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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오천축국전 - 혜초, 천축 다섯 나라를 순례하다
혜초 지음, 지안 옮김 / 불광출판사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왕오천축국전
둔황석굴에서 발견된 유명한 여행기 신라 승려 혜초가 지은 왕오천축국전
국사시간에 배운 지식의 전부.. 이것만 보아도 우리 교육 달라져도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
현존하는 것은 앞뒤가 훼손된 한 권의 두루마리로 된 필사본이며 군데군데 탈자가 된 총 227행으로 남은 글자는 5,893자이다. 원본 왕오천축국전엔 보고 들은 것 위주가 아니라 구법승 혜초의 인간적인 고뇌가 담겼을까. 김탁환의 소설 혜초에 묘사된 그런 내용이~ 최근 리진을 주인공으로 하는 퍡션이 정말 허구가 역사적 인물로 가공되었단 글과 황석영의 강남몽과 덕혜옹주를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의 표절 논란이 떠오른다.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은 우리 민족이 작성한 최초의 해외 여행기이자 7세기 현장법사의 `대당서역기', 13세기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14세기 `이븐 바투타 여행기'등과 함께 여행기의 걸작으로 꼽힐 정도로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라고 한다.
문화재는 어디에 있어야 하는가.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외규장각도서, 일제가 약탈해간 수많은 문화재들. 미국과 유럽 등지에 존재하는 우리 문화재들.
왕오천축국전을 읽고 나니 고민거리가 더해진다. 지은이는 신라승 혜초이지만 작성한 곳은 당나라. 그것도 요약 필사본, 1908년 프랑스의 동양학자 P.펠리오가 중국 북서 지방 간쑤성[甘肅省]의 둔황[敦煌] 천불동 석불에서 발견한 것을 프랑스로 가져가 국립도서관에 소장중이다. 1915년 혜초가 쓴 왕오천축국전이라고 밝힌 사람은 일본 불교학자 다카쿠스 준지로다. 왕오천축국전의 저자가 혜초란 사실을 밝히는 전거로 승려 혜림의 일체경음의란 것도 처음 알았다.
그래서 우리가 혜초스님이나 왕오천축국전에 대해 해준 것이 하나도 없다던 어느 학자의 글이 생각난다. 정말 우리나라에 있어야 할까. 돈황의 문화재가 서구로 흘러들어가 돈황학 탄생하였는데..일본이 약탈해간 것은 오타니 콜렉션이라던가. 그중 일부가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중이라고 한다.

한가지 기분좋은 소식은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소장중인 왕오천축국전 필사본을 12월17일 국립중앙도서관에서 개최하는 가칭 `실크로드와 둔황 특별전'에서 공개할 예정이라고 한다.
왕오천축국전은 경주에서 중국에 간 혜초가 인도로 뱃길로 가 오천축국을 방문하고 폐르시아와 중앙아시아를 거친 다음 파미르 고원을 넘어서 장안에 도착하기 까지 5만리에 해당하는 길을 4년간 여행한 혜초스님(704년~787년)이 727년에 쓴 책이다. 혜초 이전에도 승려들이 천축국을 다녀와 기록을 남겼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법현의 불국기와 현장의 대당서역기다. 역자인 지안스님이 두책과 왕오천축국전을 서로 비교하여 자세하게 그 당시의 상황을 설명해주니 정말 한문실력이 짧아 원문을 간헐적으로 보는 내게도 큰 도움이 된다.
왕오천축국전엔 구법승 혜초의 인간적인 고뇌나 성직자로서의 이야기는 별로 표현되지 않는다. 인간적인 고뇌는 고향 계림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심정을 표현하는 오언율시와 같은 시 몇 수 뿐이다.
아주 사실적인 이동거리, 방문한 나라의 특성 풍습과 불교 신앙여부, 소승과 대승이 공존하는 모습, 절간의 표현들, 코끼리 마리수로 왕권의 세를 표시한 대목과 그 지역의 특산물과 의복과 형벌 등을 표현한 자료는 사료로서의 가치가 뛰어난 모양이다. 다른 여행기와 사료와 대조시 사실과 다른 대목도 있지만 일치하는 부분이 대부분이다.
4년동안 그 먼 길을 말도 다르고 풍습도 다른 나라를 주유천하하게 만든 것은 무엇일까? 대륙과 연결된 한반도, 남과 북이 화해와 협력의 길을 걸어 통일이란 두글자를 꿈꾸고 관문이 열리고 철길이 연결된다면 지금 우리는 반도의 조각난 꿈이 아니라 대륙를 누비는 세계인으로서의 큰 꿈을 꾸게 될 것인가?
고려시대 최초 금속활자본 직지심경을 찾아나서는 것처럼 혜초스님의 왕오천축국전 정본 찾기에도 나서야 하지 않을까. 혜초스님의 여정을 따라 바다를 건너 중국으로 인도를 주유하고 아라비아와 중앙아시아를 지나 파미르 고원을 넘어 장안으로 오는 여행길을 떠나고 싶다.
왕오천축국전은 여행자 혜초의 감정이 절제된 사료로서의 가치가 높아서 그렇지 감동적인 대목은 없다. 그래도 한민족이라면 한번 정도는 읽어봐야 하는 책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