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불공정 경제학 - 당신이 절대 모르는 경제기사의 비밀
김진철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대한민국 불공정 경제학보다는 대한민국 경제기사 제대로 읽기란 말이 더 어울림직한 책이다. 경제학이란 학문적인 접근이라기 보다는 현직 경제기자로서 취재현장에서 겪었던 경험담, 우리나라 언론의 현실, 신문을 지배하는 자본의 힘, 재벌의 힘을 적나라하게 공개하고 있다.

20세기의 유물이 21세기에 더 강고해지고 이젠 언론이 알아서 기는 경지에까지 이르렀다니 재벌의 불법행위에 비판적인 기사를 쏟아내는 언론사는 재벌광고 없이 살아남는 자생력을 배양하지 않으면 이젠 조중동, 한국경제 매일경제 같은 언론사만 살아남지 않을까.

 

종이로 된 신문을 보지 않은지도 오래되었다. 그러나 공원에 가면 상품권, 자전거, 6개월 이상의 무료 구독권을 제시하며 신문판촉을 하는 조중동의  지국 사람을 자주 만난다. 신문 한부 팔아서 얼마나 남기에 이런 경품을.. 독자수가 많아야 광고매출이 올라가니 악순환의 연속이다 보니 사세가 약한 신문사들이 생존하기엔 더없이 버겁다.


그런 조중동이 이젠 종편채널사업자로 선정되어 방송까지 하게 되니 힘없고 돈없는 서민들의 목소리를 담아낼 창구는 점점도 힘을 잃어간다. 외국에선 노동조합의 입장을 정책에 많이들 반영한다는데 우리나라는 프랜들리 컴퍼니라하여 자본가의 입장에 더 신경을 쓴다. 어디로 가는지. 노동자, 서민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종합방송은 불가능한가 우스개를 던진 기억도 난다. 정수장학재단의 주식을 국민들이 인수하여 방송을 경영하면 안되는 것인가?


아주 옛날에는 독재정권의 하수인 노릇하기를 거부하는 기자들의 의로운 투쟁이 있었다. 대머리장군님의 보도지침을 공개하여 해직된 기자들이 있었다. 그런 기자들과 국민들의 힘을 보아 국민주 신문이 탄생하고 인터넷의 발달로 시민기자중심의 언론사도 생겨났다. 희망이 보인다고 했다. 그러나 아직도 그들은 약하다. 광고매출로 생존하는 언론사에겐 재벌, 정부에 비판기사를 쓴다는 것은 매출감소를 각오해야 하는 위험천만한 게임이 되어가고 있다.(삼성전자, MB정권에 비판적인 기사를 쏟아내는 한겨레신문, 경향신문엔 이들의 광고를 보기가 어려워졌고 살림살이가 나빠져 그만둔 기자들도 있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지금은 권력의 힘보다 자본의 힘이 언론사에 더 큰 위력을 발휘한다. 홍보실에 근무한 경험이 있어 이 책에서 말하는 기업과 언론의 공생관계를 잘 알고 있지만 사실을 근거로 이루어지는 경제기사에 이런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것은 글로벌 경제위기시 반토막이 난 펀드를 통해 뼈저리게 실감했다.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아라. 정말 맞는 말이다. 공시가 나고 뉴스가 날 시점엔 이미 내부자 거래 아닌 내부자 거래로 주식을 살 놈은 벌써 알음알이로 정보를 공유한지 오래요 정보에 눈어두운 개미들이 막차 타고 시멘트바닥에 거꾸로 처박히고 있다. 너무 심한 말인가. 코스피가 2000포인트를 넘어섰다지만 주식가치 상승으로 주식자산 1조대 부자들이 늘었고 기관투자가 외국인 투자자는 큰 돈을 챙겼다지만 큰 손해를 본 개미들도 늘어났다. 짜고 치는 고스돕판이다.

 

알고도 속고 모르고도 속는다. 트위터, 페이스북, 시민기자, 블로그 등으로 인해 사실을 왜곡하는 기사는 설자리가 없어진다고 하나 광고를 무기로 하는 기업의 압력으로 사실을 사실대로 보도하지 못하는 언론이 언론인가. 비판은 고사하고라도.. 프레시안에 종편 선정에 대한 중앙대 법대 교수(보수)의 지적은 정말로 신랄하다.

그래서 독자인 우리는 어떻게 하면되는가를 김진철기자는 조목조목 지적하고 있다.


'무엇을 읽을 것인가보다는 어떻게 읽을 것인가가 훨씬 중요하다. 단순히 독법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기사를 대하는 자세의 문제다. 핵심 키워드는 '까칠한 의심'의 태도다. 의심은 많이 할수록 좋다. 기자들에게도 취재하는 자세로 호기심과 더불어 의심이 매우 중요하다. 기자들도 취재원의 속임수나 거짓에 넘어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결코 함부로 믿어선 안된다.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가 문제이기에 아무리 선한 사라도 결과적으로 거짓말을 하게 되는 수가 있다. 기사도 마찬가지다. 의도적으로 속이려 드는 경우도 있지만 의도하지 않았으나 거짓이 되는 때도 있다. 그래서 의심을 강조하는 것이다. 의심해야 스스로 확인하려 들 것이기 때문이다. 믿어야 할 것은 읽는 이인 스스로다. 자기 자신을 속일 수는 없는 법이다. 기사의 함정에 빠지지 말되 꼼꼼이 읽되~ 54쪽

 


감세정책에 대한 기사와 이에 맹목적으로 동조하는 사람들..세금을 100% 감면받는 사람들까지도 감세는 좋은 정책, 증세(토초세 등)는 나쁜 정책이라고 한다. 작년 50만권 이상이 팔려 인문학 붐을 일으킨 마이크 샌델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의 하버드대 강의를 EBS에서 방송하는 것을 일부 시청했는데 자유지상주의자의 논리가 참 무섭다는 생각도 들었고 무식하면 용감하단 생각도 든다. 나 역시 딱 그짝이다.

부동산뉴스, 증권,금융뉴스, 아이폰을 까는 기사는 많은데 삼성전자 갤럭시S에 대한 기사는 칭찬 일색인가. 미국에서만 사전 주문예약으로 100만대 이상 팔린 아이폰, 그러나 갤럭시 100만대 판매에 담긴 숨겨진 진실은.. 김용철변호사의 비자금폭로와 언론사..
1년 몇만쌍 결혼중 몇쌍 이혼, 이혼율 급증, 실업률 통계기사 등등 자세히 따져보고 통계자료를 뜯어보면 침소봉대하거나 부분발췌하여 왜곡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단다.

 

신문사 운영비중 광고비 의존율이 아주높은 기행적인 구조, 물적 토대가 약한 신문사, 취재기자는 부족해도 증면경쟁, 이젠 일간종합지의 경제섹션면수가 예전 경제신문 면수 이상이나 된다. 취재부족, 전문성 부족으로 기업이나 기관에서 배부하는 보도자료를 따라쓰기 바쁘다.(이건 본인도 경험 많이 했다. 특히 히트상품선정과 광고비거래, 최근 신문사 선정 히트상품에 선정된 쇼핑몰 사기사건 기사를 보니 옛날일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난다.)  중소기업은 조중동에 기사나기 하늘에 별따기고 언론사 기자들이 두려운 존재인 경우도 많다. 동아일보 앞 가판대의 신문을 먼저 수거하여 가는 일만 하는 대기업의 홍보담당 직원이 있었고 비판적인 기사가 나오면 온갖 인맥을 동원하여 기사막기를 했는데 이젠 광고국장을 통하면 편집국이 알아서 기사를 내린다. 물론 비판기사를 내고 기업에 연락하여 강매하던 언론을 사이비언론이라 했는데.. 이젠 정론지라 목소리 높이는 언론 대부분이 알아서 기는 시대라니 놀랍니다. 기는 폭이 경제신문이 더 크다.

 

'특정 현상을 숫자로 바꾸는 순간 그 안에 숨어 있는 다양한 변수들은 모두 생략되어버린다. 차가운 숫자의 이면에 있는 함정에 인간적 가치들은 묻혀버리고 범람하는 숫자 속에는 오류와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 58쪽


'부당하고 불공정한 방식으로 부를 쌓아가는 재벌그룹들의 상품을 소비하는 행위 자체가 불법적 편법적 행위를 방조하고 돕는 것이라는 인식이 있다면, 재벌 대기업들의 노동자와 하청기업에 대한 착취는 줄어들지 않을까? 제3세계 노동자들의 피와 땀을 바탕으로 제 배를 불리는 다국적 초국적 기업들의 상품을 먹고 마시고 입고 신는 행위는 과연 윤리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만약 이런 상품들의 제도, 유통 과정을 알았다면 비윤리적 기업들의 매출증대에 도움을 주는 소비자가 되려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천문학적 규모의 돈을 동원한 재벌과 언론의 부적절한 만남은 언론의 자발적 복종이라는 훨씬 더 무시무시한 결과로 나타났다. 뻔히 눈앞에 도둑질이 벌어지고 있는데 경찰관이 도둑에게 의로운 시민상을 주는 형국이다. 경찰관은 도둑과 오랜 기간 교분을 나눠왔다. 돈이 오갔겠지만 돈은 다만 상징일 뿐 그 안에는 가치의 공유가 있었던 것이다.
도둑질이 도둑질로 보이지 않는 경지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언론의 자발적 복종 뒤에는 두려움도 있다. 중략~


어느 매체에 광고를 실을 것인가는 사기업의 자유겠지만, 이런 자유가 하필 자사 비판 보도를 실은 신문사들에게만 향하면서 결과적으로는 비판적인 신문사의 존폐 위기를 낳는 데까지 나아갔던 것이다. 삼성그룹의 실질적 최고 책임자는 형식적 처벌을 받고 그것도 얼마 지나지 않아 역사상 유래 없는 단독 사면의 성은을 입게 된다. 아무것도 바뀐 것이 없었으며 도리어 차명계좌 등 불법적 방식으로 보유하고 있던 재산은 합법호ㅘ된다.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그룹의 사주를 받았던게 아니냐는 웃지도 못할 우스개가 언론계에는 오간다.  중략~


언론과 기업이 돈을 매개로 밀월여행을 하고 있는 셈이다. 언론은 광고를 대가로 취재원에 대한 비판 대신 홍보에 나서고, 기업은 이를 바탕으로 다시 자본을 축적하는 구조다. 언론과 기업의 밀월 관계 속에 독자와 소비자는 설 자리가 없다..282~284쪽

 

조중동과 한판 전투를 벌렸던 고노무현 대통령이 임기내내 힘들었던 이유가 보인다. 자기네 편이라고 무비판 기사로 지원받는 현정권, 이제 종편채널시대가 도래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IMF와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대부분의 국민들이 경제문제에 관심이 높아졌다. 올해 받은 새해인사 문자엔 대박나세요란 말이 유난히 많았다. 탐욕을 부추기는 사회, 부동산이 주거의 목적이 아니라 투기의 대상이 되는 것이 전통이 되어버린 대한민국. 정말로 대통령이 목소리만 높은 공정한 사회는 어떤 사회인가.


현재 읽고 있는 마이크샌델 교수의 책 "왜 도덕인가(안진환,이수경공역, 한국경제신문펴냄, 53쪽)의 구절이 가슴에 박힌다.

 

'서로 다른 윤리적, 도덕적 가치가 경쟁할 수 있는 사회, 의견 불일치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정의로운 사회로 나아가는 첫 번째 단계다. 사회구성원간의 의견충돌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반복되는 역사의 한 모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정한 시민사회를 향한 발걸음에서 서로의 다름을 좁히기 위한 치열한 논쟁은 필수불가결하다.'

 

반칙이 통하지 않는 사회, 독재자 박정희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든 시절 밤의 대통령은 바로 당신이라고 했던 것이 진실이라면 이 세상을 지배하는 것은 대통령도 아니요 언론사도 아니요 재벌이 더 큰 권력을 휘두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법위에 군림한 자본가, 이들과 결탁한 언론사, 이들과 연계된 정치인..

그래서 국민들이 경제를 알아야 하고 경제기사를 제대로 읽는 눈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단순히 나 자신 우리 가족의 잘 살고 못사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를 위해서라는 저자의 지적이 백번천번 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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