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 없는 세상, 결실 없는 가을
로완 제이콥슨 지음, 노태복 옮김, 우건석 감수 / 에코리브르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우리가 먹고 있는 바나나의 종이 1종이라고 한다. 대량생산을 위해 단일종(그로미셀) 광작하게 되면서 치유불가능한 전염병인 파나나병이 발병하여 카리브해 연안국에서 재배하던 그로 미셀이 전멸하였고 이후 대만을 중심으로 그로 미셀보다 맛도 없고 영양가도 떨어지지만 파나나병에 내성을 가진 캐번디시 단일종 재배를 하여 또 다시 변종 파나마병이 발병하여 대만에서 70%가 전멸하였다고 한다. 언제 바나나가 사라질지 모른다. 아무리 강하고 유전조건이 우수하다 해도 종 다양성을 확보하지 않을 경우 새로운 질병에 적응할 짝이 없어 생존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20초마다 1종의 생물이 멸종하고 있다고 한다.  생물종의 다양성 뿐만 아니라 언어, 문화 역시 다양성이 크게 훼손되고 있다. 한번 사라지면 복원이 불가한 것들, 세계 도처에서 위기의 징후가 포착되고 있으나 아직  뾰족한 해결책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멸종의 속도를 지연할 수는 있으나 근본적으로 막을 수 없는 문제, 어떻게 할 것인가라란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휴대폰 사용의 급증에 따른 전자파로 꿀벌이 꿀따러 나가서 다시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여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는 뉴스를 보았던 기억으로 꿀벌없는 세상 결실없는 가을(원제 Fruitless Fall; The Collapse of the Honey Bee and the Coming Agricultural Crisis)이란 책을 보자마자 읽지 않고 견딜 도리가 없었다.

 

휴대폰을 벌집안에 넣었을 경우 벌의 GPS기능이 마비되어 집을 찾지 못하는 벌이 늘어나는 것은 확인되나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군집붕괴현상(봉군붕괴현상, CCD, Colony Collapse Disorder)의 근본 원인이 전자파는 아니라고 한다. 휴~ 휴대폰 없는 세상 상상하기 어렵지 않은가. 그러나 사용을 자제하는 것도 꿀벌을 집으로 돌아오게 하는데 미력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우리나라의 현실은 더 심각한 상황이다.  치료방법이 없는 낭충봉아부패병(囊蟲蜂兒腐敗病)이 전국으로 확산되어 토종벌의 90%이상이 사라졌다고 한다.  무척추동물인 벌은 수명이 짧은 곤충인 탓에 후천적 면역을 갖추지 못해 치료제 개발조차 불가능하다. 단지 예방적 치료만 할 수 있을 뿐이라고 하니 경각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2006년 미국 플로리다의 양봉농장에서 꿀벌이 사라지는 일이 발생했는데 일시적인 사건이라 여겨졌지만 세계 각국에서 이와 유사한 군집붕괴현상(CCD, Colony Collapse Disorder)이 목격되면서 다양한 원인을 두고 연구를 했지만 아직도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플로리다에선 세계 아몬드 공급량의 70% 이상을 단일 경작하고 있으모 화분 매개를 위하여 미국 전역의 양봉가들이 집결하는데 이곳에 다녀온 벌들이 겨울을 넘기지 못하고 사라지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한다.

 

꿀벌이 사라지면 농업과 생태계에도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 식물 중 40% 정도가 곤충이 수분(受粉)을 해주는 충매화(蟲媒花)이고, 이중에 80% 정도를  벌이 담당하고 있는 관계로 벌이 화분(花粉)매개를 하지 않으면 기형과일이 열리거나 농작물 수확량이 급격하게 줄어 과수, 채소, 화훼농업에는 치명적이라고 한다.


저자는 CCD의 발생 원인으로 예상되는 '전자파, 꿀벌응애, 지구온난화, 바이러스, 살충제, 항생제, 고과당 옥수수시럽, 곰팡이, 이동식 수분 서비스를 하나하나 짚어가지만 단일 원인에 의한 현상이 아니라는 확신만 있을 뿐 근본적인 원인이나 해결책은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희망적인 사실은 연해주에서 들여온 러시아벌을 활용하여 문제해결책을 모색하는 양봉 전문가의 접근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것이다 아몬드 수분을 위한 벌의 집단 장거리이동에 따른 스트레스, 식물이 흡수하고 토양에 남아 있게 되는  살충제 등이 누적되어 상승작용을 일으켜 군집 붕괴현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된다.

 

보다 많이, 보다 편리하게를 외치며 살아온지 100여년이 흘렀다. 이로 인해 사람들의 겉모양 생활은 더 나아졌을지 몰라도 이로 인해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점들이 생물종이 사라지는 지구, 사람이 살기 어려운 지구로 변하게 만들고 있다.

 

아침 방송에서 배 과수원을 하는 젊은 농부가 인공 수분을 위해 일일이 배꽃을 먼지털이개 비슷한 기구로 작업을 하는 모습을 보았다고 한다. 아몬드 재배지역이 확대되는 중국에서는 사람들이 화분 작업을 한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통당 비용을 지불하여 전국의 양봉농가를 모아서 처리하는 것을..

개미와 꿀벌을 연구한 과학서를 보고 참 대단한 군체동물이란 생각을 하였는데 1억년 이상 식물과 공진화를 하고 있는 곤충들 특히 꿀벌이 사라진다면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의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한다. 물론 곤충에 의해 화분을 하지 않는 식물도 있겠지만 그것은 상상하기도 싫은 일이다.

 

인간의 탐욕이 빚어내는 갖가지 문제점을 보았지만 곤충이나 꿀벌에게까지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문제라고 생각되니 자연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농부들이 존경스럽다.  단일 농작물 재배가 더 확산되고 종의 다양성 파괴가 더 심각하게 확산된다고 하니 심히 우려스럽다.

오늘 식탁에 풍성하게 오른 과일, 채소가 꿀벌들에 의해 마련되었다는 것을 인지하고 더 이상 꿀벌들이 사라지지 않게 만드는 대안적인 농법, 대안적인 삶의 자세를 실천하며 살아야겠다.

 

꿀벌이 사라진다면 가을의 풍성한 결실을 거둘 수 없다. 물론 혹자는 인간의 기술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없다고 하지만 한번 사라진 생물종은 두번 다시 복원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인간의 역사가 에베레스산에 잠깐 내린 눈이 쌓이는 정도의 시간이지만 그 폐해는 실로 말할 수 없는 정도라고 한다.

 

꿀벌이 사라지는 원인의 저변에 우리 인간이 자리하고 있음을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

꿀벌이 모두 사라지면 인간도 지구상에 발딛고 살아갈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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