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컬러 오브 워터 - 흑인 아들이 백인 어머니에게 바치는 글
제임스 맥브라이드 지음, 황정아 옮김 / 올(사피엔스21)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컬러 오브 워터는 미국 고등학교와 대학교의 교재로 책택될 정도로 감동적인 흑인 아들이 백인 어머니에게 바치는 헌사이다. 아들이 존경해 마지 않는 어머니 루스 맥브라이드 조던은 210년 1월 9일 영면하였다.
65세의 나이로 사회복지행정학으로 학위를 받고 봉사활동을 펼치던 그녀의 삶은 파노라마와 같은 인생 그 자체이고 어머니는 여자보다 강하다는 것을 우리들에게 다시금 입증시킨 분이다.
인종차별과 가난이란 역경을 극복하고 두 남편에게서 얻은 흑인 12 자녀를 모두 대학을 보내고 대부분 대학원을 졸업하여 전문인으로 키워낸 어머니의 인생 역정 그 자체가 하나의 드라마다.
유복자로 태어난 여덟째 제임스 맥브라이드와 어머니 루스 맥브라이드 조던이 1인칭 화자로 등장하여 각편을 펼쳐나가고 있지만 기실 자신의 뿌리를 찾고자 했던 아들의 노력이 빚어낸 작품이라 하겠다.
1921년 유대교 전통랍비인 아버지와 장애인이었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주하였지만 아버지의 성적학대와 노동착취를 받을 정도로 단 한번도 행복하지 않았던 유년 시절을 보낸다.
'사람들은 가난하고 굶주렸단다. 내가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 배를 곯지 않았다는 건 나도 인정해. 그 사람들처럼 부둣가에서 잡은 거북이나 게를 먹진 않았어. 결혼하기 전까지는 한 번도 먹는 걸로 굶주려본 적은 없었어. 그렇지만 다른 식으론 굶주렸었지. 사람과 온기에 굶주렸단다. 그런 건 조금도 가져보지 못했어. 98쪽
그 당시만 해도 백인여자가 흑인 남자와 결혼한다는 것은 백주 대낮에 살해당할 정도로 흑백 인종 차별이 극심했던 시점이었다. 그로 인해
어머니가 늘 '나는 죽은 사람이다'라고 말씀하시던 것처럼 그녀는 친정에선 잊혀진 존재로 살아야만 했다.
유대교를 버리고 기독교로 개종한 그녀는 남편 복 없는 사람은 자식복도 없다는 속담과 정반대로 두명의 남편복과 열두명의 자식복을 타고났다. 어머니는 불행한 유년 시절을 보냈지만 자식만큼은 행복하게 키우고 싶다는 집념어린 행보가 눈물겹다.
'엄마는 스스로를 '색이 옅은 피부라고 정의했고 처음엔 나도 그렇다고 인정했지만 언제부턴가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안의 무언가, 어떤 통증이,점점 더 심해지는 가려움 같은 게 내게 일러주고 있었다. 그건 내 피 속에 있는 듯했고, 어떻게 그런 생각이 들어갔는지 몰라도 몹시도 나를 괴롭혔다. 왜 그랬는지는 분명치 않지만 엄마는 자신이 백인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학교 선생님들조차 엄마는 백인인데 난 아니란 걸 아는 눈치였다. '학교 방문의 날'마다 선생님들이 제일 자주하는 질문이 "제임스가 입양되었나요?" 하는 것이었는데 엄마는 그때마다 분개해 마지 않았다.' 31쪽
어쩌면 미국이 겪은 흑백,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과 편견의 기록은 어쩌면 점증하는 다문화가정으로 인해 우리 사회가 향후 겪어야 할 것을 미리 보여주는 것 같다.
그녀는 흑인의 인권운동에 적극 활동한 적은 없지만 자녀를 흑인학교보다는 백인학교로 보내 차별과 냉대를 이기고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아이로 키운 점이 남다랐다.
어머니는 가난했지만 머리가 빈 부자로 아이들을 키우길 원하지 않았고 백인 부자처럼 되고 싶어하는 흑인 부자를 경멸하였고, "엄마에게 가족은 자신이 만들어낸 하나의 세계였다'는 것처럼 정부의 지원을 신청하지 않고도 모든 아이를 자신의 책임으로 양육하려고 한 강한 어머니였다.
백인이었지만 흑인을 흑인보다 더 사랑한 어머니, 사람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피부색이 아니라는 것을 자녀들에게 강하게 주지시켰기에 혹독한 방황을 거친 이 책의 저자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중심을 잡게 한 힘이 되지 않았을까.
자식많은 집은 부모가 키우는 것이 아니라 자녀들이 키운다는 말처럼 어머니가 왕인 국가에 서열이 자연스럽게 형성되었고 다른 형제들이 모두 집을 떠나게 되어 자신이 서열 1위가 되었때의 책임감을 제임스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
미국 사회의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이나 편견은 아직도 100%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라 어머니와 아들의 이야기는 아직도 유의미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어려운 역경에서도 자녀를 훌륭하게 키워낸 어머니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가슴뭉클하게 다가온다. 사랑은 내리사랑이라고 하지만 그분들의 헌신이 있기에 우리 사회가 이 만큼 나아지지 않았을까
어머니는 여자보다 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