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림자 도둑
마크 레비 지음, 강미란 옮김 / 열림원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마크 레비의 낮이란 작품을 읽고 나서 정말 스토리텔링이 대단한 작가단 생각을 했다. 건축설계 기업인으로서도 성공가도를 달렸던 그가 아들을 위해 소설을 썼고 이젠 프랑스 인가 작가로 자리잡고 런던에서 작품활동을 하는 그의 이력도 참 다채롭다.
그림자도둑 하니 피터팬과 그림자 도둑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이 작품에선 그림자를 훔치면 그 사람을 자기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었는데 이 작품은 어떻게 될까? 첫장을 넘기기 전까지 아주 궁금했다. 성장 소설이라 그런지 그림자 도둑이란 어감과는 어울리지 않게 아주 좋은 능력을 타고난 소년의 이야기라 그림자 밟기 놀이를 하듯 다른 사람의 그림자와 주인공 소년의 그림자가 겹치게 되면 그림자의 주인이 바뀌게 되고~~
아픔이 많은 아이는 얼른 키가 크고 싶고 얼른 어른이 되고 싶다. 슬프고 괴롭기만 시절에서 얼른 벗어나고 싶어서
슬펐던 내 어린 시절은 거기 있었다. 엘리자베스가 한 번만 나를 쳐다봐 주길 고대하고 내가 어서 자라기를 하염없이 기다리던 작은 지방 도시 그곳에..16쪽
나는 어린 시절을 이곳에 두고 떠났다. 밤나무는 기억하겠지. 하지만 빨리 어린시절을 벗어나고 싶었다. 8월의 밤하늘로 별똥별이 떨어질 때마다 빌던 유일한 소원이었다. 작고 좁은 어린 몸뚱이에서 빠져나가게 해달라고 그렇게 바랐는데... 176쪽
소년은 남들보다 일찍 학교에 들어가 키가 제일 작아 왜소하고 내성적이다. 그와 반대로 몇년 늦게 들어온 마르케스는 키가 멀대처럼 크고 소년을 괴롭히고 왕따를 시키는 것은 물론 최고 예쁘다는 엘리자베스를 사이에 두고 연적 관계가 된다.
전학간 첫날부터 벌칙을 받게 되고 아버지는 다른 여자와 사랑에 빠져 집을 떠나는 등 소년에겐 이중 삼중의 불행이 찾아온다. 외향적인 성격이라면 모르겠지만 다른 사물과 어린시절 이야기를 나누고 마치 살아있는 대상으로 간주하기도 했던 경험이 있던 사람들은 알만한 다락방에 올라가 그림자와 대화를 자주 나눈다. 솔직하게 말하면 정신병원에 가야할지도 못하는 두려움. 결국 그만의 비밀이다. 벌칙을 받은 날 마주친 이브란 아저씨와의 만남의 그의 생각을 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켜 간다. 또한 그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던 절친인 빵집 아들 뤼크를 만나 그는 또 한번 성장을 한다.
그러던 중 학교 가스통이 폭발한 화재에서 소년은 아저씨를 구해 영웅이 되고 마르케스를 누르고 반장이 된다. 우연히 엄마랑 찾아간 바닷가에서 만난 벙어리소녀 클레어와 연을 날리면서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영혼의 교감을 난다. 다시 찾아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헤어지게 되나 그는 아주 오랫동안 그곳을 가지 못하고 훌쩍 자라 의대생이 된다.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받은 뤼크가 안스러운 소년은 아버지를 설득해 뤼크를 의대생으로 변화시키게 된다.
이어지는 뤼크와 소피의 의과대와 병원생활 그리고 로맨스. 그러나 소년의 가슴 한구석은 언제나 허전하고 애정표현을 하지 못해 그와 현실적으로 가장 잘 어울릴 것 같은 소피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우연히 찾아간 바닷가.. 그곳에서 그는 어린 시절의 흔적을 만나고 그녀가 남긴 글을 보고 클레어를 찾아나서는데..
다른 사람의 아픔이나 불행을 공감하고 생각을 알아 차릴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대방의 그림자를 통해. 그러나 그 당사자에겐 쉽게 표현을 할 수 없기에 소년은 고뇌에 빠진다. 자신의 아픔도 크고 깊기만 함에도 다른 사람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으로 받아들이고 승화시키는 소년의 따뜻한 가슴이 그를 더욱 더 성숙한 인간으로 변화시킨다. 엄마가 아프면 고쳐주려고 의사가 되었는데 정작 그는 엄마의 임종을 지키드리지도 못하고 이별을 한다. 엄마는 아들을 위해 헌신하는 존재지만 아들을 잃을까 두려워 떠난 아버지와 아들의 연결을 방해하는 존재가 되지만 아들은 그것 또한 엄마의 사랑임을 안다. 엄마 장례식날 꿈처럼 찾아온 이브 아저씨와의 해후...이브 아저씨는 어쩌면 소년이 자신의 마음속에 빚어낸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회피하고 싶은 기억들이 만들어낸..
'시간이 지나 조금은 누렇게 변했지만 그래도 예쁜 종이에 복사해 놓은 편지가 있었다.
혼자 벤치에 앉아 그 편지를 읽었다. 내가 나중에 행복해지는 것이 엄마의 가장 큰 바람이고, 내가 좋아하는 직업을 찾았으면 하는 것이 엄마의 소원이며 내 인생에서 어떤 선택을 하든 내가 좋아하고 또 사람들이 나를 좋아해줄 수 있는 것이라면 엄마가 나에게 갖고 있는 희망을 이루는 것이라는 문장. 아마 그 문장 때문일 것이다. 그걸 읽고 어린 시절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317쪽.. 그래 맞는 말씀이다. 어딘가 부족하고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어머니 아버지는 이 세상 그 누구보다 나를 무한 신뢰하고 기다려줄 줄 아는 유일무이한 존재임을..우리는 너무 늦게서야 알아차리고 통한의 눈물을 쏟는다.
한적한 시골에 어린시절의 추억과 상처를 모두 묻어두고 도시로 떠나와 객지생활을 해야 하는 시골 소년의 성장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아주 짧은 순간의 만남이지만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인연의 끈으로 맺어져야 하는 운명적인 사랑의 이야기라 마지막 클레어의 집앞에서 연을 날리며 알아봐주기를 고대하는 그의 가슴처럼 내 가슴도 콩닥거린다. 나에게도 어린시절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 한자락은 나고 자란 시골 산모퉁이 어딘가에 잠자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도 한번 누군가의 그림자 도둑이 되어 그 사람의 불행을 나의 아픔으로 공감하고 그에게 소울메이트가 되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