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로 먹고살기 - 경제학자 우석훈의 한국 문화산업 대해부
우석훈 지음, 김태권 그림 / 반비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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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로선 문화로 먹고 살기 힘들다. 이것이 이 책을 읽고 난 느낌이다. 물론 개중엔 큰 돈을 벌어 호화찬란하게 먹고사는 1%도 있긴 하지만, 시나리오 작가의 자살, 한예종 학생들의 자살, 배우의 자살, 감독의 자살이 사회기사화 되듯이 비정규직이 늘어나고 있고 밥 먹고 살기 어려울 정도의 연봉을 감내해야 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는 이야기다.

 

이 문제를 특정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고 넘어가기엔 너무 심각한 문제이며 국가적인 차원에서다각도의 방안을 강구해야 빛보다는 그림자가 강한 현상황을 타개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기본적인 생각이다.

한달 월급이 라면 한 박스값이란 영화감독 지망생이던 친구의 농담아닌 진담을 들은지도 2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조감독을 하고 싶다는 친구들, 문화산업에 청운의 꿈을 품은 친구들이 줄을 섰다는 이야기, 이 바닥은 원래 그래, 바닥에서부터 박박 기어서 올라가야 하는 곳이라고, 돈 안되는 줄 알면서도 그 바닥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훈장처럼 들었던 기억이 난다.  일약 성공한 축에 속하는 사람도 있지만 아직도 제대로 된 월급을 한번도 받지 못하고 주변인으로 살아야 하는 사람들도 많다.

 

우리 대한민국은 빛과 그림자중 빛에만 집중 조명을 비추고 그림자는 가쉽성으로 다루기 때문에 힘겨운 삶은 버팅기는 사람들의 이야기보다는 성공한 극소수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수없이 나오는 아이돌 그룹중에서 성공한 소수의 그룹의 이면에 그보다 더 많은 아이돌 그룹이 얼굴조차 내밀지 못하고 사라져가는지를.. 사회기사나 연예인들이 자주 말하듯 사기를 당했다거나, 회사가 폐업을 해서 데뷔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이야기처럼 말이다.

지속가능한 딴따라질이 지금의 아이돌 시스템에서 가능할까? 음악의 전방산업인 음반판매보다 음원, 예능프로그램, 공연, 연기가 중심이 되어버린 상황하에서 한류 바람이 아시아를 넘어 미국, 중남미, 유럽까지 확산된 것으로 위안을 삼기엔 내부사정이 너무나 열악하다.

 

88만원 세대란 책으로 일약 스타작가로 발돋움한 경제학자 우석훈이 12편의 연작시리즈의 하나로 문화경제학의 입장에서 방송, 출판, 영화, 연극, 음악, 체육 분야의 현상황과 현장의 목소리 그리고 문제점을 해결할 방안을 제시하려는 책! 문화로 먹고살기를 세상에 내놓았다.(작가의 사후에 작품의 가치가 매겨지는 특수성인 가진 미술분야는 문외한이라 제외했다고 한다.)

 

대한민국의 경제처럼 문화산업 역시 내실보다는 외형, 제값어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수출지향적이고 토건경제처럼 문화산업에 대한 기본 방향이 어긋나 있다는 것이 작가의 진단이다. 중지도에 오페라하우스를 짓겠다는 정부가 국립오페라단 단원을 해고하거나 비정규직화하는 아이러니를 연출하고 있는 것처럼.

 

스타시스템에 의해 제작되는 방송, 영화와 외주 제작시스템이 소수 인기 배우와 방송국을 배불리는 이면에 시나리오 작가, 단역 배우, 외주 제작사들이 그 고통을 전가하고 있는 것이며 스크린 쿼터제에 의해 그나마 할리우드에 맞서고 있는 우리 영화도 FTA로 스크린 쿼터제란 보호막이 완전히 걷히게 되면 멕시코, 브라질 등등의 나라처럼 자국의 영화는 보기 힘든 나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영화수나 제작편수, 투자가 감소되고 있는 상황이다.

 

작가가 다루고 있는 분야중 어느 한 분야도 만만한 분야가 없다. 음향시스템, 홈씨어터 구입엔 돈을 펑펑 쓰고 있지만 DVD, 음반 구입비용은 해마다 급감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대학에 연간 배출되는 만화, 음악, 체육 등의 전공자들에 비해 일자리가 극히 부족한 것도 문제이고 비정규직의 비율이 급증하고 있는 것도 큰 문제이다. 그러나 뒤집어보면 금전으로 환산할 수 없는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분야이고  투자대비 고용효과가 높은 분야이므로 정부의 정책을 조금만 바꾸면 일자리가 대폭 늘어날 수도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또한 일반 산업체 노동자들처럼 노조를 만들기 힘든 분야인 만큼, 직종별 길드나 단체, 재단법인을 설립하여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일본이나 미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하여 환경개선이나 실질임금을 보장하는 방안의 해결책을 저자는 제시한다.

 

문화로 먹고살기가 던지는 중심 화두는 2가지다.
1. 지금보다 딱 2배만 더 많은 청년들이 문화로 먹고살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2. 한국사회는 과연 토건 중독에서 벗어나 건강한 문화 생태계를 가꿀 수 있을 것인가?

 

지금의 정책으론 건강한 문화생태계를 조성하여 문화로 먹고 살 수 있는 사람들을 늘리긴 어렵다고 보인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정부의 정책도 중요하지만 생산 주체의 의식변화와 조직화, 향유자인 국민 모두의 함의를 모아 자동차를 파는 것보다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문화산업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고 지속가능한 문화생태계를 조성해야 하리라 보인다.

 

육체는 성장했으되 기초체력이 딸리는 우리의 청소년들처럼 문화산업도 외형적인 성장은 했으되 기초가 부실하다는 것이 확실하다면 지금부터라도 정책의 초점은 기초 강화에 맞추어져야 한다.

 

이 책은 현장의 목소리와 전망이 담겨 있기 때문에 종사자, 진출을 꿈꾸는 사람들, 정책입안자들이 두루 읽고 해결책이 강구되었으면 좋겠다.

밥은 먹고 사니란 물음이 지워지고 최소한의 경제적인 여건은 보장되는 일자리가 늘어나고 극소수만이 아니라 그 바닥에서 몸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더불어 함께 할 수 있는 바닥으로 진화 발전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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