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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후계자 왜 김정은인가?
후지모토 겐지 지음, 한유희 옮김 / 맥스미디어 / 2010년 12월
평점 :
대를 이어 충성하자. 혹자는 삼성의 경영권 세습문제를 북한의 3대 세습에 빗대기도 한다. 물론 능력이 출중하다면 무슨 상관이랴만 지금은 왕조시대가 아니지 않는가? 남쪽에서 독재자의 딸이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것도 부끄러운데 3대 세습 역시 세계인의 웃음거리가 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분단된지 60년 철저히 통제된 북한의 빗장이 열리기 시작한지 10년, 화해와 협력의 모드, 통일의 기운이 솟구치나 싶더니 금강산관광객 총격 사망사건 이후 남북관계는 급격히 냉각되더니 천안함침몰사건, 연평도 포격사건으로 평화가 아니라 전쟁의 시대를 향해 치닫고 있다. 김정일 유고시, 김정은 권력 세습시 어떤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구구절절의 이야기를 내뱉고 있는 찌라시 수준의 언론보다는 그래도 북한에서 10년 이상을 살았고 최측근에서 김정일과 김정은에서 봐온 일본인 초밥요리사 후지모토 겐지의 증언, 회고담이 더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김정은의 모습을 보여준다.
1983년 1월 8일생이라면 불과 29세에 불과한 김정은이 한나라의 권력을 장악한다는 것은 21세기에 쿠데타가 아니고서는 상상도 하기 힘든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구체화되고 있는 것이 확실시된다고 보면 김정은에 대한 아주 사소한 정보라도 그들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 것 아닌가. 그래서 이 책이 추천사를 쓴 학자들 뿐만 아니라 북한의 정세에 관심이 있는 이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리라 믿는다.
후지모토 겐지가 일본으로 요리재료를 사러간다는 핑계로 탈북한 2001년으로부터 10년이 흘러 그 당시의 김정은과 현재의 그가 동일한 생각을 하고 있다고 보는 것은 무리란 생각이 든다. 공개처형, 외제차를 모는 김정은, 연평도 포격을 직접 지시했다는 둥의 호전적이고 다혈질의 김정은에 대한 풍문성 기사가 탈북자들의 단체에서 주로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후지모토 겐지가 묘사하는 김정은은 김정남과 김정철을 제치고 삼남인 그가 후계자가 될만한 카리스마를 보유한 것으로 평가한다. 김정일의 이색취미 등을 묘사하는 파트에서 소개되는 기쁨조가 그동안 남측의 언론에서 보도한 것과는 사뭇 다르게 소개하여 의아스럽다.
척척 척척척 발걸음
우리 김 대장 발걸음~
김정은이 아홉살때 작곡된 발걸음이란 노래가 다시 북녘땅에 불리워지고 우상화의 근거로 설명하고 있다. 김정일은 숫자 9를 유난히 좋아한다는 것도 이색적이다.
후지모토 겐지와 김정은 김정일이 주로 만난 곳은 만수대 궁전(?)이 아니라 김정일(김일성)이 미군의 저격이 무서워 전국 모처에 만들어 놓은 초대소이다 그중에서도 원산초대소가 자주 소개된다. 맛있는 초밥을 만들어주면 통큰 팁을 나누는 김정일도 새롭게 다가온다. 이유야 어쨋든 북한은 김정일의 세습이 일반화될 시점에 비교하면 극심한 경제난에 허덕이고 있다. 김정일은 아주 오랫동안 권력 세습을 준비하여 준비된 후계자였다면 김정은은 그런 사정이 아니라는 것, 다만 김경희의 남편인 장성택이 뒤를 봐주고는 있다곤 하지만 여전히 불안하기 그지없다는 것이 공통된 평가인 것 같다.
이유가 무엇이든 북한의 혼란이 단순히 통일의 기회라고 간주하는 것은 너무 어리석은 일 같다. 그리고 그들의 문제가 바로 우리들의 문제이기 때문에 어떤 일이 있어도 전쟁은 피해야 한다는 것을 김정은은 알고 있을 것인지, 후지모토 겐지의 생각대로 김정은이 별 문제없이 세습을 하고 인민을 배부르게 만들어 주는 권력자가 될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