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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란 무엇인가
크리스토프 바우젠바인 지음, 김태희 옮김 / 민음인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대한민국인은 축구를 그 어느 나라 사람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들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4강진출,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에 대한 기대수준 역시 실력차를 넘어서 호불호가 분명해졌고 칭찬보다는 질타가 더 많이 토로하는 누구나 축구 평론가, 전문가가 되어버렸다.
다시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수많은 사람들이 우중에도 불구하고 거리에서 집에서 붉은 옷으로 전국을 물들이며 사람들을 울리고 웃게 만들었다. 전지구적인 최대의 팬을 확보한 축구! 이 책을 통해 근본적이 다른 데 있었지만 축구로 인해 전쟁을 한 엘살바도르와 온두라스, 2차대전 독일군과 연합군이 잠시 총을 내리고 축구시합을 했다는 전설 아닌 전설들을 통해 축구의 힘에 놀랐다.
남자들 모이면 군대 이야기, 축구 이야기 아니면 할 이야기가 없다는 말처럼 우리 생활 깊숙히 축구는 자리하고 있다. 축구를 잘하든, 잘하지 못하든..선진국이든 후진국이든 빈자든 부자든 축구에 대한 관심을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우리가 보는 축구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은 욕심에 독일 뉘른베르크 팬이자 선수로 활동했고 역사와 철학을 전공했다는 크리스토프 바우젠바인의 축구란 무엇인가(Geheimnis Football)를 잡았다. 독일에서 99골을 넣은 차범근감독의 추천을 믿고 정말 축구란 무엇인가란 물음에 대한 답을 구해본다.
2~300페이지 내외의 책들은 부담이 없지만 500, 600, 700, 800 이상이면 솔직히 부담스러운데 이 책 역시 수많은 사실들의 나열로 정신못차리게 했음인지 읽는 속도가 아주 더디다.
내용상으론 흥미진진한 주제지만 쉽게 풀어냈다고는 감히 말하긴 어렵지만 축구 본질에 대한 것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은 필독해야지 않을까 싶다.
1부 축구란 경기에 대하여, 2부 축구의 역사, 3부 어제와 오늘의 축구가 가지는 의미에 대해, 부록으로 본론에서 다루지 못했던 축구에 관련된 다른 나라의 일화, 역사를 소개하고 축구의 역사, 축구 규칙의 역사를 연표로 제공한다. 이것만 두루 섭렵하면 축구 상식에선 어깨를 으쓱해도 될 것 같다.
축구에 열광하는 팬이 많은 이유는 단순함, 예측 불허란 생각이 든다. 오프사이드, 핸드링, 반칙, 쓰로우인 정도만 꿰고 있어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단순한 규칙, 둥근 공 하나만 있다면 그 어떤 장소에서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게임, 그리고 둥근 공을 손을 이용하지 않고 발로, 머리로만 차는 예측불허의 박진감 넘치는 승부란 나의 예측이 빗나가지 않았다.
같은 풋볼류지만 미식축구나 럭비와 비교한다면 단방에 이해가 가고도 남는다. 중계를 자주보아도 규칙이나 점수 산출방식은 어렵기만 하다.
어린시절을 연상케하는 돼지 오줌보에 바람을 넣거나 짚을 넣은 것을 공으로 대용했던 이야기들, 이 마을, 저 마을이 적이 되어 손으로 잡고 몸으로 부대끼며 목적지에 볼을 먼저 가져가게 했다는 영국 마을의 이야기, 축구는 젠틀맨들에게서 유래했지만 프롤레타리아로 럭비풋볼은 노동자, 농민에서 시작되었지만 젠틀맨의 스포츠가 되었다는 것. 퍼블릭스쿨, 종교기관에서 축구를 허용하느냐 마느냐가 이슈가 되었지만 결국엔 일반화되었다는 이야기, 군대 훈련의 대용으로도 축구같은 스포츠가 대용되었고 축구와 춤의 유사성에 대한 이야기는 실로 흥미롭다 아니할 수 없다.
80년대에 시작된 우리나라의 프로스포츠는 머리카락 드문 독재자의 3S정책의 산물이란 것에 동의하는 바이지만 아르헨티나, 히틀러 체제, 유고 등 여타의 나라들에서 독재자들의 정치적 희생물 혹은 이용물이 되기를 거부했던 분들에게 삼가 존경의 마음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동네, 기업이란 공통분모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만들었던 클럽이 이제는 대자본가들의 소유가 되었고 자신이 응원하는 클럽과 선수들과 동고동락했던 그 느낌이 점점 퇴색해가고 대자본, 미디어의 개입, 상업화의 가속화에 우려를 표하고 있지만 축구가 오늘날 우리에게 던지는 의미가 유의미하다면 축구는 여전히 인기절정의 스포츠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저자의 전망에 이르고 보니 막연했던 축구에 대한 나의 생각들이 질서를 잡아간다는 느낌이 든다.
그 어떤 것이 그토록 많은 사람들을 스타디움에 모이게 하고 TV앞에 앉게하고 광장에 모이게 하겠는가? 국가의 명운이 걸린 사안을 둔 집단행동을 제외하고~ 친구와 적이 분명히 구분되지만~ 팬들의 환호에 보답하는 신들린 드리블, 돌파, 골라인 깊숙히 꽃히는 그 순간의 기쁨이 있는 한 오랫동안 축구를 즐기는 팬으로 살아가게 되지 않을까?
상업화의 이득을 많이 보는 클럽이나 국가, 선수들이 오늘도 골목길에서 맨발로 공하나에 인생을 걸고 달리는 예비선수들을 위해 관심과 후원을 아끼지 말았으면 좋겠고 전쟁의 참화로 신음하는 지역이나 국가에서 세계대전이란 참화속에 피어올렸던 그 평화의 게임을 재연하여 적보다는 친구를 더 많이 만드는데 축구가 기여해주었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