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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3 - 미천왕, 낙랑 축출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동이족이란 이름보다 단군의 피를 물려받은 단일민족이란 신화를 고집하다 보니 우리와 한뿌리였던, 하나의 역사를 이어온 갈레라 할 수 있는 부족(말갈, 숙신 등)을 중화주의의 눈으로 우리 역시 그들을 오랑캐라 칭하는 역사를 바른 역사라고 배워왔다(한족에겐 그들을 제외한 모두가 오랑캐였음에도 조금 나은 대접을 받는 오랑캐라는 지위를 좋게 보는 시각이 아직도 남아있다. 삼국시대를 다룬 드라마를 보면 우리와 한족은 그럴싸하고 다른 부족은 아주 무식하게 그려진다. 인의예지신도 모르는 미개한 족속)
그래서 우리가 얻은 것은 한반도 갇혀버린 역사라면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광활한 대륙을 호령하는 역사란 생각이 든다. 발해가 우리 민족사에 편입된 것도 그리 오리되지 않았다(암기시험에 나오는 지배층은 고구려유민, 피지배층은 말갈족.. 우리의 심층엔 평화를 사랑하는 백의민족의 얼보다는 타민족을 지배하는 침략자의 얼이 강하게 묻어있다. 욕하면서 배운다는 것이 개인의 일만이 아니라는 것을.. 중화를 욕하면서 소중화를 자처하는 우리의 모순은 무엇이란 말인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이후 우리들의 심장을 쿵쾅거리게 하는 우리 역사 이야기과 현실의 문제를 소재로 독자들을 사로잡아온 작가 김진명이 10년의 준비끝에 내놓은 고구려사 복원을 위한 팩션 시리즈 미천왕편을 첫편으로 내놓았다. 을불이란 이름도 창조리라는 이름도 생소하고 단순히 암기위주로 배운 낙랑군을 몰아낸 미천왕이 내가 가진 지식의 전부다.
한나라가 조선을 무너뜨리고 세운 한사군(낙랑, 임둔, 현도, 진번군)이 무려 400년 가까이 우리 민족의 운명을 쥐락펴락한다. 한4군이 일제 식민사관이 심어놓은 대로 한반도내에 있다는 설을 정설로 받아들이는 한 우리 민족의 상고사는 제대로 복원하기 어렵다는 설을 근거로 이 소설은 대륙에 낙랑군이 있었고 이를 사이에 두고 모용선비, 고구려, 백제가 다툼을 벌였다는 것을 전제로 활동무대가 펼쳐진다.
한나라가 망하고 위,촉.오 삼국의 분열이후 사마씨의 진이 이어받으나 오호16국의 득세로 진나라는 유명무실해져가고 최비가 낙랑태수로 부임하면서 모용씨의 선비족, 낙랑군, 고구려가 세력 다툼을 하는 시기에 을불은 고구려 부흥이란 소명을 받은 인물이다.
백성의 마음을 얻고 창조리의 지략으로 상부를 몰아내고 고구려의 태왕이 된 을불은 서진 정책(한4군이 한반도 내에 있었다면, 도저히 펼칠수 없는 정책이다)을 추진하려 하지만
상부가 전쟁보다는 평화 전략으로 고구려에서 나는 철을 모두 조공으로 낙랑에 바친 결과 고구려의 군사력은 형편없이 떨어진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을불은 군사력을 키우고 선비족과 낙랑군을 동시에 상대해서는 도저히 승산이 없는 상황하에서 지략을 발휘하여 낙랑군을 몰아내겠는가? 내가 만약 을불이라는 가정을 하고 주어진 과업을 파악하고 상상을 한다음 다음 이야기를 읽으면 정말 재밌어진다.(전부 맞힐 순 없었지만 하나는 어림짐작으로 맞힌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3편에서도 역시 역사의 소명에 목숨을 바치는 소우, 저가, 그리고 고노자 대장군과 고조선의 유민들이 등장한다. 작은 나를 버리고 큰 나를 살리는 길이 바로 역사가 우리에게 던지는 소명의식이다. 몇해전 유관순열사 기념관에서 발견한 문구. 2천만 동포가 한마음 한뜻으로 싸운다면 독립은 그만큼 빨라질 것이라고.처럼 눈앞의 작은 이익을 버리고 조국을 위해 목숨을 초개와 같이 버릴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은 나라, 그들의 죽음을 헛되이 않고 자손을 보듬을 줄 아는 나라가 강성한 나라이다.(북한 괴뢰집단으로부터 조국을 지킨 참전용사의 보상금이 5천원, 사상이 다르다는 이유로 독립지사를 모심에도 반쪽인 나라와 한명의 포로가 된 병사를 위해 천명이상의 팔레스타인 정치범을 맞교환하는 이스라엘에 견주면 대한민국은 부끄럽다.)
10년을 하루같이 최비의 낙랑군을 격파하기 위해 을불이 채택한 것은 최비가 하는대로 따라하여 그의 마음을 온전하게 파악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관구검이 고구려의 개마무사를 패퇴시킨 그 전술을 깨트릴 방법만 찾을 수만 있다면 을불이 승리할 수 있다. 그러나 천하의 지략가 최비도 그에 대한 만반의 준비를 했을터~
을불과 창조리의 지략, 모용외와 원목중걸의 지략, 최비의 지략, 주아영의 지략~
그 모든 지략의 으뜸은 싸움에서 승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 백성, 내 병사의 생명을 내 목숨보다 소중히 여기는 지략이 으뜸 지략이다.
싸움에 크게 패해도 나라가 바로 망하지 않지만 백성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면 그 권력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는 것을.. 마지막 일전에서 패한 다음 낙랑성을 부하들에게 넘기고 몰래 빠져나가는 최비의 마지막 말을 우리 위정자들이 깊이깊이 새겨듣는다면 우리 대한민국의 내일은 지금과 또 다른 모습이 될 것임을..
미천왕 다음편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미천의 아들인 사유, 근초고왕에게 목숨을 잃은 고국원왕일까? 아니면 국광상광개토경평안호태왕일까? 다음편이 몹시도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