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하라
스테판 에셀 지음, 임희근 옮김 / 돌베개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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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잇살을 먹다보면 화, 분노를 삭이며 살라고 한다. 일희일비하지 않는 것, 가치중립을 표방하는 것이 마치 미덕이라도 되는 냥 처세술로 삼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며 사는 것이 정상이라고 믿게 된다. 개인적인 분노와 공적인 분노 모두가 잘못된 것으로 여기며 사는 것이 우리의 미래에 얼마나 두꺼운 먹장구름을 드리우게 된다는 것을 안다면 우리 모두 공적인 분노를 표출하여 보다 좋은 세상, 인간다운 세상을 위해 두주먹을 치켜 들어야지 않겠는가? 대한민국은 받아들여야 할 것들보다 분노해야 할일이 더 많다는 것을 아주 작은 일반론조차 좌빨, 아직은 형편이 안된다며 포퓰리즘의 덧씌움으로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서울대 조국교수의 추천사에 담긴"지옥의 가장 뜨거운 곳은 도덕적 위기의 시기에 중립을 지킨 자들을 위해 예약되어 있다.는 존 F 케네디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우리는 한때 독립운동가였던 사람들이 변절을 하고 한때 민주투사였던 사람이 탐욕의 노예가 되어 수많은 사람의 눈에 피눈물나게 하고 있는지. 인생은 막을 내려야 온당한 평가가 가능하다는 것을. 아흔 세살의 실천하는 지성 스테판 에셀의 호소에 움찔하지 않을 수 없다.

레지스탕의 일원이자 두번이나 나찌의 수용소를 탈출한, 세계인권선언의 초안 작성에 참여한 실천하는 지식인인 스테판 에셀이 2009년 글리에르 고원에서 발표한 호소문을 기조로 탄생한 작은 책이 프랑스를 넘어 전세계인들의 가슴에 분노의 불을 지피고 있다. 분노라하.!(앵디네뷰, Indignevous!)

 

'모든 시민에게 그들이 노동을 통해 스스로 살길을 확보할 수 없는 어떠한 경우에도 생존 방도를 보장해주는 사회보장제도의 완벽한 구축,

늙고 병든 노동자들이 인간답게 삶을 마칠 수 있게 해주는 퇴직연금제도의 구축'

 

'공동 노동의 결실인 대표적 생산수단-에너지원, 지하자원, 보험회사, 거대 은행들-을 국라고 복귀시키는 것'

 

'경제계, 금융계의 대재벌들이 경제 전체를 주도하지 못하게 하는 일까지 포함하는 진정한 경제적, 사회적 민주주이 정립'

 

'특정인의 이익보다 전체의 이익을 우선해야 하며 노동계가 창출하는 부를 정당하게 분배하는 일을 금권보다 우중시해야 한다는 것.

 

'진정한 민주주의에 필요한 것은 독립된 언론이다. 언론의 자유, 언론의 명에, 국가, 금권, 외세로부터 언론의 독립을 수호'

 

'어떤 차별도 없이 프랑스의 모든 어린이가 가장 발전된 교육의 혜택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

 

프랑스의 레지스탕스가 나치로부터 해방된 조국 프랑스의 미래를 설계할 때 내세운 것이라는데 이 원칙들이 허물어지는 현실에 스테판 에셀은 분노하고 있다. 이 원칙들을 대한민국에 들이대면 하나도 제대로 된 것이 없다.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프랑스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대한민국의 문제, 전지구촌의 문제로 확대된다.

 

'민영화된 은행들은 우선 자기들의 이익배당과 경영진의 고액 연봉 액수에나 관심을 보일뿐, 일반 대중의 이익 같은 것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극빈층과 최상위 부유층의 격차가 이렇게 큰 적은 일찍이 없었다. 그리고 돈을 쫓아 질주하는 경쟁을 사람들이 이토록 부추긴 적도 일찍이 없었다.(15쪽)


"이제 총대를 넘겨받으라. 분노하라!'

나는 여러분 모두가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 나름대로 분노의 동기를 갖기를 바란다. 이건 소중한 일이다. 내가 나치즘에 분노했듯이 여러분이 뭔가에 분노한다면 그때 우리는 힘 있는 투사, 참여하는 투사가 되다. 이럴 때 우리는 역사의 흐름에 합류하게 되며, 역사의 도도한 이 흐름은 우리들 각자의 힘입어 면면히 이어질 것이다. 이 강물은 더 큰 정의, 더 큰 자유의 방향으로 흘러간다. 여기서 자유란 닭장 속의 여우가 제멋대로 누리는 무제한의 자유가 아니다. 1948년 세계 인권 선언이 구체적으로 실천방안까지 명시한 이 권리는 보편적인 것이다. 만약 여러분이 어느 누구라도 이 권리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는 사람을 만나거든, 부디 그의 편을 들어주고, 그가 그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라.


자유, 평등, 박애라는 인권선언에 담긴 소중한 가치는 그저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 아니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는 말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바쳐 쟁취한 것이다. 그놈이 그놈이라 찍을 놈 하나 없다. 투표를 한다고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무관심, 냉소주의가 크게 자라고 있다. 투표를 하지 않는 것이 심판이라고 믿는 착각에서 놓여나야 한다.
테러가 평화의 나라 노르웨이에서 발생했다. 테러 용의자가 친구에게 보낸 1500페이지에 달하는 장문의 글에 대한민국의 가부장적인 문화와 다문화에 대한 반감을 칭찬하고 만나고 싶은 사람중에 우리의 대통령이 언급되었다고 한다.

대한민국의 현재를 바로잡고 내일을 밝게하는 것. 프랑스의 지성이 호소하는 바로 그것이 대한민국민에게도 요구된다.

 


"창조 그것은 저항이며 저항 그것은 창조다."


'비폭력이란 손 놓고 팔짱 끼고, 속수무책으로 따귀 때리는 자에게 뺨이나 내밀어주는 것이 아닙니다. 비폭력이란 우선 자기 자신을 정복하는 일, 그 다음에 타인들의 폭력성향을 정복하는 일입니다.' 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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