한 문제들이나 도형의 (예측가능한) 변화의 모습을 푸는 문제들을 경험했었던 기억이 있다. 그때의 나에겐, 이런 문제들이 굉장히 '생소하게' 느껴졌었다.(그래서 아이큐가 낮게 나온걸까?) 사칙연산과 공식 외우기에 급급했던, 그리고 '눈높은(?) 수학' 숙제에 파묻혀 매일 매일 자신을 '주산기'로 만들어가던 시절이었기 때문일까? 더불어 초등학교에서 잠시 보조교사 활동을 하는 지금도, 필자는 아이들이 푸는 '계산기' 문제들을 보며 과연 한국의 '수학교육'이란, 그들을 모두 계산기가 필요없는 공돌이로 만드려는(정작 공대에선 계산기만 쓰지만) 누군가의 술책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밀려오는 것이다. 동시에 아들에게, (비록 그 아들은 부담스러워 하는 듯 하지만) 다정하게 세계 속에 파묻혀진 수학적 알레고리들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는 사토이의 모습이 새삼 바람직하게 느껴진다.

다시 책 내용으로 돌아가자면, 필자가 새롭게 깨닫게 된 사실은 '보르헤스 문학'의 수학성이다. '광폭한, 그리고 셀 수 없는(동물)'이라는 챕터를 통해, 어쩌면 필자는 보르헤스를 다시금 재-독해 해야만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혔다. 바디우가 수학의 집합론을 철학에 들이대면서, 필자로 하여금 일종의 '아나키'한 혼돈의 상태를 경험하게 만들었다면, 보르헤스는 문학의 형식을 통해 철학뿐만 아니라 수학이라는 장르를 결합시킨 장본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건축에 나타난 수학적 양식들을 고려하며, 프랑스 혁명에 대한 역사적 고찰도 하시금 재고할 수 있었던 것은 꽤 신선한 경험이었다. 

전공자가 아닌 입장이라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자주' 느꼈던 것은 '아젠다 설정'의 문제(즉 세계에 대한 급진적 '문제제기'의 자기-설정), 그리고 존재 자체에 대한, 그러니까 '현존에 대한 희구'에 관한 것이었다. 이 책에서 벌어지고 있는 수학자의 '1년'이란, 사실 그다지 긴 시간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시간의 연장선상 속에서는, 언제나 세계의 하부구조(물질적 '현상')의 근본-이해에 관한 무의식적 욕망이 존재하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은 비단 수학자의 모습만은 아닐 지도 모른다. 우리들 자신이 진정으로 '세계'라는 '대타자'를 이해하는 상징적 행위의 연결고리 속에서는, 다분히 그러한 욕망의 행위가 내포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닐까. 이것을 무엇이라 부를 것인가. (세계와 개인의 분절적 대칭에 관한)'196,886차원의 욕망'이라 할 것인가? 필자는 잘 모르겠다.(4차원 이상 생각하면 머리가 빙글빙글 돈다.) 다만, '진리'를 향한 모든 실천의 길에는, 단 하나의 문제를 풀기 위해 삶 전체를 연소시키는 수학자들의 '시간(이라는 차원)'도 '존재'한다는 것 밖에는.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맥거핀 2011-03-29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동의합니다. 이 책이 어렵다...는 면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수학을 배우는 학생들에게 읽혀도 꽤나 재미있으리라는 생각을 해봅니다.(적어도 고등학교 수학교과서보다는 재밌어 할 겁니다.^^) 소개해주신 게임도 재밌어 보이는데요. 자신만의 패턴을 만들기라..한 때 유행했던 '스포어'같은 게임인 것도 같구요..해보고 싶지만, 방금 <대칭>을 다 읽은 지금보다는, 조금 있다가 하는 것이 좋겠지요.;;

rainmaker_1201 2011-04-01 01:32   좋아요 0 | URL
게임은 한 번 해보시길 추천합니다. 왠지 굳은 머리가 팽팽 도는 느낌이 들어서요.ㅋㅋ 이 책을 보고 나면 한가지 의문이 드는데, 과연 이 책이 어려운 건가, 아니면 저 자신이 '수학'을 못하는 건가 하는 것이 그거죠.ㅋㅋ 국가적 교육의 변화란게, 참 힘든 건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