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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득이 - 제1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ㅣ 창비청소년문학 8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8년 3월
평점 :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 완득이! 우리네 청춘소설의 전형을 여지없이 무너뜨리고 있다.
오늘 우리네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단면과 다문화가정, 성적, 경쟁 위주의 교육시스템하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을 것만 같은 아이들의 악전고투가 눈에 보이듯 선하다.
'하나님 제발 똥주를 죽여 달라고 기도를 올리는 완득이! 뭐 이딴 놈이 다 있어. 똥주는 과연 어떤 인간이길래 신성한 교회에서 학생이 이런 기도를 하게 되었을까? 상상하는 그 이상으로 시작하는 신진작가 김여령의 완득이는 신선한 충격으로 시작된다.
입에서 욕지기가 나오는 사회선생 동주, 겉보기론 문제 선생님의 전형으로 보이지만 성적위주의 현 교육시스템을 비판하는 이면엔 야자를 빼먹는 학생들에겐 일벌백계의 불호령을 내린다. 그러나 그의 처벌방식은 집행유예를 둔 만큼 겉보기보다는 합리적인 처벌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셈이다.
원하지도 않는 수급대상에 올리고 수급품을 가져가라고 호통치면서 자신은 완득이게 준것을 빼앗아 먹기까지 한다.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는 똥주, 양념으로 등장하는 앞집 아저씨의 맞고함~ 비속어가 남발하여 이런 소설을 아이에게 읽혀도 될까도 싶지만. 미사여구로 치장한 대한민국의 어느 곳엔 완득이 보다 더한 일도 비일비재하다는 것을. 철들어 접하고 받을 충격보다 이런 사실적인 묘사로 충만한 소설이 온실속 화초처럼 자라고 있는 아이들에게 더 훌륭한 사회선생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믿는다.
겉보기와는 달리 똥주는 완득이의 모든 것을 파악하고 밀착지도를 하는 스승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아 이런 선생님이 내게도 있었던가? 나보다 나를 더 잘알고 있는 선생님이란 존재가 가지는 무게감이란..
부잣집 아들로 태어난 동주, 이주노동자들의 문제해결에 발벗고 나서는 좌충우돌형 선생이지만 누구라도 감싸안을 수 있을 것 같은 인간미가 풍긴다.
신체적인 콤플렉스를 타고난 키 작은 아버지와 남민구(난닝구라는 발음으로 들려 웃음을 자아내는 장애우)삼촌은 변두리 캬바레에서 돌리고 돌리고로 먹고 살아가나 그 직장도 잃어버리고 시골 장터를 전전하며 웃음을 팔고 물건을 파는 장똘뱅이가 된다. 속아서 결혼한 필리핀 어머니는 젖먹이 완득이를 두고 가출해 완득이는 혼자서도 잘해요라는 씩씩한 싸움군으로 자랐지만 어느곳 하나에도 정을 두지 못해 철저하게 혼자만의 세계로 빠져든 아이. 아버지 역시 아들과 비슷한. 자신의 콤플렉스에 갖혀버린 사람이다. 똥주를 통해 부자간의 마음을 열고, 엄마를 만나고, 킥복싱을 배우면서 완득이는 진정한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나간다.
범생이와 문제학생의 차이는 종이 한장 차이나 사회의 편견이, 성적 위주의 경쟁체제로 몰린 우리의 교육시스템이 아이들의 다양성을 파괴하고 최소한의 기회균등을 보장하는 것처럼 보이나 경쟁에서 밀려버린 아이나 부모들의 삶이란 갈팡질팡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상한 성격의 소유자 혁주, 범생이 윤하와의 만화 스캔들로 전학가는 모범생, 완득이를 좋아하게 된 윤하와 개입하는 엄마의 모습은 지금 우리네 학교에서 일상적으로 볼 수 있는 축소판이란 생각이 든다.
말끝마다 욕지거리를 완득이에게 쏟아내고 있지만 그 누구보다 완득이를 이해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이웃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줄곧 유지하는 똥주! 알 껍데기를 깨고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마주보게 만들기가 얼마나 어려운가?
어른의 눈으로 아이들의 세계를 보고 어른들의 가치관으로 아이들을 이해하려 해서는 절대로 우리 아이들이 마주하고 있는 문제점과 고민을 이해할 수도 없고 해결할 수도 없다는 것을 완득이를 통해 배운다.
시시껄렁하게 보이는 동주선생과 싸움꾼으로 보이지만 자신의 콤플렉스를 자극하지 않는한 절대 싸우려 하지 않는 완득이가 보여주는 유쾌발랄한 이야기지만 그 저변에 흐르는 아픔은 나의 가슴을 두드린다.
아프지만 아프다고 아무에게 이야기 할 수 없었던 기억을 반추하면 문득 그 시절 동주선생이 있었다면 지금과 다른 학창시절을 보내고 다른 길을 걸었을 것이라고 이룰 수 없는 가정법으로 과거를 반추하게 될지도 모른다.
완득이보다 더 나은 환경에 살고 있다고 우리 아이들은 위안을 삼을지도 모른다. 완득이와 같은 친구를 만나거든 손을 내밀어 주고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되어주면 좋겠다.
완득이가 영화로 나왔다. 책과 기본 골격은 동일하겠지만 소설과 달라진 영화! 소설을 읽은 느낌을 잃어버릴 것 같아 두렵지만 조만간 온가족이 손잡고 완득이를 보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