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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탁환의 쉐이크 - 영혼을 흔드는 스토리텔링
김탁환 지음 / 다산책방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이야기로 영혼을 흔드는 당신만의 방법이 있습니까?"(10p)
작가를 굼꾸는 후학들에게 그가 자주 던지는 질문.
솔직히 현재로선 없습니다. 그러나 내게도 그런 이야기꺼리가 있는 지도 모릅니다. 아직 하려 하지 않았고 찾아보지 않았던 이야기가 나에게도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이 책이 내게 말하고 있습니다.
독자의 영혼을 흔들기 위해서는 우선 작가의 영혼부터 흔들려야 합니다. Change가 아니라 Shake.
이야기 중독자 김탁환, 데뷔 15년에 40편의 장편소설을 쓴 놀라운 필력, 타고난 글재주가 아니라 아주 오랫동안 실패의 반복속에서 갈고닦은 것임을 알게 되니 혀가 내둘립니다. 솔직히 저는 이 책을 제대로 읽지 않았습니다. 게스트하우스의 첫과제부터 제대로 작성하지 못하고 눈요기로 4계절 24코스를 겨우 훑어 보았을 뿐입니다. 좋은 이야기를 쓰는 노하우나 방법론을 가르쳐주지 않고 글 쓰기의 자세, 구상, 초고, 퇴고에 이르까지 그가 그동안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터득한 자신만의 글 쓰기 방법을 진솔하게 소개합니다. 실패 하면서 터득한 작가의 방법론이 작가를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딱 들어맞는 해답이라고는 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겪어야 했던 실패를 줄여주고 싶은 따뜻한 선배 작가의 마음으로 이 책을 세상에 내 놓은 것 같습니다. 어쩌면 자신이 스토리텔링에 대한 강의를 한 것을 갈무리한 느낌이 듭니다.
24개 코스 하나하나가 쉽게 넘어갈 수 있는 고개로도 보이고 영원히 넘어설 수 없는 고개로도 다가옵니다. 솔직히 전 이야기꾼으로선 젬병이요 짧은 단문이나마 겨우 끌적일 정도니 말입니다. 어떤 글을 쓰든, 어떤 일을 하든 스토리텔링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다면 남보다 큰 성공을 거둔다고 믿습니다. 24개 고개를 오르고 또 올라야 할 것입니다.
김탁환의 쉐이크는 봄 꽃동산 6코스, 여름 사막 7코스 , 가을 바다 7코스, 겨울 설산 4개코스로 총 24개 코스의 게스트 하우스의 과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구상과 초고, 퇴고를 1:1:1로 하라고 합니다. 매 단계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봄 꽃동산은 이야기꾼이 되기 위한 기본 자세, 왜 인간만이 이야기를 하는 동물인지에서 부터 기본적인 자세를 이야기 하고, 여름 사막코스는 이야기를 구상하는데 필요한 도구와 본격적인 집필에 들어가지 전에 머뭇거림을 말합니다. 자신이 쓰고자 하는 이야기가 과연 무엇인지..이 코스에서 특히나 100권의 책과 10권의 공책(기자수첩, 독서록, 몽상록, 습관록, 답사기, ‘나날’, 단어장, 주제일기, 소품기, 그리고 ‘한결같음의 힘’!)를 준비하라는 대목이 압권입니다.
그리고 인터넷이나 도서관에서 정보를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이야기의 무대가 되는 현장을 발품을 들여 답사하는 것의 중요성을 이야기합니다. 조정래작가가 아리랑, 한강, 태백산맥을 쓰기 위해 작성한 취재수첩이 생생한 묘사를 가능하게 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압록강이란 작품을 쓸때 애초의 구상과 달리 이야기 자체에 빠져들어 정작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하지 못하고 이야기가 예상외로 길어졌다는 고백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조정래작가의 활홀한 글감옥을 보니 자신은 동일한 등장인물 이름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독자가 딱 한명 겹치는 이름이 있어다고 하는 글을 보았는데, 등장인물이 많은 대하소설의 경우 작명에서부터 등장인물의 성격, 습관 등을 제대로 정리한다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작업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가을 바다는 본격적으로 초고를 작성하는 코스로 몰입이 중요한 자세입니다. 헤밍웨이가 “모든 초고는 걸레다”라고 말했듯 퇴고를 하는 코스가 겨울 설산입니다. 아무리 퇴고를 하고 또 해도 100% 만족하는 퇴고는 영원히 불가능하다고.. 그가 알려주는 그물망 퇴고법(1.이야기의 큰 흐름 고치기 2.캐릭터 고치기 3.갈등을 따라 초고 고치기 4.공간을 따라 고치기 5.시간을 따라 고치기 6.주제 확인하기 7.문장 고치기)과 다섯천사들에게 보여주고 평을 듣는 것에 이르기까지 이야기는 작가 혼자만의 공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만든 것이라는 것입니다.
게스트 하우스의 과제를 단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고 24개 코스를 단숨에 넘어버렸습니다. 제대로 다시 넘어서고 영혼을 울리는 이야기를 하려면 2번 세번 거푸 거푸 넘어야 할 것입니다. 어느 고개는 구상, 초고, 퇴고를 하는 매단계마다 옆에 두고 넘어야 할 고개도 많습니다.
읽는 이의 영혼을 쉐이크하는 이야기는 아닐지라도 마음의 미세한 울림을 줄 수 있는 단문이라고 쓰기 위해서는 아직도 갈마듬어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나의 영혼을 울린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은 모든 작가들이 고맙니다.
"이야기로 영혼을 흔드는 당신만의 방법이 있습니까?"(10p)란 질문에 "있습니다"란 답을 자신있게 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을 읽는 모든 사람들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