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역 사기본기 1 사기 완역본 시리즈 (알마)
사마천 지음, 김영수 옮김 / 알마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宮刑
자신과 큰 인연도 없는 장군을 변호하다 도리어 중형을 받았고 50만냥이란 돈이 없어 아버지의 유지를 받들기 위해 궁형을 선택하고 목숨을 부지한 사마천! 왜 그는 그토록 사기 저술을 위해 치욕을 감내하면서까지 살아남으려 했을까? 언제 죽어도 죽는 목숨, 영원히 살아남는 길을 선택하는 것은 아닌가?

언제 읽어도 가슴이 쿵쾅거리는 사마천의 사기, 52만 6500자, 본기(12편), 표(10편), 서(8편), 세가(30편), 열전(70편) 총 170편이 중국의 역사학만이 아니라 중국의 오늘을 있게한 하나의 구심점이 된 사서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기 열전에 소개된 일화나 영웅호걸의 이야기는 우리에게도 아주 익숙한 것들이 많아 쉽게 몰입이 되는 역사서다.

 

한자실력 부족으로 원서를 읽을 수준은 아니라서 사기 관련서를 자주 읽는다. 그중에서도 명불허전 국내 최고의 사기 전문가인 김영수교수의 책은 발품을 팔아가며 사마천이 걸어갔을 역사의 현장을 답사하며 지은 책이라 더 가슴에 와 닿는다.  또 다른 책으론 10년 가까이 중국의 오지와 유적지를 누비며 춘추전국이야기를 집필중인 공원국씨의 책도 이와 유사한 감동을 내게 선사하는 책이다. 김영수교수의 사기 완역본은 15권(분기 2권, 표1권, 서1권, 세가3권, 열전 8권), 공원국의 춘추전국이야기는 12권(현재 3권까지 출간)으로 완간될 예정이라 앞으로도 오랫동안 춘추전국시대를 누비는 여행길에 동참하여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오늘의 우리를 되돌아보고 대화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 생각하니 항상 기대가 설렌다.  사마천, 김영수, 공원국 그들의 발품이 우리의 정신세계를 더 심오하게 만들었으니 그들의 발걸음이 헛되지 않았다.

 

김영수교수의 완역 사기 1권은 본기에서부터 시작하지 않고 사마천이 살았던 시대와 사마천의 생각, 사기를 집필하게 된 이유나 계기 등을 전반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보임안서(사기외의 글)과 마지막 170편인 태사공자서가 1부이고 2부는 오제본기, 하본기, 은본기, 주본기, 진본기까지를 다루고 진시황본기에서 효무본기는 2권으로 나올 예정이다.

 

사기에 대한 평가는 진본기와 진시황본기를 따로 다룬 것, 왕이 아닌 여태후와 항우를 본기에 포함한 것을 두고 설왕설래하는 이들이 많은데 이것은 본기엔 왕들의 이야기를 담아야 한다고 좁게 해석한 후학들의 잘못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사마천의 생각을 잘 못 이해했다고.

이 책은 단순한 완역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각편마다 역자 해제를 달아 전체 틀거리 이해를 돕고 각편마다 부록으로 인명, 지명, 주요사건, 왕조 세계도, 주요 고전들에 소개를 상세하게 해준다. 제대로 이해하려면 등장 인물은 물론이고 그 당시의 중국 대륙의 지도를 펼쳐놓고 지도를 짚어가야 읽어야 제맛이 나겠지만 시간관계상 눈요기에 그침이 아쉽다. 그러나 역자의 이러한 친절함이 각주로 달았으면 앞뒤를 오가며 읽는 불편함으로 인해 몰입에 다소간 방해물로 작용하는 것도 사실이다.

 

삼황오제의 이야기, 민족이라는 개념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시점의 이야기에서부터 정사로 받아들여지는 왕조사에 이르기까지, 사마천 개인이 홀로 그 많은 전거들을 두루 섭렵하고 스무살시절 부친의 권유로 주유천하하며 지역의 사람들로부터 직접 들은 이야기까지 수록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간간히 등장하는 배달 민족의 이야기는 좀더 자세히 소개해주었으면 하는 나의 기대가 무너졌지만 사기는 중화민족의 오늘을 있게 만든 구심점이자 정신적인 지주 역할을 한 책 이상의 책이다.

 

중국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인 사기 읽기를 한글로 쉽게 접할 수 있게 만들어준 저자와 같이 한길을 가는 인문학자들이 더 많이 배출되어야 국격이 진정 올라가지 않을까. 문화란 구호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사기를 통해 다시금 배우게 된다.

 

오직 한길을 가라. 그 길이 당대에는 치욕을 감내하는 삶일지라도 목숨을 걸고서라도 반드시 완수해야 하는 사명이 있는 사나이는 진정 행복하리라. 그가 바로 사마천이다. 삶의 여유가 생긴다면 수시로 읽고 싶은 책중의 하나로 사기를 추천하고 싶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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