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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제 평전 - 민생을 살펴 태평성대를 이룩한 대통합의 지도자 ㅣ 중국 역대 제왕 전기 시리즈
장자오청 지음, 이은자 옮김 / 민음사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신년초에 책을 들었지만 춘삼월에도 마지막 장을 덮지 못하면 안되겠다 싶어 주말에 욕심을 내어 마지막 장을 드디어 덮었다.
정말 큰 나라, 정말 대단한 황제 강희제를 만났습니다. 너무 많은 등장인물이 우루루 몰려나와서 머리가 복잡해지기도 했지만 청나라를 다시 보게 되고 거대한 나라 중국, 그들의 저력이 어디에서부터 연유하는지 다시 보게 됩니다. 변방의 오랑캐가 절대 다수인 한족을 포용하여 강건성세를 이루어냈는지를 부지불식간에 인지하게 만듭니다.
시대상황을 오판한 조선이 당할 수 밖에 없었던 삼배구고두례의 치욕을 안겨준 청태종 홍타이지와 순치제에 이어 8살에 황제가 된 이후 60년 이상을 중국을 다스린 전무후무한 영웅 강희제를 오늘의 중국의 위정자들이 앞다투어 따라배우려 한다니 또 다시 우리를 긴장하게 만듭니다.
8살에 즉위한 황제는 조모인 효장문황후와 네명의 보정대신의 보좌를 받아 통치를 한다고는 했지만 네명의 대신은 사실상 전횡을 일삼았고 그중 권신 오배는 황제의 뜻을 거스르고 조서를 조작하여 정적을 제거할 정도로 오만했지만 친정을 한지 2년이 된 16세에 오배를 속이고 그를 처단한 것은 황제의 지혜에 뭇사람들을 탄복하게 합니다.
삼번의 반란중 가장 극렬하게 반란의 깃발을 올렸던 오삼계 무리를 물리치고 대만의 반람도 잠재우고 러시아의 침략을 잠재우고 오늘의 국경선을 확정한 네르친스크 조약에 맺고, 티벳과 몽고지역의 반란도 잠재우는 등 그의 치세는 한시도 바람잘 날이 없었지만 그의 명령을 따르지 않는 군벌을 어르고 달래어 그가 생각하던 바를 이룹니다.
끊임없이 범람하여 민생을 도탄에 빠뜨리게 만들던 황하와 회수를 다스려 민생고를 해결한 것과 황무지를 개간한 일이며 민생고 해결에 앞장선 그의 모습을 보면 세종대왕을 연상케도 합니다.
" 백성들을 쉬도록 하는것도 치도의 첫 번째 중요한 일이다. 백성들을 쉬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백성들을 번거롭게 하지 않아야 한다.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므로 먼저 휴식이 이루어져야 한다"
백성을 피곤하게 하지 않고 배 고프게 만들지 않는 정책이 나라를 부흥케 하는 제 1원칙임을 이 책에서도 확인하게 만듭니다. 한족, 몽고족, 만주족, 기타 다수의 이민족을 포용하고 감싸않았던 그의 모습에서 오늘 우리가 직면한 다문화가정, 이주노동자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한다는 것을 여실하게 보여줍니다.
종교로서 천주교를 받아들이진 않았지만 서구에서 파견된 많은 선교사들을 등용하여 선진기술을 받아들이는데도 주저함이 없었고 이들이 만든 대포로 러시아의 침략을 막아내었고, 강희자전 등 수많은 책들을 발간하는 등의 이학치국(理學治國)를 실현한 황제였습니다.
강건성세 이후 청이 서구 열강에게 무참히도 박살이 났다지만 서구의 문물을 받아들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성리학의 명분주의에 사로잡혀 날려버린 조선과는 달랐습니다. 조선에도 하멜과 같은 서양인들이 찾아들었지만 이들을 이용할줄 알았던 청과 일본과는 다른 길을 걸었던 조선이 제국주의 시대에 살아남을 수 없었던 것을 불을 보듯 뻔합니다.
그도 피해갈 수 없었던 후계자 문제, 세자를 폐했다가 다시 세웠다가 또 폐하고 또 다른 황자를 후계자로 세운 이력을 보면 권력은 누구와도 나누어 가질 수 없다는 역사의 교훈을 다시 배웁니다.
너무나 방대하여 그의 진면목이 또렷하게 맺히진 않았지만 오늘날 중국의 지도자들이 그를 배우려 하는 이유는 분명하게 알게 됩니다. 그 이유는 수많은 환란이 있었지만 이민족을 포용하고 통합하는 리더십, 백성의 곤궁함을 덜어주려는 애민의 정신, 서구의 선진문물을 받아들일 줄 아는 시대감각, 인재를 고루 등용할 줄 알았던 그를 통해 오늘의 중국의 지도자들이 산적한 문제를 해결할 방도를 찾으려는 것이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