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화의 진실 - 조선 경제를 뒤흔든 화폐의 타락사
박준수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당백전
대원군이 경복궁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도입한 액면가 최고액의 화폐, 민생고만 불러일으켰고  심지어는 4대문 출입세까지도 받았고 양반들이나 백성들에게 갹출도 강요했다니 얼마나 간난신고했을까 그 시대를 살아온 민초들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Bad Money drives out good money )는 그래셤의 법칙이 우선 생각나게 하는 박상준의 악화의 진실은 경제학에 대한 식견을 넓히고 조선의 역사가 황혼기에 접어든 시간속으로 상상여행을 떠나게 한다.

 

대영제국의 엘리자베스 1세 치세하에 동일한 액면가치로 금화, 은화, 동화를 찍어 시중에 유통하자 실질가치가 높은 금화와 은화(양화)는 사라지고 악화(동화)만 남게 되어 정부의 재정부담을 줄이고 외환시장을 장악하겠다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 지금도 기축통화인 달러의 발행국인 미국이 누리는 시뇨리지(seigniorage) 효과로 누리는 이익이 오늘의 만성적인 재정적자국 미국을 유지하는 일등공신이 아닐까 싶다.


제국주의의 마수가 조선을 희롱하던(병인양요, 신미양요)  1866년 10월 김병학의 제의에 따라 금위영에서 주조, 발행된 당백전은 1867년 6월 17일 주조 중단될때까지 물경 1600만냥이 발행되었다. 상평통보보다 100배의 액면이지만 당백전을 주조할 원자재 부족을 이유로 가볍게 만들어 당백전 하나의 명목가치가 실질가치의 20배를 좌우해 상인들이나 백성들이 외면하여 실제 화폐로서의 구실을 제대로 하지도 못했지만 실질가치와 명목가치의 차액을 조선의 재정확충에 사용하겠다는 불순한 의도가 담긴 돈이다.

 

잇다른 전쟁과 임진왜란시 백성을 버리고 도주한 왕조에 반발한 백성들의 손에 불탄 경복궁을 중건하는 전대미문의 토목공사를 진행하던 대원군이 최악의 수단인줄 알면서도 발행한 악화 당백전은 물가폭등으로 민생고만 키워주어 대원군의 정치생명을 단축케하고 민심을 이반케 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이런 말이 나왔다고 한다. "땡전 한푼 없다"고 할때 땡전이 바로 당백전이라고 한다.

 

그렇게 해서라도 지금의 우리는 경복궁이란 문화재를 보유하게 되었으니 공과는 구분하여야 하지 않냐고 강변할 수도 있겠다. 보릿고개를 없애준 독재자를 인정하는 것이 대세가 되어버린 것처럼 지금 전국 곳곳에서 재개발, 4대강 살리기의 명목으로 진행되는 대토목공사의 문제점 역시 후세엔 묻히고 공만 살아남을 것이란 자신감으로 밀어부치는지 요지부동인 현집권자들이 악화의 진실을 필독한다면 달라지지 않을까?

 

악화의 진실은 시전(육의전)과 송파 객주의 대립, 사주전을 쫓는 관리, 당백전 발행과 발행중단에 이르는 조선 관리들의 의사결정이 축을 이루고 있다.

 

대행수 나징하는 막강한 재원바탕으로 바지사장들을 내세워 송파객주의 행수들에게 저리로 돈을 펑펑 빌려주어 송파객주가 빚의 굴레에 빠져들게 만들게 하였다고 대대적인 회수에 들어가 망하게 만드는 모습(이는 신자유주의의 모범국이라던 아일랜드가 국가부도사태에 직면한 모습과 비슷하다. 대한민국도 언제 당할지 모르는 상황~)은 오늘날의 금융전쟁을 보는 것 같이 소름이 끼친다.

 

주조시 차익이 크니 상평통보를 위조하던 사주전도 문제였는데 전국 곳곳에서 사주전이 늘어나 조선정부는 골머리를 앓는다. 청렴강직한 말단관리의 헌신적이 추적끝에 발견한 깨진 당백전에 담긴 진실은? 낱낱이 밝혀야 하는 진실이었건만 좋은게 좋다는 식의 때론 밝히지 말아야 하는 진실도 있다고 그 진상을 온전하게 밝혀 처결하지 못한 한계가 가슴아프다. 이는 현재도 횡행되는 정치사건에 대한 수사가 판박이가 아닐까? 짜고 치는 고스톱, 실세는 절대 안밝혀진다. 그러려니 할뿐이지~

 

빌린 돈은 당백전으로 갚고 상평통보는 수중에 보관하고 지천으로 돈이 흔해지니 물가앙등, 현물을 많이 가진놈이 장땡! 김좌근은 수하에게 당백전 발행을 숨기기만 김병학은 뒷배를 위해 정보를 흘려 나징하가 패착을 두고 송파 객주가 횡재를 하게 되는 일련의 과정이 정말로 흥미롭다. 오늘 뉴스를 보니 우리 국민들이 해지한 우량 펀드를 외국이 싹쓸이 쇼핑을 한다고. 참말로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때국놈이 번다고, 외국인 투자시장 개방률이 그 어느 나라보다 높은 대한민국의 현실을 생각나게 만든다.

 

"모든 개혁은 처음에는 백성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시작하지. 하지만 그 개혁에 백성들이 빠지게 되면, 결국 개혁이라는 것은 임금과 신하들 간의 힘겨루기에 지나지 않는 것이지."

 

어떤 정책이든 그 시행의 여파로 희생을 당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그 정책의 시행으로 이득을 보게 되는 이들의 목소리가 높고 힘이 강해 희생자들의 간난신고는 안중에도 없다.

 

경복궁 복원이란 대토목공사로 곳간이 비어버린 조선, 호화찬란한 청사신축, 무리한 부동산 개발, 선심성 공략의 이행으로 곳간이 비어버린 지자체와 LH공사는 물론이고 나날이 늘어가는 재정적자가 경보등을 울리는 대한민국의 모습이 겹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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