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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삼국유사 ㅣ 우리 역사에 담긴 과학을 찾는다
이종호 지음 / 동아시아 / 2011년 1월
평점 :
계 최고의 우리 문화유산이란 책을 통해 이 책의 저자를 처음 만났다. 과학자가 우리 문화유산을 연구하는 몇 안되는 전문가. 그래서 더 재밌게 흥미진진함으로 넘쳐나는 우리 문화유산의 자랑거리를 알게 되었다.
이번엔 과학 삼국사기와 과학 삼국유사란 이름으로 우리 문화유산에 담긴 과학원리, 기술의 우수성을 낱낱이 밝히고 있다. 어떤 주제는 이미 널리 알려진 것들도 있고 어떤 것은 전혀 생소한 내용도 있고 어떤 것은 이것도 해당되나 싶을 정도의 소재도 더러 보이지만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자긍심을 두루 느낄 수 있는 책이다.
과학 삼국유사에는 총 20가지의 우리 문화유산에 담긴 과학을 풀어낸다.
당나라 임금이 보낸 그림을 보고 향기 없는 꽃이라 했던 선덕여왕의 지혜가 오늘날 밝혀진 것으로 보면 틀린 것이란다. 나비는 꽃을 찾아가는 것이 후각이 아니라 시각으로 찾아간다고 한다. 그래서 꽃가루가 있는 곳이 더 진한 노란 색이라는 것을.. 종족보존을 위한 꽃과 나비들의 공진화를 마다카스카르의 난초와 나비를 TV에서 본 기억이 난다.
피타고라스의 정리보다 500년 앞서 중국의 진자가 구고현의 원리를 발견하였는데 그 원리는 동일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 조상들도 이미 오래전부터 과학, 수학의 원리를 알고 있었고 그것들이 우리 문화유산에 녹아들어가 있음에도 기록 유산이 없고 우리가 모를 뿐이란 이야기다.
우리 유산에 과학이 없게 느껴지는 이유 4가지
1. 우리의 유산 중에서 제작 방법이라든가 작동 방법 같은 과학적인 설명을 구체적으로 기록한 자료가 거의 없다. 기술적인 내용이라도 한자로 기록했고 그림도 많지 않아서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기가 어렵다.
2. 수많은 자료들이 그동안의 전란이나 관리 소홀로 거의 파손되거나 멸실되었다. 전란이라는 악재 앞에서 귀중한 자료를 모두 챙기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검토할 수 있는 유산의 수가 적다.
3. 위정자들이 필요에 의해 고의적으로 자료를 파괴하거나 훼손했다. 예를 들어, 아직도 일제의 잔재들이 우리의 문헌이나 자료에 남아 있어 애초 선조들이 물려준 것과는 상당히 다른 것이 많다는 논란도 이런 이유다.
4. 전통적으로 한국인에게 뿌리 깊게 내려오고 있는 조상과 스승에 대한 숭배사상이다. 과학은 미지의 것을 탐구하는 학문인데, 스승의 이론이 자신의 생각과 다를 경우 스승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보다 자신의 생각을 철회하는 것이 순리이자 도리로 보았다.
우리 유산에 과학이 없다고 비난할 것이 아니라,
어느 유산에 과학이 있는지를 찾는 것이 시급하다!
과학 삼국유사에 담긴 20여가 주제중 과연 얼마나 알고 있는가.
선덕여왕의 총기, 막걸리, 포석정, 로봇이야기, 온돌, 용, 소리개 통신원, 앵무새의 사랑, 차, 사리이야기, 첨성대, 불국사, 석굴암 제대로 보기, 에밀레종, 석빙고, 가마솥, 김치, 국물 문화의 주인공 장, 사발의 기원과 방짜의 진수 징, 바둑
석빙고편을 보니 고체가 액체보다 밀도가 낮은 것은 얼음이 거의 유일하다고 하는데 만일 얼음이 밀도가 더 높다면 어떻게 될까. 강은 한번 얼기시작하면 얼음이 가라앉아 전체가 얼어버려 생명체가 살수 없게 된다니.. 여름에 얼음을 만든다는 이집트와 겨울에 얼음을 잘라 가을까지 보관하는 우리의 석빙고와 어디가 우수한가를 비교하는 대목을 보니 문화유산도 상대성이 있으므로 겉보기로 우열을 논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삼국유사는 현암사에 펴낸 것을 겨우 읽었고 삼국사기는 제대로 본 적이 없다. 신라의 통일 이후 대부분의 왕조가 외세 영합적이고 이전 왕조나 국가들에 대한 폄하로 우리 역사를 온전하게 바라볼 수 있는 책들이 그리 많지 않다.
이런 책들을 보면 우리의 문화는 이미 삼국시대 이전부터 세계화된 문화, 기술을 보유했었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지금의 한반도를 보면 조금을 씁쓸해진다.
너무 흔해서 그런지 몰라도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생각 역시 사대주의, 외국문화 우월주의에 젖어 있는 것은 아닌지 크게 반성이 된다.
남들을 따라가는 세계화가 아니라 우리 것의 세계화가 진정한 세계화라고 한다. 저자처럼 우리 문화유산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더 많아져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에 담긴 과학원리가 더 많이 밝혀졌으면...
과학 삼국사기엔 어떤 문화유산이 소개될지 자못 궁금하다.
알면 알수록 더 자랑스러운 우리 문화유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