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러드 차일드
팀 보울러 지음, 나현영 옮김 / 살림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리버보이, 스쿼시, 스타시커, 프로즌 아이 등으로 성장소설 작가로 널리 알려진 팀 보울러는 해리포터를 제치고 만장일치로 카네기 메달을 수상했다. 환상적인 분위기, 청소년 특유의 성장통과 상처받은 영혼을 위무하는 글로 심금을 울린다.

 

블러드 차일드는 성장소설로 알고 읽었지만 종전의 작품과는 장르가 다른 심리 스릴러다. 물론 프로즌 아이나 스타 시커 등에도 성장통과는 별개로 추리를 하면서 읽어야 하는 스릴러 요소가 있었긴 하다. 이 작품도 성장소설의 향기는 남아있다.

 

마지막 장을 넘기전까지는 예측을 불허하는 구성으로 헤븐스마우스가 병들었다고 하는데 도대체 무엇인가. 교회와 신부가 등장하니 종교문제인가 하는 착각을 하게 할 정도로 스토리가 탄탄했다. 매번 반복되는 장면들이 많아 다소 지루한 감은 있었으나 어떻게 윌이 사건을 해결하게 되어 예전의 윌로 돌아갈 수 있을까란 물음표에 대한 답을 구하다 보면 나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은 사회문제를 짚어내고 있다는 것을.

 

인적이 드문 교차로에서 의문의 교통사고를 당하는 윌, 천사의 얼굴을 한 소녀가 그에게 마지막 숨결을 불어넣고 사고를 경찰에 신고한 의문의 소녀, 그리고 새소리. 의식불명상태에 빠졌다가 간신히 깨어난 15세 소년 윌, 과거의 기억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 아빠와 엄마도 몰라보고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는 상황. 그러나 그에겐 끊임없이 소녀의 모숨과 그림자 얼굴이 떠오른다, 핏빛으로 가득한 영상과 아울러.. 도대체 그들이 윌에게 나타나는 이유가 무엇인가? 소년에게만 보이고 아무도 그것이 보이지 않아 윌은 부모나 이웃사람들에게조차 정신병자 취급을 받고 있다. 그리고 교회에서의 난동으로 그의 행동은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몰아가고 있다. 부모의 안타까움, 그를 지켜보는 연인의 애절함.

 

퇴원하여 마을로 돌아오면서 그는 과거의 기억을 조금씩 회복해가지만 소녀와 그림자얼굴이 보이기만 하면 그는 예전처럼 혼절할 지경에 이르고 부모 몰래 집을 빠져나와 헤매게 되는 일이 잦아지고, 온방안 가득 예전의 윌이 그린 그림들..아무리 생각해도 풀리지 않는 의문. 카산드라의 저주처럼 진실을 말해도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안타까움이 배어난다. 해변에서 만나게 된 떠돌이 크로와 의문의 소년 먹~

 

피빛 바다와 피빛 노을 그리고 소녀와 그림자 얼굴이 끊임없이 환영으로 등장하여 윌을 괴롭히고 그를 옥죄기 시작하는 의문의 괴한들. 그들은 어떤 이유로 윌을 괴롭히고 소녀는 왜 그에게만 보이는 것일까?

 

윌은 다른 마을에서도 그런 경험을 한것으로 보인다. 영혼을 볼줄아는 신비한 능력을 타고난 아이. 남들과 다르기에 친구들은 물론이고 성인들로부터도 환영받지 못하는 불쌍한 소년. 그래도 그를 믿어주는 사람이 있었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일까?

헤븐스마우스의 병이 무엇일까? 교회안에서도 보이는 병의 정체는 무엇일까. 누가, 왜, 그들은 왜~ 이런 저런 질문을 뇌리에 아로새기다 보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긴박감에 사로잡혀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된다.

 

마지막 장을 넘기기까지 그 무엇도 답이 아니다. 내가 상상하는 그 이상, 예측을 불허하는 사건, 지금도 일어나고 있을 사건, 있어서도 안되고 해서도 안되는 추악한 범죄에 대한 고발장이 블러드 차일드가 아닐까?

 

윌처럼 영혼이 깨끗한 소년에게만 보이는 상처받은 영혼들이 구천을 헤매고 있을지도 모른다 닳고 닳은 나같은 눈에는 결코 보이지 않는 그들의 목소리, 기억을 잃은 소년에게만 보이는 핏빛 바다의 천사같은 소녀와 그림자 얼굴을 보인다고 말하는 소년이 있다면 얼른 감싸안고 그의 목소리를 들어라. 그럼 놀라운 비밀을 알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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