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시계공 1
김탁환.정재승 지음, 김한민 그림 / 민음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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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탁환, 정재승이란 저자의 이름만 들어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기적 유전자를 쓴 리처드 도킨스의 눈먼 시계공이란 책에서 이름을 빌려온 소설, 과학자와 소설가가 함께 지은 책이란 점에서 뭇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소설이다.

 

'벗으로 인해 내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는 것, 또 나로 인해 벗이 한계를 넘는다는 것. 이 보다 기쁜 일이 있으랴. 벗이야말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스승이다. 408쪽

 

자칭타칭 백탑파 전문가로 인정받은 소설가 김탁환이 그들의 우정과 정재승과 그의 우정을 이렇게 표현하며 1권의 말미에 적고 있다.

KAIST 교수로 함께 근무하면서 인문학자와 과학자의 만남, 인문학과 과학의 통섭을 고민했던 그들의 고뇌가 이 작품을 쓰게 만들었고 그리하여 그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자극제가 되어 더 큰 무엇을 얻었으리라 믿는다.

 

2049년이면 내가 몇 살인가? 어흑 여든이 넘는 나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그 시대를 살아가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안도감을 가졌다. 그러나 정말 안심할 수 있는 것인가? 지금 우리가 선택하는 것, 우리가 묵언으로 동의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바로 미래를 만들어가기 때문에 그러한 흐름이 이 책과 같다면 2049년 서울특별시는 유토피아가 아니라 디스토피아에 가까운 모습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자연과의 공존을 모색하려는 소수와 로봇과의 공존을 위해 서울특별시와 외곽을 분리하여 고층빌딩이 즐비하고 로봇들이 일상의 대부분을 처리하는, 심지어 순수인간보다 기계를 몸에 장착한 사이보그들이 더 흔한 세계가 정말 우리가 그리려 했던 미래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사이보그의 유행이 이 시대의 성형풍조와 닮은 꼴이란 저자들의 지적은 자뭇 의미심장하다 못해 비감이 어린다.

성형의 원조가 성병에 걸려 코가 녹아내려 버린 사람들이 집단에서 따돌림을 받지 않기 위해 행한 것이 시초라고 한다면 작금의 성형 풍조 역시 그런 측면이 있다고 한다.

 

뇌과학과 기계공학을 소재로하는 소설이라 난해하기도 하지만 흥미진진한 소재와 끊임없이 일어나는 사건의 소용돌이가 푹 빠져들게 하는 흡인력이 강한 소설이다. 원숭의 머리를 이식하려 했던 실험, 그리고 20세기와 21세기의 선구적 시도를 했던 과학자들의 이야기가 곁들여져 정말인가 싶은 내용도 많았다. 바퀴벌레를 잡는 로봇인 인스봇에 대한 내용이 궁금해 검색을 하니 2007년 프랑스에서 개발되어 상용화되었다고 한다. 소설가인 김탁환의 문장력과 상상력, 몽상과 뇌과학자인 정재승의 과학적인 근거를 씨줄과 날줄로 엮은 소설이라 그야말로 허무맹랑한 SF가 아니라 과학적 사실에 근거하고 픽션을 가미한 이야기니 소설을 읽는 재미와 과학을 배우는 재미를 함께 얻을 수 있다.

 

지금으로부터 30년이 흐른 2049년의 서울특별시, 당신은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지 상상해 보시라. 그리고 지금 어떤 미래를 원하고 생각하고 있는지 그것과 이 소설의 이야기가 얼마나 일치하고 얼마나 다른지 평가하는 것도 나름 재미가 있을 것이다.

 

2049년의 서울특별시는 첨단과학기술이 낳은 고층건물이 즐비하고 자동모드로 운전할 수 있는 차들이 다니는 서울,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모색하는 자연인 희망연대, 눈보라뒤에마을이란 강원도에 모여 살고 몸과 마음을 버리고 기계와 몸을 썩고 새로운 진화를 꿈꾸는 사람들이 모여사는 지역과 그 외곽지역은 철저히 차단된 공간이다.

 

코이브 에코토피아
공진화, 공생을 의미한 co-evolution과 유토피아의 합성어, 도시문명을 버리고 지구 생태계 안에서 동식물과 공생하며 생태적 유토피아를 건설.


 

안티오페 증후군


사회적 관계 맺기에 서툰 인간들은 정상적인 생활에 어려움을 겪으며 로봇과의 관계를 통해 자신이 지배적인 힘을 갖기를 원하는 증세(상반신인 사람, 하반신은 염소인 사티로스와 관계를 맺는 그리스신화의 안티오페)

 

피해자의 전전두엽에서 가장 최근 주입된 기억을 추출하여 영상으로 재생하는 장치인 스티머스를 이용하여 범죄수사를 하는 팀원들과

2049년 로봇 배틀원에 참여하려는 글라슈트 개발 팀원들, 그리고 분노클리닉에서 치료를 받는 환자들이 뇌를 탈취당하고 살해당하는 연쇄사건, 자연인 희망연대가 벌인 것으로 추정되는 연쇄 테러의 소용돌이가 벌어지는 소설~

 

"분노라는 병은 모든 악을 압도한다." - 스토아철학자 루시우스 세네카의 '분노에 대하여'中 290쪽

"분노와 어리석은 행동은 길을 나란히 걷는다. 그리고 후회가 그 둘의 발꿈치를 문다." - 벤저민 프랭클린 291쪽

 

분노를 통제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치료를 받아야 하고 치유되지 않는 사람들은 격리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설정은 지금의 우리에게도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꿈의 잠의 세계가 선사하는 선물이다. 인간은 잠을 자는 동안 오늘 하루 얻을 정보를 차곡차곡 정리한다. 불필요한 것은 버리고 중요한 것을 장기기억으로 저장하는 것이다.


뇌과학을 소재로 한 소설이라 뇌에 관련한 이야기들이 많이 등장한다. 뇌를 탈취해가는 연쇄살인에서부터, 스티머스, 잠을 통해 치료하는 은석범을 치료하는 노민선박사.

 

그리고 은석범과 노민선, 최볼테르와 서사라의 로맨스가 양념으로 곁들여진다.

사랑에 대한 달콤한 정의는 무척 많다. 그러나 오래 앓아 본 사람은 안다. 사랑이란... 견딤이란 것을 314쪽

결코 습관이 되면 안되는 것들이 있다. 사랑도 그 중 하나다. 습관이 된 사랑은 추하다. 사랑이 아니다. 323쪽

 

인간의 몸을 기계로 대치된다면 과연 어디까지가 기계이고 어디까지가 인간인가. 소설은 기계로 대치된 비율이 70%가 넘으면 인간의 권리를 박탈한다고 한다. 그리고 로봇은 어느정도까지 발전할 수 있는가? 로봇과 인간간의 사랑이 가능한 것인가. 로봇이 인간의 희노애락애오욕을 느끼는 정도까지 발전할 수 있는가? 로봇들을 위한 방송국 보노보가 출범하는 것을 보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 저자들의 생각이다.

 

경기도에 사는 나는 서울특별시민이 될 수 없는 세상, 상층과 하층민의 삶이 완전히 구분되는 세상, 24시간 인공위성이 지상의 모든 움직임을 감지하고 촬영하는 세상, 장벽으로 둘러쳐진 서울특별시, 인간보다 로봇이 더 많아진 세상을 상상하면 희망보다는 불안감이 더 증폭된다.

 

과연 누가 뇌를 탈취하여 가는 연쇄살인마인가. 최볼테르, 분노클리닉 조원장, 누가 테러를 하고 있는가. 누가 배틀원에서 우승할 것인가- 주인공 불패라는 말이 통한다면 글라슈트일까? 2권을 후루룩 뒤져볼까도 싶지만 참기로 했다.

 

인간이란 존재로 인정받을 수 있는 범위는 어디까지이고, 어디까지 진화발전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뇌과학과 로봇은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과 사건의 범인이 누구인가란 궁금증이 뇌리에 맴돌게 되어 한시라도 빨리 2권을 읽지 않을 수가 없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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