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2 - 미천왕, 다가오는 전쟁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공포의 외인구단으로 80년대 만화 열풍을 몰고온 작가 이현세가 우리의 상고사를 다룬 천국의 문이란 만화로 장안의 화제를 모았고 음란성을 이유로 법의 심판대에 오른 적이 있었다.

무슨 이유일까? 우리의 상고사는 아주 단편적으로 언급된 중국 사서의 기록과 신화의 이름으로 전해지는 이야기를 통해서만이 접근이 가능한 아주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린다. 우리의 삼국시대보다 삼국지가 더 익숙하고 단군신화보다 그리스 로마신화가 우리 아이들은 물론 성인들에게까지 더 익숙하게 보이는 것이 올바른 현상일까?

 

대륙의 패권을 두고 다투었던 한족과 동이족, 그리고 숱한 유목민족(흉노, 거란, 선비.)의 역사에서 최종적인 승리를 거둔 한족의 역사 속에서 발견되는 기록이 모두 사실이라고 믿기 어려움에도 우리는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이며 살아가고 있다. 주체적인 역사의 세례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중국을 천하의 중심으로 생각하는 역사관과 그들의 사상을 고스란히 육화시킨 우리네의 정서가 그리 만든 것은 아닐까?

 

요순황제가 동이족이요 황하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한족은 염제와 황제를 자신의 비조로 받아들이며 은나라보다는 주나라를 이상적인 국가의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 황제와 패권을 다툰 치우천황이 모든 싸움에서 승리했지만 마지막 싸움에서 패했다는 기록의 신빙성은 어디까지인가? 패한 치우천황의 무덤은 평야지대에 승리한 황제의 무덤은 산 능선에서 위치한 이유는 무엇일까 치후천황이 최종 승리자는 아니었을까? 경극에 전신으로 등장하는 연개소문~ 우리 민족은 한족보다 더 유구한 문화의 주인공이었고 고조선의 패망이후 사분오열하였지만 고구려가 대륙을 벌벌 떨게 할만큼 한족과 유목민족과 더불어 패권을 다툴 정도의 힘을 가진 민족이었다는 것을.. 상기 시키기 위해 작가는 고구려 시리즈를 기획하고 그 첫편으로 미천왕편을 3권으로 세상에 내놓았다.

역사의 대의명분, 부름앞에 자신의 목숨을 초개와 같이 버릴 자신이 있는가? 그런 물음표를 고구려 미천왕편은 우리에게 거듭거듭 묻는다.

 

을불의 성장기가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아 역사적 소명을 혈혈단신의 소년의 어깨에 맡길때! 을불처럼 망설임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태왕의 자질을 타고났다는 말로 그것을 온전히 이해하긴 다소간 어려웠다.

 

이 소설의 전편에 흐르는 기조는 손자병법의 천시, 지리, 인화중 인화가 으뜸이요 임금, 사직, 백성중에서 백성이 가장 중요한 존재라는 것이다. 어렵게 낙랑에서 구한 철전을 상부의 학정으로 이웃사람과 죽은 자식의 시신을 바꾸어 먹는 전식을 할 정도로 피폐해진 숙신의 백성을 위해 내어 놓고 도망가기도 바쁜데 자신이 타던 말을 죽여 일용할 양식으로 제공하는 을불의 모습에서 과연 이 나라의 위정자들은 자신의 안위나 권력보다 앞자리에 백성을 내세우고 있는지 묻고 싶어진다. 그렇다면 절대로 그런 뻔뻔스러운 짓거리를 할리가 없을 터인데.

 

아주 오랫동안 예정된 태왕의 운명의 타고난 을불이지만 아무도 가지 않았던 길을 가고 절체절명의 순간에 자신을 버리는 선택과 전략은 모든 사람의 마음을 매료시킨다.

싸우지 않고도 선비족의 재사 원목중걸을 스스로 물러나게 만들고, 상부의 직할대 골구를 사로잡았다가 풀어주기를 거듭하고 살려보내는 전략은 제갈공맹의 칠종칠금을 뺨치고고 남는다.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었던 을불이 그에게 닥친 시련을 이겨내고 상부의 학정으로부터 어떻게 고구려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 낙랑과 선비를 굴복시키게 될까? 

한번 잡으면 내려 놓지 못하는 빠른 전개, 을불이란 사내의 매력에 빠져들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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