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1
마크 레비 지음, 강미란 옮김 / 열림원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불면증을 앓고 있는 아들을 위해 30세에 소설을 쓰기 시작한 유명 건축회사 CEO출신의 작가 마크 레비, 출간하는 작품마다 프랑스 문단의 흥행 보증수표가 된 유명 작가지만 그의 작품중 처음 손에 잡은 것이 낮이다.

 

불면증을 앓는 아들을 위해 소설을 쓴 것이라 하기엔 너무 흥미진진해 아무래도 그 아들은 아버지 덕에 불면증이 아니라 소설 때문에 밤을 지새우지 않았을까
뛰어난 학자는 어려운 주제를 어렵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초등학생이라도 이해할 수 있는 말로 표현하는 사람이 아닐까 그런점에서 마크 레비는 어려운 소재를 쉽게 서술하는데 성공한 셈이다.

 

새벽이 어디서 시작되는가? 시간, 우주의 기원을 연구하는 천문학과 인류의 시원을 연구하는 고고학이 서로 통한다는 것을 낮을 통해 새삼 깨닫게 된다.

 

한때 창세기를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회의론자의 생각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인류의 시초, 지구가 처음 만들어진 시점으로 갈 수 있다면 어떨까? 아직 미지의 영역에 속하는 비밀을 모두 알게 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진화론이 첫선을 보일 무렵에도, 천동설이 아니라 지동설을 과학적으로 입증할 무렵에도 종교인들은 극렬하게 반응하였다. 심지어는 화형에 처할 정도로 그들은 비밀 아닌 비밀을 감추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나.

 

에디오피아에서 인류의 기원을 밝힐 유적을 발굴하던 고고학자 키이라, 안데스산맥의 고산지대에서 우주를 연구하는 천문학자 아드리안, 우연처럼 만났다 헤어진 연인이 연구기금을 지원받기 위해 왈슈재단에서 논문을 발표하던 날 그들은 운명적인 재회를 한다. 우연처럼 보이지만 그들은 만나야만 필연이 얼키고 설키어 있는 것 같다.

 

키이라가 원주민 소년이 선물로 준 목걸이에 담긴 엄청난 비밀, 연대측정이 불가능한 목걸이가 보여주는 신비한 천문도. 우리가 생각하는 인류의 시원을 몇백만년전이 아니라 무려 4억년 전의 시간,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었던 시간여행으로 초대한다.

3억년 전 대륙은 판게아(Pangaea)라고 하는 커다란 하나의 대륙에서 갈라져 5대륙이 형성되었다는 대륙이동설, 창세기에 언급된 신화같은 이야기들속에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비밀들이 담겨 있다는 이야기.

 

이보리교수를 위시한 비밀의 수호자들, 하나만 존재하기를 바라는 세력과 여럿이 존재할 가능성도 있다는 주장을 하는 이보리교수, 그들의 정체는 과연 무엇인가. 마지막장을 덮어도 그들이 누구인지 그렇게 촘촘히 연결된 조직, 다빈치코드를 연상케한다.(이보리교수가 우리말 어감과 엇비슷하여 한국인이 아닐까란 생각을 계속하게 된다.)

 

인류의 시원이 지금 알고 있는 것보다 상상 이상의 시간대부터 지금과는 다른 문명의 형태로 존재했다면, 그들은 지구가 아니라 먼먼 우주에서 온 존재라면.. 창세기의 역사를 뛰어넘는 시간대, 우주가 처음 탄생한 시점을 밝힐 수 있다면.. 아드리안과 키이라에게 고문서 해독을 도우려다 신부의 우려처럼,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몰랐던 것보다 더 못한 일들이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기우가 아니길..

 

에디오피아, 그리스, 독일, 중국, 미얀마를 오가는 탐험길, 포기할 듯 포기할 듯 보이지만 역시 그들은 호기심 가득한 학자라 베일에 싸인 조직의 방해공작에도 불구하고 탐험을 계속한다. 사랑을 확인하고 싶지만 망설이다 결국 마직막에야 서로의 진심을 확인하는 안타까움..

중국에 존재하는 피라미드, 어느 산의 정상이 만년설로 뒤덮여 백색 피라미드의 사진을 본 기억이 난다.

 

 다양한 상식과 아직도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와 고문서, 창세기에 언급된 몇줄의 소재를 단서로 장편소설로 엮은 것은 센추리게임이란 소설도 대륙을 오가며 신물을 찾는 것처럼 낮이란 소설도 다섯개의 신물을 모두 찾을때 까지 계속될 것 같다. 낮이 두권으로 완간되었다고 믿기 어려웠는데 기사를 보니 밤편이 출간될 것이라고..

 

'어머니는 평생 잊지 못할 말을 나에게 남겼다.
사랑했던 사람을 잃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끔찍한 건 그 사람을 만나지 못하는 것이다.' 312p

 

'어머니의 뱃속에 있는 아기는 세상의 탄생부터 그 마지막까지 창조의 모든 신비를 알고 있다는 전설이 있다. 그리고 아기가 태어났을 때, 요람 위로 메신저가 내려와 아기의 입술에 손가락을 갖다댄다. 아기가 갖고 있는 비밀, 삶에 대한 비밀을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도록, 아이의 기억을 지우기 갖다대었던 손가락이 자국을 남긴다. 우리 모두의 입술 위에 이 자국이 남아 있다. 나만 제외하고는...
내가 태어난날, 메신저는 나를 찾아오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모든 걸 기억한다. 324p

 

"우리가 어디서 왔는지 궁금하지 않아. 아드리안? 우리의 삶이 우연의 산물이거나 신이 만들어 낸 것이라는 사실을 밝혀 내고 싶지는 않았어? 그럼 인간의 진화에는 어떤 의미를 부여해야 할까? 만일 우리가 다른 문명으로 가는 한 단계일 뿐이라면?"
"그러는 넌, 키이라? 새벽이 어디서 시작되는 지 알고 싶었던 적이 없었니?" 324p

 

아기가 태어나면서 시원의 기억을 모두 잊어버린 것이라면 그 기억을 다시 되찾아만 할까. 비밀을 밝히면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 후속편이 손꼽아 기다려진다. 내가 상상하는 이상의 일이 벌어지겠지만 해피엔딩으로 끝났으면~ 소설의 대부분은 해피엔딩~~ 그 신물중의 하나가 백두산의 분화구에서 발견되는 상상 아닌 망상을 하며 소설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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