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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전쟁 - 21세기 세계 판도를 결정할 새로운 패러다임의 탄생
CCTV 경제 30분팀 지음, 홍순도 옮김, 박한진 감수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대한민국의 국익은 무엇인가? 거의 대부분의 사안마다 찬반이 확연이 갈리고 있다. 무역전쟁의 시대, 대외의존도가 높은 대한민국의 입장에선 한미 FTA는 피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는 것은 주지하는 사실이다. ISD를 놓고 펼쳐지는 작금의 상황은 대한민국의 국익이 동일하지 않음을 보게 된다. 다른 나라도 그럴까? 미국이란 나라도 중국이란 나라도, 일본이란 나라도. 미국의 비준에 이르기까지 2년 이상의 시간이 있었는데 왜 그 시간에 문제점을 짚어보고 대책을 마련하여 제시하는 정치인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까? FTA로 이득을 보는 층이 분명 존재하고 피해가 불을 보듯 뻔히 보인다면 버스 지나고 손 흔들기 보다는 오기전에 준비를 미리해야 하는 정부와 정치인의 모습을 기대하는 것은 과욕인가. 한숨만 나올 뿐이다. 극한 상황을 연출하지만 내심 내년의 총선을 의식하는 정치인의 모습에서 우리의 미래를 믿고 맡겨도 될까? 국민들은 새로운 인물, 새로운 지도자를 그래서 더 갈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중국 CCTV의 경제 30분에 방송 내용을 책으로 옮긴 무역전쟁을 읽는 내내 나의 뇌리는 대한민국 국익에 대한 생각이 한시도 떠나지 않았다. 화폐전쟁은 읽지 않았지만 중국이란 나라의 대외정책, 지금의 위상에 다시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명나라 환관 정화의 원정대가 아프리카에 이르는 항로를 개척했지만 이후 해금정책으로 계속되지 못했고 청의 쇄국정책으로 대국의 자존심은 아시아에서만 통하는 지위였다는 것을 훗날 영국과 아편전쟁 이후 수많은 서구 열강과 굴욕적인 불평등조약을 거듭 체결할 수밖에 없었다는 과거는 조선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다는 것을 반추하게 된다.
바다를 지배하는 나라가 세계무역을 지배하고 세계무역을 지배하는 나라가 세계 경제를 지배하게 된다. 우리에겐 동아시아의 해상무역을 장악한 해상왕 장보고가 있었다, 그럼 그 다음 인물은~~ 눈을 씻고 봐도 없다. 중국 대륙의 정권을 사대했고 그들을 통해 세계를 보았던 한반도에선 그런 인물을 기대하긴 힘들었을테고 비슷한 시기에 서구와 접촉했던 일본과 우리의 차이가 너무 컸다는 것을.
오스만 투르크의 등장으로 아시아와의 교역길이 막히자 향신료값이 폭등하게 되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뱃길 개척에 나선 것이 무역전쟁의 시작이라는 것에서 이 책은 출발한다. 이베리아 반도의 작은 나라 포루투칼의 엔리케왕자의 투자로 시작된 대서양~ 아프리카 항로 개척, 이웃나라 스페인의 무적함대, 콜롬부스의 아메리카 대륙의 발견 이후 유입되는 막대한 금과 은에 배아픈 유럽의 나라들, 동인도주식회사라는 혁신으로 해양강국으로 발돋움한 네덜란드, 해적질까지 하면서 무역항로를 개척한 영국, 기후의 도움과 화공으로 무적함대를 격파한 영국이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전세계의 무역을 장악하게 된다.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애덤스미스의 국부론, 보호무역에 골몰하던 영국이 자유무역에 적극 나서게 되는 이유, 그러나 영국 역시 궁지에 몰리면 보호무역의 깃발을 높이 올렸고 미국의 예외는 아니었다는 사실, 나폴레옹의 군대가 영국의 제품으로 치장을 했고 독일군 역시 미국의 제품을 사용하고 있었다는 사실에서 무역의 중요성을 다시금 되새기게 된다.
제1차 대전, 2차 대전을 거치면서 세계의 병참기지로 부상한 미국은 전세계 생산량에서 1위로 부상하고 해가지지 않은 영국의 몰락으로 대공황기 보호무역을 위한 고관세 정책을 펼치기도 했지만 브렌턴우즈 협정으로 달러가 파운드를 대신하여 기축통화가 된 이래 미국은 세계를 좌지 우지하는 넘버원의 국가가 된다.
플라자협의 결과 엔화 절상으로 피를 본 일본과 달리, 독일은 기존에도 교역국가와 분쟁의 최소화를 위한 수입정책으로 큰 제재없이 넘어갔고 마르크화 절상이후 3년이란 기간동안 내수진작을 위한 제도의 마련으로 일본과는 다른 길을 걸었던 독일을 다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의 경우 엔화절상으로 인해 무역에선 줄었지만 엄청나게 많은 해외 부동산 매입 등으로 단기간엔 버블효과를 보았다가 버블의 붕괴로 잃어버린 10년을 지속하게 되는 차이가 도드라지게 다가온다.
조지 소로스란 헤지펀드 한 사람의 힘으로 동아시아의 국부를 아작낸 IMF 이후 세계의 공장으로 급부상하게 되는 중국과 미국의 치열한 난타전, WTO가입으로 중국은 이제 미국을 위협(미국 국채 보유 1위국, 엄청난 외환 보유국)하는 넘버2의 지위로 부상하고 있다.
소로스는 현재의 시스템이 투기를 금지하지 않기 때문에 투기를 한 것이고 생리상 이익을 보는 자가 있다면 손해가 보는 자가 있는 현실을 잘 활용한 것이란 그의 말이 충격이다.
서브 프라임 모지기로 촉발된 금융위기의 여파가 아직도 계속되고 있고 미국에 이어 유럽으로 불똥이 뛰어 한치앞을 볼 수 없는 형국이며 기축통화인 달러를 대체할 화폐에 대한 논의가 중국의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G20회의를 개최하는 것 자체가 국익이요 국격의 상승이라고 보는 대한민국과는 달리 중국은 치열하게 국익을 앞세워 미국과의 협상장에서 결코 주도권을 놓치지 않은 자존심을 보게 된다.
오바마정부, 프랑스의 보호무역에 가까운 자국 제품 사용정책과 지원에 대해 중국은 보호무역으론 지금의 네트워크로 연결된 경제체제하에선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자유무역만이 해결책이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기후협약에서도 중국은 선진국이 그동안 환경오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고 이것이 개도국의 발전을 가로막은 장애물이 되어선 안된다고 미국과 날을 세우고 있다.
무역을 전쟁이라고 표현하긴 과격해 보이진 초창기엔 총과 대포가 함께 했던 것이 사실이고 무역협정의 결과가 수많은 기업을 파산시키고 국가의 존망을 위태롭게 할 수도 있는 문제이므로 총칼없이 진행되는 무역전쟁의 시대인 것은 분명하다.
15세기에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전세계 무역사를 일화와 주요한 흐름의 변화를 짚어준 무역전쟁은, 오늘의 우리가 처한 현실을 직시하게 만들기엔 모자람이 없는 책이다.
여야의 정치인, 그리고 국민의 뜻을 함께 아우를 수 있는 대한민국 국익이란 아젠다를 마련하기 전엔 언제나 불협화음은 그칠 날이 없을테고 불협화음을 해소하고 합의, 충분한 대책을 마련하는데 이르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의 내일은 중국과 미국, 일본, 소련의 노림수에 맞춰 춤만 추게 되지나 않을까하는 걱정을 하게 만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