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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왕을 말하다 - 이덕일 역사평설 ㅣ 조선 왕을 말하다 1
이덕일 지음, 권태균 사진 / 위즈덤하우스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우리에게 역사는 무엇인가? 우리 역사 기록을 100% 신뢰할 수 있는가?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역사해석, 헷갈림이 더 많다. 나와 가장 가까운 이는 이렇게 말한다. 가장 가까운 천암함 사건도 못믿겠다는 세상, 80년 광중민중항쟁도, 박정희시대도, 해방전후사의 숱한 암살사건도, 의문점 투성이인 것이 즐비한데 하물며 조선시대, 고려시대, 삼국시대, 고조선 시대를 이야기하는 것은 낭설 아닌가라고.. 그러나 천착을 하다보면 남들이 보지 못하는 이면의 역사, 그 시대 지배자들의 입김이나 가치관에 경도되었거나 승자의 입장만이 아니라 약자, 패자의 입장을 반추할 수 있는 눈이 띄인다는 것을..
어제는 지방선거일이었다. 전보다 높아진 투표율로 예상과 다른 결과로 집권당은 큰일났고. 민주당은 경사가 났다. 한번의 선거로 일희일비할 순 없지만 거대여당, 지자체 대부분을 차지했던 당으로선 중대한 국면을 맞았다는 분석이 대다수다. 민주주의 꽃은 선거라지만 그 꽃은 피를 먹고 자라나고 피어난다. 선거로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이 더 많기 때문에~
어린시절엔 교과서의 말이 불고불변의 진리로 믿고 살았다. 그래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란 말처럼 철들고 보니 허무맹란한 말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학교에서도 가르쳐주지 않는 우리 역사를 이덕일님을 통해 많이 알게 되었다. 그들이 감추고자 하는 우리 역사의 실체를 목도하고 나면 과연 그럴까란 생각이 아직도 나의 뇌리를 사로잡는 것을 보면 주류의 생각은 아주 무섭도록 우리를 지배하고 있음을..
'현재의 권력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은 현재 행위의 결과물인 미래일 뿐이다. 그러나 인간은 현재의 권력으로 과거꺼지 소유하고 싶은 욕망을 느낀다. 현재의 권력으로 과거를 바꾸려는 시도는 무수히 많았고, 성공한 것처럼 보였지만 단 한 번도 성공한 적은 없다. 이미 흘러가버린 과거는 인간의 영역이 아니라 신의 영역이자 역사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272쪽
사서에 반영된 지배자, 승리자의 입장이나 가치관을 배제하고 있는 그대로, 저자의 가치관이나 입장도 배제한 있는 그대로의 조선을 바라볼 수 있는 책 이덕일의 조선 왕을 말하다는 중앙일보 선데이판에서 최고의 조회율을 기록한 연재물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그 첫권인 이 책에는 악역을 자처한 태종과 세조의 상반된 모습, 임금 대접을 못받는 신하들에게 쫓겨난 연산군과 광해군, 전란을 겪은 아니 있게 만든 선조와 인조, 조선왕조에서 장기집권하였으나 절반의 성공에 그친 성종과 영조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유사한 족적을 남겼거나 후대의 평이 유사한 임금을 쌍으로 배치하여 서로 대비하여 평가하다 보면 그렇구나 이 왕은 이래서, 저 왕은 저래서 문제이고 후대의 혹평을 벗어날 수 없었구나, 우리가 알고 있는 모습과는 전혀 다른 왕의 모습을 발견하고선 안타까움과 때로는 역겨움이 교차하기도 한다. 아 이래서 단편적인, 암기 위주의 역사교육의 심각한 병폐를 지적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다.
반대자의 3족을 멸하는 당쟁, 사화, 반정의 폐단이 반대파의 목소리에 귀기울이지 않고 그들의 제거에 골몰하는 사람들이 이 책을 보고 교훈을 얻었으면 좋겠다.
'세상은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끼리 경쟁할 때 발전하는데 정치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정치권력은 반대세력을 말살하고 독존하려는 성향을 갖고 있다. 가끔 현실 권력으로 반대세력을 말살하고 독존에 성공하는 정치세력이 나타났지만 그 결과는 반대세력만 파괴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사회 전체까지 공멸하는 것으로 나타남을 역사는 말해준다.' 영조편 292쪽
조선 왕 하면 무소불위의 권력을 좌지우지 하는 절대군주의 모습이 우선 떠오르나 실상은 그렇지 못하였다. 세종의 치세를 가능한 플레이그라운드를 만들어 주었던 스스로 왕조를 위해 악역을 자처했던 태종을 제외한 군왕들은 오히려 신하들의 눈치, 훈구대신들의 눈치를 더 많이 보며 좌불안석하며 살아야 했고 어떤 경우에는 독살설이 나돌기도 하고, 이들의 세력다툼으로 아비가 아들을 죽이고 아내가 지아비의 죽임을 방조 또는 주도했던 거리에 떠돌던 야사가 거짓이 아니었음을 목도하게 된다.
'모든 군왕은 성군으로 기억되고 싶어한다. 그러나 성군은 노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군주의 피나는 노력이 시대의 요구와 합치될 때 탄생할 수 있다. 때로는 성군의 등장을 위해 역사는 악역을 요구하기도 한다. 태종은 역사가 자신에게 부여한 악역의 길을 피하지 않고 묵묵히 걸어간 그런 군주였다.'
'지도자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은 시대를 읽는 능력이다. 시대를 읽는 능력이 있어야 미래를 조망할 수 있다. 반대로 시대를 읽지 못하면 사회를 과거 지향적으로 끌고 갈 수도 있다. 사회 통합은 좌절되고 각종 소모적 논쟁으로 시끄러워진다. 그래서 시대를 읽지 못하는 인물이 권좌에 오른 사회는 여러 부분에서 불행에 처하게 된다.'
'군주가 백성들의 고통에 동참하는 궁극적 길은 스스로 가난한 생활을 경험하는 것이 아니다. 군주는 백성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잘못된 제도를 혁파하는 제도개혁에 앞장서는 것으로 백성들의 고통에 동참하는 것이다. 영조는 절검생활을 앞장서 실천하는 유학 군주였으나 백성들은 물론 시대도 그런 개인적 실천보다는 잘못된 제도개혁을 요구했다.' 279쪽
이 책에 소개된 여섯명의 왕들중 그나마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는 왕은 태종이요, 신하들에게 쫓겨난 두 왕들은 승자의 기록과 왜곡이 덧칠되어 우리가 아는 모습이 전부가 아니라는 편견으로부터 깨어나게 한다.
자신의 우호세력으로 만들어야 했던 사림을 사지로 내몰았던 준비되지 않은 연산군의 숭무정신을 지켰더라면 문약에 빠져 임진란의 난리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고 청명교체기의 정치적인 역학관계를 제대로 파악했던 유일한 사람 광해군의 큰 뜻을 알았더라면 병자호란을 피할 수도 있었지 않을까.
역사를 가정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지만 우리 역사는 가정하고 싶은 대목들이 너무 많았다.
신권과 왕권의 대립각이 유난히 강했던 조선시대, 반대세력을 척살하기 위해, 성리학의 나라 조선의 이념과 명분, 사대주의가 빚어낸 슬픈 역사를 왕들을 통해 들여다 보고 나니 조선왕조 지배계층의 역학관계와 군왕의 한계를 오롯이 볼 수 있게 된다.
조선 왕들의 이야기지만 대한민국 현대사의 대통령들의 모습이 겹쳐보인다.
대통령들중에서 성공한 대통령을 꼽으라 해도 장점만이 부각되어 그의 악행이 가려지는 독재자가 1등을 먹었고 백성들의 추앙으로 대통령이 된 사람이 권력을 나누려고 했던 그 것이 독이 되었던 분의 이야기, 논공행상으로 새로운 독재시대를 연 대머리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조선왕을 보려했는데 대통령을 다시 보게 만든다.
또 다른 왕들의 이야기로 나의 무지함을 일깨워줄 저자의 후속작에 거는 기대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