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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내가 작아지는 즐거움 - 법상 스님과 함께하는 쿰부 트레킹
법상 지음 / 불광출판사 / 2010년 7월
평점 :
불광에서 나온 책을 여러 권 읽었다. 향기나는 책이라고 할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라고 할까? 은근슬쩍 은은하게 가슴을 울리는 그 향내에 취해 불광출판에서 나온 책을 거푸 읽게 된다.
인터넷 생활수행도량 '목탁소리(www.moktaksori.org)'와 다음 카페 '목탁소리 지대방(http://www.moktaksori.kr)의 지도법사인 법상스님이 히말라야 쿰부 트레킹을 다녀온(안나푸르나, 라다크, 미얀마 여행을 한번에 다녀온 것중에서) 경험담과 구도자로서의 산중 체험을 진솔하게 담은 책이 히말라야 내가 작아지는 즐거움이다.
인도인과 불자들의 성산 히말라야, 지구의 지붕이라고 불리울 정도로 8000미터 이상의 고봉들과 만년설이 뒤덮인 설산 앞에 서면 인간이란 존재가, 아귀다툼을 하고 세속적인 가치에 안달복달하는 우리를 한없이 겸손하게 만들어서인가.
아주 많은 동서양인들이 트레킹을 떠나고 이젠 우리나라 사람들도 아주 많이 찾고 있다. 그래서인가 우리 가족중에도 7월말 히말라야 자전거 여행을 1개월 떠난다. 어쩌면 그 인연이 내게 이 책을 읽게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행 그 자체가 수행이라고 했던가 밀라레빠의 일언이 가슴에 와닿지만 무엇인가 쌓으려고, 채우려고 떠나는 우리 세속인의 여행과는 좀 더 다른 여행자세를 요구한다. 나를 키워가는 여행이 아니라 나를 작게 만드는 여행, 채우는 것이 아니라 비우는 여행이란 어떤 여행일까?
아는 것 만큼 보인다는 우리문화유산답사기와는 전혀 다른 여행자의 태도를 요구한다. 아상, 아집, 고정관념으로 히말라야를 만나는 것이 아니라 첫 대면하면서 떠오르는 그 첫 마음, 첫 느낌 그대로, 있는 그대로, 어제도 아니고 내일도 아닌 오늘, 정상에 오르려는 목적도 버리고, 정상을 오른 이후의 모습도 버리고 오로지 내딛는 그 한발에 집중을 하는 트레킹을 하라고 스님을 말씀하신다.
과욕을 하면 목적지를 수십미터 앞두고도 내려가야만 하는 히말라야, 불과 2천미터도 안되는 산을 가진 우리네 나라 등산법과는 확연히 다른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것을.. 그 나라에서는 해발 6000미터 이상을 오르는 것을 등산이라고 하고 그 이하는 트레킹이라고, 나라마다 정의는 다르지만 트레킹은 아주 천천히 걷는 여행이라고 이름할 수 있다. 지리산 둘레길, 제주 올레길 여행이 바로 트레킹이다.
해발 3500미터 이상만 되면 찾아오는 고산병, 사람들에게 쉬어가라고 하고, 겸손해지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게 만드는 히말라야. 해마다 만년설이 녹아내리는 속도가 빨라지게 만드는 인간의 욕심, 지금의 생활양식을 바꾸지 않고는 결코 멈춰지지 않을 것이란 스님의 일언이 폐부에 와 닿는다.
어느 책에서 보았던 걷기 명상을 실천하지 않고서는(내 딛는 한 발자국에 한번의 호흡을 하는 정도로 느리게 걷는) 금새 산소 부족으로 주저앉아야 할 정도로 힘든 여정이지만 70대의 할아버지에서 젊은이들이 길을 나서고 길 우헤서 친구가 되는 히말라야.
그 높은 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고 이름모를 꽃들이 피어나는 생명의 오묘함과 생명의 끈질김을 보았다. 롱다와 같은 티벳불교의 흔적은 찾는 이의 마음마저도 깨끗하게 비워라하고 오르는 이나, 내려가는 이 모두가 마음 가득 평화로 충만한 한폭의 그림처럼 히말라야가 내 가슴에 와 박힌다.
히말라야는 네팔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삶 그 자체가 히말라야일지도 모른다. 만족할 줄 모르고 과거와 미래에 집착하다 오늘 바로 이순간을 잊어버리는 그것이 우리를 히말라야에 이르지 못하게 만든다.
히말라야 트레킹에 대한 책이라기 보다 구도의 길, 비우고 내려놓고 오늘의 나 자신을 반추하게 만드는 책 히말라야. 내가 작아지는 즐거움에서 은은한 향기가 피어나고 있다.
언젠가는 나도 히말라야를 바라보며 느린 걸음을 내딛는 여행자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