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의 서재 - 그리고 그들은 누군가의 책이 되었다
한정원 지음, 전영건 사진 / 행성B(행성비)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책을 많이 읽은 사람들은 역시나 다르다. 그들이 몸담고 있는 분야가 그 무엇이든 인문학(文史哲)에 대한 폭넓은 소양을 기저로 자신의 전공분야에 대한 천착과 사색이 오늘의 그들이 있음을.. 그 사람들이 읽은 책이 그 사람을 만들고 그들은 또 다시 누군가의 책이 되어주고 있다. 책장 빽빽히 꽂힌 책들과 우아하기 이를데 없는 책장들을 보면 나의 서가의 초라함에 얼굴이 화끈 거린다. 만권의 책을 읽고 만리의 여행을 하라. 과거와 달리 이동거리가 많아졌으므로 여행은 만리길이로되 책은 만권은 못되니 아직도 읽어야 할 책이 많은 터라 나보다 내공이 강한 이들의 책읽기를 소재로 한 책을 거푸 잡게 된다.

 

지식인의 서재! 딱 네이버 지식인의 서재다란 생각이 우선 들었다. 그 서재의 주인공이 이 책의 주인공들중 대부분이니. 그러나 아니다 더 폭넓어지고 15인의 지식인들의 인생사와 독서이력이 빼곡이 들어차 있고 방송작가인 저자의 글발과 전문 포토그래퍼의 사진이 어우러지는 하모니가 책에 쏘옥 빨려들게 만든다.

 

읽을수록 감탄사가 연방 터지고 어딘지 모르게 주눅이 듦도 감출수 없지만 한번에 여러권, 한분야의 책을 여러권 읽는 방식이 이해하지 못하는 대목이 나와도 어느순간 이해하고 나름 정리하는 경지에 이른다고.
메모를 많이 하는 것은 기본, 밑줄을 긋는 것은 개인차가 있으나 책에 대한 욕심, 책에 대한 사랑이 남다르다. 최재천교수의 소리내어 읽는 것이 가장 좋은 독서법이나 그리하지 않은 지 너무 오래된 것 같다.

 

"제일 좋은 책은 당신이 지금 가장 읽고 싶은 책, 지금 당신에게 가장 필요한 책입니다. 그 책을 읽으세요" (318쪽) 교보문고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해 CEO의 자리에 오른 출판문화인 김성룡의 좋은 책론이다.

 

어떤 책을 읽는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책을 보든 그 책을 통하여 생각을 키운다면 모든 책은 좋은 책이란 생각이다. 만화책 하면 수준이 좀 떨어지는 것으로 치부하지만 지식인의 서재에도 만화책이 제법 많이 꽂혀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무조건 만화책을 읽지 말라고 할 것이 아니라 어떤 만화책을 보는가가 중요하다. 최근 들어 재밌게 학습할 수 있는 에듀테인먼트형 만화책도 아주 많이 나왔으니 말이다.

책이 귀한 시절 시골에서 자란 지식인들의 사연은 나의 어린시절과 닮았으되 그 시절 나는 그처럼 책 읽기를 즐겨하지 못했다. 한분은 지금 읽은 것을 그 시절에 읽었다면(지금 알았던 것을 그 시절에 알았더라면..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를 나 역시 결혼한지 한참이나 지나 읽었지만 아직도 여자를 잘 모르겠다?) 말하고 장진 감독은 "젊은 시절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이 문장을 읽었더라면, 이 책의 감흥을 먼저 알았더라면 그때 그 작품이, 그때 내 삶이, 그때 그녀가, 나의 인생이 바뀌었을까? 그건 아니거든요" 라고 말하는 것을 보니 책 읽는 것은 늦은 때가 없다. 아이들의 책이 호호백발이 되어 읽어도 또 다른 느낌으로 내 인생을 충만하게 해준다는 말이다.


조국(법학자)
모든 인간은 자기가 갖고 있는 껍질과 벽이 있다. 이것들을 깰 때만 소통이 되고 변화가 되며 생존이 가능하다. 다른 사람의 글, 책을 볼 때 껍질이 부드러워진다. 껍질이 부드러워져야 다른 것이 들어올 수 있다.

 

최재천(자연과학자)
공부하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 제일 좋은 방법은 책을 읽는 것이다. 독서는 취미가 아니라 일이다. 독서는 전략이고, 치열한 삶의 현장이다.

 

이안수 (솟대예술작가)
책 읽은 것을 소화시키는 것이 사유다. 사유는 자신이 읽은 것을 되새김질하는 것이고, 그 사유의 방법으로 가장 좋은 것이 글을 쓰는 것이다. 글쓰기야말로 독서의 완성이다.

 

김용택(서정시인)
책을 읽는다는 건 숨을 쉬는 것과 같고, 밥 먹는 것과 같고 바람 같고 햇살 같은 거다. 서재에 있으면 전 세계를, 우주를 다 돌아다니는 것이다.

 

정병규(북디자이너)
독서는 자기를 중심으로 다른 영역에서 일어나는 것을 흡인하는 사이에 일어나는 역동성이다. 낯설음이나 신비함, 호기심은 독서의 방법이 아니라 본질이다.

 

이효재(한복 디자이너)
만 원으로 할 수 있는 가장 격조 있는 선물이 책이다. 나는 항상 사람들에게 책을 선물하자고 말한다. 책 선물처럼 사람을 우아하게 하는 건 없다.

 

배병우 (사진작가)
나는 책을 보기 위해 서재를 만든 게 아니다. 이 안에서 즐겁게 놀고 맛있게 먹으려는 것이다.만 리를 여행하고 만 권의 책을 읽어라.

 

김진애(건축가, 정치인)
매 순간이 깨달음의 순간이고, 공부의 순간이다. 매일 자라는 것을 습관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책을 읽는 것도 자신을 자라게 하는 중요한 습관이다.

 

이주헌(아트스토리텔러)
책을 읽다가 막히면 자산이 이해를 못하는 것으로만 생각하게 된다. 그것을 이해하려고 정독하게 되면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게 된다. 책은 완전한 작품이 아니라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승효상(건축가)
서재는 공간 자체가 주는 에너지와 기운만으로도 충분한 휴식과 충전이 된다. 나는 서재에 있는 책들 사이에서 나의 근원을 찾는다. 책들은 내가 존재하는 근거다.

 

박원순(소셜 디자이너)
나에게 독서는 삶이고 인생이고 과거 수백 만 년 전의 역사로 가는 통로이자 새로운 미래를 향해 가는 교량이다.

 

김성룡(출판문화인)
책은 나의 삶이다. 나는 책에서 지혜를 얻었고 위안을 받았고 살아가는 방식을 재정립할 수 있었고 이해라는 걸 배웠다.

 

장진(영화감독)
세상을 구원하고 밝게 만드는 것은 책이 아니라 책을 읽는 사람들이다. 책을 읽는 사람들의 태도와 습관과 그들이 생각하는 세상에 대한 신념이 세상을 구하는 것이다.

 

조윤범(바이올리스트)
표정으로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책도 음악과 같다. 책을 보고 감정이 동요되지 않는다면 그 책은 소화되지 않은 것이다. 건성으로 책을 읽는 것은 읽지 않는 것과 같다.

 

진옥섭(전통예술 연출가)
서재는 고물상이다. 고물상에 가면 무엇인가를 발견하게 될 것 같은 기대감과 말할 수 없는 즐거움을 만나게 된다. 그곳에서 삶의 길을 찾고 문장의 해법을 얻었다.


세상에 문제가 생기는 근본적인 원인은 어리석은 사람들은 확신에 차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의문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버트런드 러셀, 29쪽


책 읽는 즐거움을 아는가
그 느낌을 아는가? 틈만 나면 읽고 싶어지고, 다 읽어가는 것이 너무나 아까운 그런 책들이 있다는 것을.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알 수도 없을 만큼 흥미진진한 책, 잠시 덮었다가도 그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또 펼쳐보게 되는 책, 전철에서 책을 읽다가 내릴 역을 그만 놓치게 만드는 책, 약속장소에 한 시간을 먼저 와도 그 시간이 금방 지나가 버리는 책, 마지막 페이지를 읽을때까지 책을 덮지 못하게 만드는 책, 그런 책들을 만났을 때의 행복과 희열이란 좋은 친구를 만났을 때만큼이나 짜릿하다.(324~325쪽)

 

자기가 모르면서 모른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 바보니까 피해라.
자기가 모르면서 모른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 단순하니까 가르쳐 주어라.
알면서 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 자고 있으니 깨워라.
알면서 안다는 사실도 아는 사람, 현명한 사람이니까 따르라 - 아라비아 속담(3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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