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 애리얼리, 경제 심리학 - 경제는 감정으로 움직인다
댄 애리얼리 지음, 김원호 옮김 / 청림출판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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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동경제학은 실생활과 아주아주 밀접한 주제하에 실험결과를 곁들여서 설명해주니 정말 그렇구나 그랬지 감탄하며 읽게 된다. 인간이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경제 주체라는 가정하에 이론을 전개하는 주류 경제학과는 달리, 그렇지 않은 비합리적이고 감성적이고 심리적인 동인에 의해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에 비합리적인 결정을 하고 실수를 하게 된다는 것이 주된 논지다.

미국 출신이지만 3살 무렵 이스라엘로 이주하여 그곳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에서 대학원을 다닌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18세 무렵 마그네슘의 폭발로 전신 3도의 화상을 입은 경험이 그가 행동경제학을 연구하게 만든 것은 아닐까 싶다.


심한 화상으로 오른손을 절단해야 할 상황에 그는 절단을 포기하는 의사선택이 합리적이었던가. 비합리적이던가 등 그의 치료경험을 논하는데 당사자가 아닌 글로 읽는데도 그의 고통이 전이되어 오는 것처럼 생생하게 다가온다.

 

이 책은 직장생활과 가정에서 벌어지는 인간행동의 진실이란 두가지 대주제를 가지고 각각 10가지의 테마로 다양한 실험결과와 사례를 예시하여 쉽게 우리가 알고도 실수한 것, 몰라서 실수한 원인을 상세하게 밝히고 있다. 그렇다고 우리가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우리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없다. 왜냐하면 인간은 이성적인 의사결정보다 비이성적이고 그때그때의 상황에 따라 다르게 행동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 발 다가서세요.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등의 문구가 적힌 남자화장실. 그래도 주변을 보면 한방울 두방울 흘린 것들이 모여 변색이 된.. 넛지란 책에 소개된 소변기 안에 그려진 촛불그림 하나가 그 흘림을 극소화시켰다는 이야기처럼 이 책의 내용이 정말 흥미롭기 그지없는 내용들이다.

 

인센티브는 많으면 많을 수록 의욕을 고취시켜 성과가 좋아질 것이라고 월급쟁이 CEO 할것 없이 누구나 신봉하는 테마다. 그런데 실제 실험을 하니 심적부담감이 일정수준 이상의 인센티브는 오히려 역효과를 발휘한다니 아이러니 하지 않은가? 물론 인센티브를 미리 주었다가 회수하는 것과 추후 지급하는 것의 차이가 있으니 실제로 그럴까.


우리가 일하는 의미가 무엇일까. DIY가 인기를 끄는 이유가 무엇일까. 왜 내가 만든 것, 내 머리에서 나온 아이디어는 남의것보다 더 좋아보이는 것일까(소니의 워크맨과 MP3, 코닥의 필름카메라와 디지털카메라)
최후 통첩실험을 통해 익히 알고 있는 사람들의 복수심리에 대한 실험결과들은 내 손에 들어올 것을 모두 포기해도 나를 부당하게 대접하는 사람에게 복수하고 싶은 심리적인 동인을 보고 나니 정말 이 모든 것이 내가 회사생활을 하면서 익히 경험했던 것들이구나 싶다.

그런데 더욱 이상한 것은 실험주제로 전혀 관계가 없는 내용을 단순하게 읽게 하고 말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실험결과 혹은 피실험자의 반응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정말로 놀랍다. 현재 벌어지는 리비아 등의 중동 국가에서 벌어지는 민주화운동의 반대편에 선 사람들의 심리상태가 바로 경제심리학에서 말하는 내용중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적지 않을 것 같다.

 

우리가 고통이든 쾌락이든 쉽게 익숙해지는 이유, 정말 용기 있는 추남이 미녀를 얻을 수 있을까, 온라인 데이트로 만난 사람들이 결혼에 골인하지 못하는 이유는? 저자의 경험, 나의 지난 기억들을 들추어보니 정말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기부금을 많이 받으려면 아주 많은 사람들의 일반적인 피해상황을 이야기 할 것이 아니라 특정 사람을 주인공으로 하여 호소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라는 것을 보니  폭력배나 강도에게 피해를 당할 경우 불특정 다수에게 도와주세요 하는 것보다 특정인을 지목해서 Help Me를 외쳐야 도움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 떠오른다.

 

그럼에도 왜 우리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되는가. 분노나 미끼 앞에는 학식이나 자제력이 전혀 통하지 않으니 말이다.
오늘 아침에도 입사 8개월차인 약골 신입사원이 몸이 안좋은 것을 아주 많이 배려했더니  병원에 가서 검사해보니 회사 못다닐 정도니 그만 안녕하자고 하며 찍 날린 메일을 본 순간 분노 폭발~ 또 어제의 실수가 반복되었다. 퍼담을 수 없는 물처럼. 나는 왜 그런가 했더니 누구나 대부분 경험하는 일이라니 안심이 된다.

 

아는 것이 많으면 좀 달라지나 싶어 책을 많이 읽고 있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전신화상이란 혹독한 상황을 경험한, 그리고 아직도 그 휴유증을 겪고 있는 댄 어리얼리같은 학자도 잘 안된다는데 나는 오죽하랴..

경제심리학이란 책은 쉽고 재밌게 행동경제학의 정수를 보여준다.  인간의 비이성적인 행동의 이면에 감추어진 놀라운 비밀을 공개하는 책, 누구나 읽어도 무릎을 치게 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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